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음식 섭취를 줄이면 살이 빠질까?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에 살찌기는 쉬워도 다이어트는 어렵다.
현대인에게 어느 정도의 비만은 피하기 힘들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 입력 2025.01.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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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판매가 시작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화제다.
지금까지 수많은 비만 치료제가 있었지만, 사람들의 환호는 곧 실망으로 바뀌곤 했다.
위고비는 좀 다르다는 반응이 많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위고비를 2023년 최고의 과학 성과로 꼽았고, 미국의 유명인들이 위고비로 체중감량에 성공하여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비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성공을 다짐하며 다이어트를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다이어트는 끝은 없고 시작만 있는 목표다.
비만은 왜 존재하는 걸까?
다이어트는 왜 이렇게 성공하기 힘든 걸까?
비만에 대한 첫 번째 사실.
비만은 생존에 유리한 특성이다.
과거 인류의 조상은 동물과 다름없는 존재였다.
야생의 동물을 보면 비만인 경우가 거의 없다.
야생에서 배불리 먹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으며 사는 존재다.
모든 생물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다른 생물을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식물조차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소화하기 힘든 리그닌과 셀룰로스라는 물질로 몸을 두르고 각종 독을 장착한다.
숲에서 아무 식물이나 하나 집어서 먹어보면 이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초식동물도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기는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모든 생물은 모순(矛盾)처럼 창과 방패의 경쟁을 하는 중이라,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먹이를 섭취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야생의 동물에게 배불리 먹기가 드문 일이라면 대개는 배고픈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굶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더구나 배가 고프면 기운이 없어 먹이를 구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가끔 배불리 먹는 행운의 날이 온다면 섭취한 영양의 일부를 몸에 저장해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얼마나 저장하는 것이 좋을까?
배불리 먹는 일이 드물다면 최대한 많이 저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많이 저장해봐야 얼마 안 가서 저장된 영양분을 다 사용해버릴 테니까 말이다.
문제는 현대의 인간은 언제나 배불리 먹는다는 거다.
배고픈 시절에 만들어진 우리 몸은 남은 영양분을 최대한 저장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당신이 매일 포만감을 느끼며 식사를 하는 한 비만을 피하기는 힘들다.
이제 비만으로 가는 길, 즉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몸에 지방으로 저장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음식물은 몸에 바로 흡수될 수 없다.
우리 몸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은 세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세포의 경계는 특정한 물질만 통과할 수 있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음식물은 우선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분해되어야 한다.
탄수화물은 입안과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된다.
소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은 간을 거쳐 심장으로 간 후 혈관을 타고 몸 전체로 전달된다.
음식을 먹으면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진다.
지방은 물에 녹지 않아 세포에 흡수된 후 유미관이라 불리는 특별한 경로를 통해 대정맥으로 이동한다.
대정맥으로 간다는 것은 곧 심장으로 이동하여 몸 전체로 전달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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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진은 2023년 1월30일 부산의 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연합뉴스
포도당은 생명의 에너지원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포도당을 산화시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에는 포도당이 항상 공급되어야 한다.
마치 모든 사람에게 날마다 하루 세 끼 음식이 공급되어야 하듯이 말이다.
포도당은 혈관을 통해 구석구석 모든 세포로 전달되므로, 항상 혈액 내에 일정한 농도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몸은 호르몬을 이용하여 혈중 포도당 농도를 적절히 통제한다.
운동한다고 바로 뱃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러면 우리 몸은 혈액에서 포도당을 제거하여 농도를 낮춘다.
간에서는 포도당을 글리코겐의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하고, 몸에서는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몸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비만이 된다.
간에 글리코겐이 많이 쌓여서 공간이 부족해지면 지방의 형태로도 간에 저장되는데 이것을 지방간이라 부른다.
포도당 저장을 명령하는 인슐린을 미워하지 말자.
인슐린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혈중 포도당 농도 조절에 실패한 것인데, 생존에 가장 중요한 몸의 에너지 운용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것을 ‘당뇨병’이라 부른다.
몸에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 즉 혈중 포도당 농도를 높여야 하면 췌장에서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러면 우선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부터 분해하여 포도당을 확보한다.
글루카곤은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한다고 보면 된다.
글리코겐을 분해한 이후에야 지방 분해가 시작된다.
운동한다고 바로 뱃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분해된 포도당이나 지방은 각 세포로 이동하여 산화반응을 통해 몸에 필요한 에너지로 바뀐다.
