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Lake Restoration

호주의 워터 디바이드

지오마린 GeoMarine 2010. 10. 26. 04:39

워터그리드 구축… ‘물 스트레스 나라’서 물 선진국으로



물격차 해소 견인차 ‘하수재처리장’  호주 퀸즐랜드 분담바 하수재처리장 전경. 이곳은 하수를 재처리해 공급하는 물 재활용 공장이다. 댐 등 다른 수자원과 워터 그리드로 연결돼 지역 물 격차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퀸즐랜드 주정부
호주는 국토 대부분이 건조지대로 국토의 90% 이상이 물이 부족한 ‘물 스트레스’ 지역이다. 특히 가뭄이 들면 물이 풍족한 해안과 건조지대인 내륙의 물 접근성 격차(워터 디바이드·Water Divide)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점차 소지역화, 국지화하는 기후변화 영향도 이 같은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현상사회·경제적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해 일부 지역 간에는 물을 둘러싼 갈등도 심심찮게 불거진다.

하지만 호주는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물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부설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Water group of 20)를 대상으로 실시한 물 경쟁력 평가에서 호주는 종합 4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워터 디바이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드코스트로 유명한 퀸즐랜드 주다.

남한 면적의 17배에 이르는 퀸즐랜드 주는 2000년 시작된 7년 가뭄으로 극심한 물 부족을 겪었다. 주 인구의 60%가 집중된 남동퀸즐랜드(SEQ)가 특히 심각했다. 주정부가 2005년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8개 지역정부를 포함해 30개 관계 기관을 소집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태드 배그던 남동퀸즐랜드 수자원위원회 지역개발담당 국장은 “지역마다 물 부족 상황이 달랐는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 물을 나누려 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 50년 뒤 내다본 전천후 물 공급 체계


주정부는 근본적인 처방에 나섰다. 2008년 남동퀸즐랜드 지역에 62억 호주달러를 들여 물이 풍부한 지역과 부족한 지역, 천연 수자원과 대체 수자원을 대규모 상수도 파이프로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SEQ 워터그리드(Water Grid)’를 구축했다. 그 결과 물 부족이 심각해지면 재활용수나 바닷물로 만든 담수 공급을 늘리고 물이 풍족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돌릴 수 있게 됐다. 배그던 국장은 “댐 수위가 40% 밑으로 내려가도 하수를 정화한 재활용수를 댐에 공급하기 때문에 저수량 고갈을 걱정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호주는 이번 W20 물 경쟁력 평가에서도 물 접근성과 도시-비도시 간 물 접근성 격차 평가 항목에서 가장 우수한 그룹으로 평가됐다. 물 공급 통합관리(소프트웨어) 역량과 물 공급 인프라(하드웨어) 역량도 각각 2위, 8위에 올랐다. 대체 수자원 활용도 분야에서도 6위를 차지했다.

퀸즐랜드 주는 SEQ 이외 지역을 농업지역, 광공업지역, 관광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 특성에 맞춘 물 공급 전략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퀸즐랜드 주 환경·자원관리부 와이통웡 수자원 국장은 “앞으로 50년간을 내다본 물 공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략이 모두 실행되면 주 전체 인구의 96%가 물 부족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물 갈등 벌인 수자원 조직 통폐합

주정부는 가뭄 극복 과정에서 정부 조직이 수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때문에 워터그리드를 추진하면서 물 다툼을 벌이던 18개 지역정부를 2006년부터 2년에 걸쳐 10개로 통폐합했다. 2007년 수자원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16개에 이르던 물 관련 기관도 △워터그리드 운용 및 물 품질 관리 △댐과 저수지 관리 △해수 담수화 및 재활용수 관리 △상수도 파이프 및 관련시설 관리 등을 각각 담당하는 4개의 공기업으로 재편했다. 지역배급망도 3개의 지역정부 산하 공사로 통합했다.

