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물길 살리는 세계, '거꾸로 가는' 4대강
[세계의 '강 살리기'①] 댐·제방 허무는 미국의 '생태적 하천 복원'
정부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연일 화두다. 생태적인 위험성과 경제적 효과 등, 숱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사업에 대한 변함없는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는 동안 공정률은 어느덧 20%까지 진행됐다.
수질 개선과 홍수 예방 등, 하천 관리의 필요성은 항상 제기돼 왔던 문제다. 그렇다면 '어떤' 하천 관리인가. 국내외 하천 전문가들은 개발 중심의 인공적인 '하천 개조'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말한다. 쌓았던 댐과 제방을 허물고, 자연 그대로의 하천으로 되돌리려는 복원 사업도 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반면, 정부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4대강 사업이 '선진국형 하천 관리'라고 주장한다. 같은 사례를 두고, 정부와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각각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외국에서는 이 논란이 이미 20~30년 전부터 진행돼왔다는 점이다.
특히 6.2 지방선거를 통해 충남·경남·광주에 새로운 광역단체장이 취임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대안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무엇이 '생태적'이고 '선진'적인 하천 관리일까. 4대강 사업의 거울로 삼을만한 외국의 하천 복원 사례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1901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이후 한 세기 동안 지구상의 하천이 겪게 될 유례없는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하천의 유량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홍수 때 불어난 물을 저장하기 위해 대규모 저수 사업이 필요하다."
이 발언이 나온 이듬해, 미 연방의회에서 국토매립법이 통과되면서 미국 정부는 홍수 조절·수력 발전·상수원 공급을 위한 댐과 저수지를 무차별적으로 건설하게 된다. 공황에 따른 뉴딜 정책도 무차별적 하천 개발에 한 몫 거든다. 배가 드나들 수 있도록 강바닥을 준설하고, 홍수 때 범람한 물을 가둘 제방도 쌓았다. 그렇게 하천은 인간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형됐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1997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바 있는 애리조나주 상원의원 배리 골드워터는 '20세기 식 하천 관리'의 종결을 보여주는 이정표와 같은 말을 남긴다. 과거 콜로라도강의 글렌캐니언댐 건설을 강력하게 옹호했던 그는 "만약 지금이라면 (댐 건설에) 찬성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한다.
"이젠 반대할 겁니다. 댐을 세우면 잃을 게 너무 많아요."
루스벨트의 발언처럼, 실로 20세기는 하천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통제를 확대하는 시기였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상에는 날마다 대형 댐이 두 개 씩 건설됐고, 그 결과 전 세계의 대규모 하천 227개 가운데 60퍼센트가 각종 구조물에 의해 잘려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하천 관리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분별한 하천 개조 사업이 남긴 생태학적 손실로 인해, 쌓았던 댐을 다시 허물거나 직강화된 강의 물길을 다시 되돌리는 하천 관리의 '대전환'이 시작된 것.
200여 년에 걸쳐 댐과 제방을 쌓고 하천의 직강화를 줄기차게 추진해온 미국도 20세기 말부터는 하천의 인공적인 변형이 가져올 손실을 고려해 댐을 철거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철거된 댐만 1970년대에 20개, 1980년대에 91개, 1990년대에 177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선진국형 하천 관리'를 주장하는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의 하천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총 공사 구간 634㎞,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주요 하천은 앞으로 들어설 16개의 보에 의해 잘려나갈 예정이다.