산화반응에 필요한 산소를 얻기 위해 우리는 항상 숨을 들이마셔야 하고, 그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숨을 내쉬어야 한다.
내쉬는 숨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통해 지방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산화반응이 일어나는 운동, 즉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포도당이나 지방이 일단 혈관 내에 들어오면 세포의 산화반응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 말고 몸에서 제거할 방법은 거의 없다.
하지만 유산소 운동만으로 살을 빼기는 쉽지 않다.
딱히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먹는 음식 에너지의 70%는 생존 그 자체를 위해 사용한다.
이를 기초대사량이라 하는데 호흡, 소화, 체온유지 같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다. 운동으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이다.
한 시간 정도 열심히 걸어봐야 밥 한 공기 정도의 열량을 소비할 뿐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살을 빼는 방법은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음식 섭취를 줄여 살을 빼기도 쉽지 않다.
우리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이다.
생명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성은 자신을 유지하려는 경향이다.
햇빛 아래에서 바위는 뜨거워질 뿐이지만 인간의 몸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각종 생명 활동을 통해 체온을 유지한다.
체온유지가 힘들어지면 그늘로 이동할 수도 있다.
항상성이란 바로 몸의 상태를 변함없이 유지하려는 속성을 말한다.
음식 섭취를 줄이면 처음에는 살이 빠지겠지만 곧 한계에 도달하는데, 이제는 몸이 기초대사량을 줄여서 체중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을 줄인다는 것은 심장 박동수를 낮추고 호흡을 늦추고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체온을 낮춘다는 의미다.
즉 체중을 지키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것이다.
아힘 페터스의 〈이기적인 뇌〉에 따르면 뇌는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몸이 망가지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처럼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의 경우 장기의 무게가 40%까지 줄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에도 뇌의 무게는 아주 조금만 줄어든다.
뇌는 우리 몸을 통제하는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이기적으로 확보한다.
뇌는 무게 대비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뇌의 활동이 잠시라도 멈추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에 이기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한국 남성 47.7%, 여성 25.7%가 비만
다이어트 때문에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아지면 뇌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몸에 비상경보를 발령한다.
살을 빼려는 의도를 알지 못하는 뇌는 그저 기아의 위기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코르티솔에 오래 노출되면 몸의 노화가 가속된다.
다이어트를 멈추어도 몸은 기아의 기억을 잊지 않고 몸에 지방을 더욱 축적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결국 다이어트는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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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17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고비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물질을 주사기로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았는데도 포만감을 느껴 소식(小食)하도록 유도한다.
중추신경계를 직접 자극하는 기존 식욕억제제보다 부작용이 덜하지만, 위고비 역시 일부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매주 1회씩 맞는 위고비 투약을 멈추면 다시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기에 효과를 지속시키려면 평생을 맞아야 한다.
비만이란 무엇일까?
국가마다 비만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다.
한국 질병관리청 기준에 따르면 2022년 남성의 47.7%, 여성의 25.7%가 비만이다.
심각한 비만은 병이고 분명 치료가 필요하다.
위고비는 이런 이들을 위해 만든 약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날씬한 몸매를 꿈꾸며 위고비를 찾는다.
날씬한 것이 아름답다는 이 시대 미의 기준 때문일 거다.
다수의 인간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잘해야 100여 년 전이다.
그 이전에 비만은 부와 미의 상징이었다.
빈곤했던 시절 비만이 희소하여 아름다운 것이었다면, 풍요로운 지금 날씬함도 단지 희소성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배부르게 먹는 현대인에게 어느 정도의 비만은 피하기 힘들다.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에 살찌기는 쉬워도 다이어트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심각한 비만이 아닌 다음에야, 끊으면 도루묵이 되는 비만 치료제를 투여할 것이 아니라 음식량을 조금 줄이고 건강을 위해 적당히 운동하며 그냥 현재의 몸을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는지.
물론 나도 3㎏만 살을 빼면 좋겠···.
※ 참고 문헌: 〈소식의 과학〉 정재훈 지음, 동아시아 펴냄 / 〈이기적인 뇌〉 아힘 페터스 지음, 전대호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 〈비만의 진화〉 마이클 L. 파워 외 지음, 김성훈 옮김, 컬처룩 펴냄 / 〈맛의 원리〉 최낙언 지음, 예문당 펴냄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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