배리 데니언 SEQ워터그리드매니저 대표는 “통합 이후 미국 인도네시아 유럽 등지에서 워터그리드 운용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 공급시스템 혁신을 뒷받침하는 민간 부문의 활발한 투자도 경쟁력의 원천이다. 호주는 ‘W20’ 평가에서 물 산업 연구 성과 항목 2위, 물 산업 투자 수준 항목 7위를 각각 차지했다. 총 35억 호주달러 규모의 호주 빅토리아 주의 빅토리안 담수화 프로젝트에도 자국 금융회사인 맥쿼리캐피털과 물 기업 티에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그만”

퀸즐랜드 주정부는 물 공급뿐 아니라 수요 관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주정부는 가뭄이 지속됐을 때 1인당 물 사용량을 가뭄 전(하루 320L)의 절반 이하인 134L로 제한했다. 세차도 금지했고, 정원에 물 주는 시간도 제한했다. 현지 주민인 앤드루 머스그루 씨는 “이웃이 정원에 물 주는 시간을 어겼다고 당국에 신고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했다.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시행한 결과 주민들의 물 소비 습관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데니언 대표는 “물 사용 제한이 없어진 후에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이 과거의 절반인 150∼180L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7년간 계속된 대가뭄은 2007년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퀸즐랜드 주정부 산하 물위원회는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이달 초 방문했을 때도 매주 지역별 물 사용량과 댐 수위를 알리는 보도 자료를 내고 있었다.

브리즈번=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워터 디바이드(Water Divide) ::

지리적 특성과 수자원 인프라 수준에 따라 나타나는
물 자원에 대한 지역적 접근성 격차를 말한다.


▼ 한국도 ‘워터 디바이드’ 안전지대 아니다… 태백시 등 가뭄 취약해져 ▼

지난해 1월 태백시를 비롯한 강원 남부지역 4개 시군의 제한급수는 87일간 계속됐다. 2008∼2009년 제한급수가 이뤄진 지역은 경북 영덕군, 의성군 등 48개 시군에 이른다. 이는 한국이 지역 간 물접근성 격차(워터 디바이드·Water Divide)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태백 고랭지대는 한국에서 연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00년대 전국 평균 강수량(1470mm)보다 551mm가 많다. 그런데도 태백시는 물 부족에 직면했다. 광동댐이 충분한 물 재고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데다 상수도 누수율이 46%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물을 담아둘 수 있는 밭과 논도 인근 지역보다 크게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 지역에 물을 많이 소비하는 강원랜드까지 들어서자 가뭄에 취약해졌다.

한국은 강수량의 계절적 편차가 크고 산악지형이 많아 빗물의 70%는 바다로 흘러가거나 대기 중으로 증발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인구 밀도도 높아 1인당 사용 가능한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물 수급 상황 분야에서 14위, 물 지역균형 분야에선 17위에 머물렀다. 효율적인 물 자원 관리를 위한 물 관련 기관 통합과 지역별로 분산된 상하수도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고 구조적으로 물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핀란드 식수 60% 지하수 걸러 공급… ‘물의 ’ 높여 ▼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와 모니터그룹의 조사 결과 핀란드는 세계 20개 물 경쟁력 선도국가(W20) 중 수돗물 품질 만족도 분야에서 2위에 올랐다. 특별취재팀이 지난달 방문한 핀란드 헬싱키 주민들도 수돗물을 그냥 마셨다.

핀란드 국립건강원에 따르면 핀란드의 수돗물 미생물 함량은 생수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한넬레 나루스 핀란드 환경부 자문관은 “핀란드 전역에 지역차 없이 균일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W20 중 물 수급 상황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자원이 풍부하다. 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국토의 10분의 1이다. 1인당 가용 수자원량도 2만857m²로 한국(1448m²)의 14배에 이른다.

핀란드는 물의 양에 있어서는 천혜의 조건을 타고났지만 하천 청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W20 중 16위). 이 때문에 수자원의 양적 불균형보다 지역 간 ‘수질격차’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균질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하수 개발로 눈을 돌렸다. 표층수는 화학약품 처리를 많이 해야 하고 오염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핀란드에 공급되는 물의 60%는 지하수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18%)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대수층이 부족한 서남쪽 해안가였다. 이곳의 물은 산성인 데다 황산염이나 마그네슘과 철분이 함유돼 있다. 핀란드 정부는 수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표층수를 자갈이나 모래 등으로 거르는 ‘인공 지하침투수(artificial recharge)’ 기법을 개발했다. 현재 공공 부문에서 공급되는 물의 12%가 인공 지하침투수다.

헬싱키=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