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Rainwater

맞춤형 물관리-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9)

지오마린 GeoMarine 2010. 3. 17. 02:17

맞춤형 물관리
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9)
[140호] 2010년 03월 15일 (월) 09:50:25 한무영 교수 myhan@snu.ac.kr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평균 성적이 낮은 반에서 특별 보충수업을 한다고 하자. 그런데 이 반 학생은 대부분 성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하위인 학생 몇 명 때문에 평균이 낮아졌다. 이 경우 교육 수준을 어디에 맞출까? 평균점을 기준으로 전체 학생에게 일률적인 교육을 시키면 상위그룹에게는 지루하고, 하위그룹에는 따라가기 어려워서 전체 학생이 불만이다. 이럴 때에는 학생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물관리도 마찬가지이다. 평균적으로는 물부족국가라고 하지만 같은 지역이라도 물이 부족한 시기와 풍족한 시기로 나뉜다. 또 같은 시기라도 물이 많은 지역과 적은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들을 모두 한 개의 잣대에 의해 일률적인 물관리를 하는 것보다는 맞춤형 물관리가 더 합리적이다.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상 물이 부족한 시기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가뭄 때는 물부족이 실감 나지만, 홍수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홍수시 팔당수문을 열어서 빗물을 방류하는데, 그 때의 양이 초당 만톤이다. 하루가 86400초이므로, 하루에만 8억6000만톤의 수자원이 버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10년 후에 우리나라의 수자원 계획에서 물이 부족한 양이 8억톤이라고 하니 이 수치와 비교된다.

지역적으로 대도시와 근교의 시민들은 물부족을 실감하지 못한다. 특히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더욱 이해를 못한다. 그러나 봄마다 섬지방에서는 엄청난 물부족을 경험했다.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고 하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물이 부족한 지역과 시기가 일부 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인 물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물관리가 필요하다.

부족한 시기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저축이다. 여름에 많이 오는 빗물의 일부를 모아두면, 겨울이나 봄에 잘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빗물을 저장하는 장소와 방법이다. 가장 싸고 효과적인 방법은 빗물을 땅속에 침투시켜 지하수로 보관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물을 이용하여 쉽게 사용하고, 개울도 마르지 않게 자연적으로 물이 공급된다.

여기에 첨단의 기술을 도입하여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첨단소재를 이용한 이동식 빗물 저장조를 가정이나 동네주위에 1~500톤 규모로 분산해서 설치하고 각 저장조 내 수량과 수질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장조를 산과 들에 고루 설치 해두면 봄 가뭄은 물론 산불에도 대비하여 과학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특히 차량 접근이 곤란한 문화재 근처에 몇 개만 놔두면 물공급은 물론 화재방지 등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

같은 기후, 같은 땅에서 우리 선조들은 물부족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금수강산을 남겨 주셨다. 선조들의 교훈을 바탕으로 더 나은 물관리 방법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것은 물이 부족한 지역과 시기에 따른 맞춤형 물관리를 하는 것이다. 물부족 지역에 첨단소재의 빗물 저장조를 여러 개 설치하고 IT를 이용하여 지역주민 모두가 물 잔고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면서 관리하는 것이다. 각자 자기 지역에 공짜로 떨어지는 빗물을 최대한 활용하되 모자란 양만 다른데서 빌려온다면 물에 의한 지역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물을 사서 수송하는데 드는 비용과 에너지도 줄일 수 있다.
 
이번에 상습적으로 가뭄의 고통을 겪는 섬 지방을 대상으로 첨단의 맞춤형 빗물관리 시범사업을 정부부처에 제안한다. 섬 지방에서 최악의 여건을 극복하여 나온 기술은 우리나라의 물부족 지역 어디서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물부족 지역에서 물문제를 해결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물부족국가가 아니다. 우리의 전통철학에 바탕을 두고,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다목적의 맟춤형의 물관리 기술은 기후변화로 위협을 받는 다른 나라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면서 훈훈한 정까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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