진화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년)의 유명한 자연선택설(Theory of natural selection)이고, 둘째는 프랑스의 생물학자 라마르크(Jean Baptiste Lamarck, 1744~1829년)의 환경적응설(Environmental Adaptation)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의하면 지진, 태풍, 산사태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 같은 인위적 사건, 사고가 생기면 그 변화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종의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그 돌연변이가 원조가 되어 다시 자손을 퍼뜨려 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린의 목이 짧아 풀을 못 뜯어 먹고 굶어죽게 되면 목이긴 몇몇 돌연변이가 나타나 그들이 살아남아 계속 자손을 퍼뜨려가게 되므로 목이 긴 기린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 알맞은 종은 선택되어 살아남고 알맞지 않은 종은 도태된다고 하여 자연선택설은 적자생존설(適者生存說, Survival of the fittest) 또는 자연도태설이라고 한다.
반면 라마르크의 환경적응설은 일정한 환경에 적응해 가는 동안 기린의 목이 점차 길어진다고 본다. 인간의 경우도 본래는 원숭이처럼 꼬리가 있었는데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꼬리의 필요성이 없어지자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꼬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도 인간의 등뼈 끝에 꼬리뼈가 남아있는 것은 그런 진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것이다.
위의 두 이론 중 어느 이론이 더 옳은지는 앞으로 연구가 계속되면 자연히 밝혀지겠지만 생태학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서도 주목할 만한 한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생태학 전문지인 『에콜로지 레터스(Ecology letters)』는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를 특수 환경에 놓고 6세대에 걸쳐 관찰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 보고서에 의하면 멸치 같은 작은 미물도 생존환경에 따라 나름대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 대학과 일본 교토대학의 연구진은 1998년 평균수명이 겨우 1년 정도인 대서양 멸치류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뉴욕주 그레이트 사우스 베이(Great South Bay)에서 약700마리의 멸치를 잡아 두 개의 수조(水槽)에 나누어넣고 키우면서 한 수조에서는 작은 것만 잡아내고 다른 수조에서는 큰 것만 잡아내는 실험을 계속했다.
적자생존설에 따르면 크고 힘센 자가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큰 것만 잡아낸 수조에서는 적자생존설과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더욱 작아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큰 것만 잡아내기 때문에 자기가 살 수 있는 길은 더욱 작아지는 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은 멸치도 이렇게 환경이 바뀌면 자기가 살 길을 찾아 변해간다는 것이다.
멸치가 거대한 무리 떼를 이루고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한다. 자신들의 왜소한 몸집을 감추고 거대한 몸집으로 위장함으로써 공격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행위는 멸치의 의식적 생존전략이기 이전에 모든 생물의 천부적 생존본능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해간다는 것이 바로 환경적응설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적자생존설이 옳으냐 환경적응설이 옳으냐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환경이 변하면 그 변한 환경에 가장 적합하도록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전쟁포로들이 말할 수 없는 치욕을 겪으면서도 살아남는 것이 그렇고, 제국주의시대 때 노예로 끌려가서 짐승취급을 당하면서도 살아남는 것이 그렇고 폭군의 온갖 학정에 시달리면서도 잡초같이 살아남는 백성들이 그렇다.
이렇게 볼 때 나라를 불문하고 앞으로 어떤 포악한 군주 혹은 무능한 군주가 어떤 폭정(暴政) 혹은 폐정(弊政)을 저지르든 최종적으로 무너질 자는 그들 자신 일뿐 백성들은 끝까지 살아남아 그들을 처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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