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Rainwater

큰댐, 미니댐, 마인드 댐

지오마린 GeoMarine 2009. 2. 12. 16:37

큰 댐, 미니 댐, 마인드 댐

반복되는 물문제, 해결책은 역시 댐뿐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 무영 교수

우리나라처럼 비가 여름에 집중되고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빗물을 모아서 쓰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오늘의 경제성장은 그동안 부지런히 댐을 만들어 빗물을 모은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집중형 강우에 대비하고 저탄소형 사회를 위해서는 댐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큰 댐

소양강 댐은 2700 km2 의 유역에 떨어진 빗물을 모은다. 댐의 용량은 29억톤이지만 여름 홍수에 대비하여 가득 채울 수도 없고, 봄 가뭄에 대비하여 다 비울수도 없으므로 19억톤만 사용한다. 그중 홍수조절능력은 5억톤이고, 연간 12억톤의 물을 수도권인구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홍수조절능력을 유역면적으로 나누면 0.18m (=5억톤/2700km2) 가 된다. 이 수치는 이론적으로 유역에 떨어지는 빗물중 18 cm 에 해당되는 양이다. 일년 물공급량을 전체 댐용량으로 나눈 가동횟수는 0.42 (=12억톤/29억톤) 이다.


큰 댐의 많은 장점과 공로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있다. 소양강 댐은 한강하류 수도권의 홍수는 조절할 수 있지만, 상류나 지천의 홍수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 밑에서 모으다 보니 다시 위에 있는 도시로 물을 멀리 보낼 때 드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넓은 유역에서 물을 모으다 보니 약간의 오염으로 전체 물이 더러워 질수 있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수질관리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댐에 수질적, 수량적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크다. 댐을 만들 때 수몰지역의 토지 보상금도 엄청났지만, 정작 수몰주민과 후손들은 명절 때 찾아갈 곳도 없다. 이와 같이 큰 댐의 특성상 상류와 하류, 인간과 자연과의 갈등이 항상 존재한다.


미니댐

서울대학교 기숙사에 있는 빗물이용시설은 5년째 가동되고 있다. 이 미니 댐의 용량은 200 톤으로서 2000m2의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서 매년 1600톤의 빗물을 화장실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유역면적 1m2 당 미니 댐의 용량은 0.1m 로서 소양강 댐의 수치보다 작지만, 가동횟수는 년간 8회 (1600톤/200톤)로서 소양강댐의 20배나 된다. 현재까지 공짜로 9천톤의 물을 지붕에서 받아서 썼고, 앞으로도 쓰면 쓸수록 이익이다. 곁들여서 팔당에서 처리해서 보낼 때 드는 2150 KWh 의 에너지도 절약되었다.


서울시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는 빗물시설의 세계적인 모델이 된 3천톤 용량의 미니 댐이 있다. 유역면적이 5만 m2 이므로 단위면적당 용량은 0.06 m 밖에 안 되지만, 여기서 빗물을 받아서 공짜로 조경용수로 사용한 물이 일년에 4만톤으로서 가동횟수는 년간 13회이다. 그만큼 한강물, 돈, 에너지를 모두 아낀 셈이다. 이 미니 댐은 저절로 하류에 있는 하수도 시설의 침수안전도를 높여 주었다. 만약에 단수가 되더라도 최소한 몇일은 버틸 수 있고, 소방용수로도 쓸 수 있어 든든하다.


미니 댐은 작지만 개수만 많으면 훨씬 적은 돈으로 댐보다 더 훌륭한 역할을 한다. 상류에서 소규모로 조금씩 깨끗한 빗물을 모으기 때문에 별도의 토지보상비 없이 홍수와 물부족을 동시에 해결하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인센티브나 설치보조금 지급, 사후관리 등 행정의 묘를 살리고 사전에 설계만 잘한다면 아주 적은 돈으로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하에 단시일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물관리에 따른 갈등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


마인드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인식의 변화이다. 모든 국민이 물의 소중함을 알고,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자신이 하루에 몇 리터나 쓰고 있는지, 그 중에서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스스로 물을 절약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마인드 댐의 건설이 중요하다. 교육과 홍보에 드는 비용만 가지면 아주 쉽게 물과 에너지 절약형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빗물을 모으고 머금기 정책"을 펴서 물 관리에 관한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4 alls for all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지역의 모든 사람, 자연, 후손을 위하여(for all) 모든 빗물을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모든 장소에서 모든 사람이 빗물을 모으자는 정책이다. 수원시에서도 빗물 = 물의 근원 = 水原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RainCity 계획을 세워, 시민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도시의 물관리 차원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능동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어떤 것부터 지을까?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쉽고 돈이 적게 드는 것부터 하자. 당장 범정부차원에서 물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홍보 등으로 마인드 댐을 확산하고, 전국 곳곳에 미니댐을 짓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미니 댐과 마인드 댐의 개념은 우리 선조들이 이 땅의 열악한 기후와 지형조건에서 수천년의 힘든 과정을 거쳐 터득한 검증된 노우하우이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는 이미 집중형 돌발강우에 의한 침수에 대비하고, 에너지 소비도 줄이는 현명한 물관리 방법에 대한 교훈이 녹아들어있다. 이러한 개념에 첨단의 기술을 접목시키면,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전 세계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미래의 가장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댐에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