▲ 지난해 말부터 전국의 하천에는 유례없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사진은 낙동강 강정보 공사 현장의 모습.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강바닥은 준설 작업으로 최대 6m까지 패였으며, 여기서 나온 준설토는 남산의 11배 크기인 5억7000만㎥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국토해양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 시작 불과 7개월 만에 새만금 사업 19년 동안의 준설토 운반량(1억2000만㎥)에 육박하는 1억1500만㎥의 준설토를 이들 강에서 퍼냈다. 이 모든 일들은 단 2년 만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100년 전 미국의 하천개발이 한반도에서 부활한 셈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은 선진국형 강 살리기"라며 유례없는 대규모 토목 공사에, 유례없는 홍보비까지 써가며 대대적으로 이 사업을 홍보 중이다. 그런데 정부가 '선진국형 하천 관리'라며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천문학적 비용 들여 복원한 '풀의 강', 에버글레이즈습지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의 에버글레이즈습지(Everglades Swamp)는 세계의 하천 전문가들 사이에서 '역사적 생태 복원 사례'로 꼽힌다. 서울의 10배 크기에 달하는 총면적 5929㎢의 이 광활한 습지는 1987년 '세계의 주요 습지'로 지정됐으나, 각종 개발로 생태계 훼손이 심해지자 1993년 '위험에 처한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의 에버글레이즈습지. 인공적인 개발이 있기 이전, 이 습지는 '풀의 강'이라 불리며 수많은 야생 동물의 안식처 역할을 했다. ⓒevergladesfoundation.org
'풀의 강'이라며 불리며 다양한 야생 동물이 서식하던 이 습지에 인간이 처음으로 삽을 들이댄 것은 1880년대. 미국인들은 홍수에 대비한 배수 시설 정비를 위해 습지의 원류인 오키초비호수(Lake Okeechobee)에 제방을 쌓고, 꾸불꾸불 뱀이 기어가는 모양의 키시미강(Kissimmee River)의 물이 빨리 대서양으로 빠지도록 강을 직강화해 운하를 만들었다.
1947년 미국의회는 홍수 피해를 줄이고 남부 플로리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중남부 플로리다(C&SF) 프로젝트'를 의결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긴 물'이라는 뜻의 키시미강은 165㎞에서 90㎞로 줄어 '짧은 물'이 됐다. 강폭은 2~3㎞에서 9m로 줄어들었고, 3m 남짓의 야트막하던 깊이는 준설로 10m가 됐다. 18㎞ 구간마다 6개의 갑문이 들어서 물의 움직임을 차단했다.
인간의 삽날이 가해진 에버글레이즈습지는 이후 어떤 모습을 바뀌었을까. 거대한 수로 공사와 개발이 진행되자, 습지는 절반 크기로 줄어들었다. 하루에 600만㎥의 물이 바다로 빠르게 흘러가버려 습지의 물의 양 역시 70% 가까이 줄고, 수질도 악화됐다. 이에 따라 습지에 서식하던 조류의 90%, 척추동물의 80~90%가 자취를 감췄다. 과거 습지의 '주인'이었던 악어와 펠리컨, 달팽이 등도 서서히 이곳을 떠났다. 인공적인 강의 개조로 우기와 건기의 수량 차가 줄어 강물의 범람을 막고, 물길이 바뀌면서 생태 리듬이 흐트러진 탓이다.
준설로 인한 피해도 심각했다. 강바닥을 파면서 하상 생태계 파괴는 물론, 지하수면이 낮아져 지하수가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 10m 깊이의 무분별한 준설로 키시미강은 수자원 고갈에 빠졌다. 최대 6m까지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과 보 공사로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습지 복원 계획을 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1971년 키시미강의 운하가 완공되자마자 그 해에 복원 논의가 시작됐고, 1999년 '에버글레이즈 종합 복원 계획(CERP)'이 의회에 제출됐다. 같은 해 의회를 통과한 30년 기간의 이 거대한 복원 계획은 수자원개발법 안에도 포함됐다.
우선 직강화된 강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고, 400㎞의 수로와 제방을 철거했다. 복원 계획에는 정부 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시민단체, 보호 구역 내 아메리카 원주민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30여 개 기관에서 생태학·공학·경제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00여 명이 6년간 계획 마련에 참여했으며, 이해 집단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의 접근과 참여가 보장됐다. 4대강 공사 현장을 감시할 '민관 합동 조사단'을 만들자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반 년 넘게 벽에 부딪히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키시미강을 운하로 만드는 비용은 3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강을 복원하는데 드는 비용은 3억 달러로 10배에 달했다. 에버글레이즈 종합 복원 계획엔 약 30년간 100억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하천 전문가들은 이렇게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복원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사라진 습지와 생태계를 완전히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강 '인공 홍수' 방류한 까닭은?
키시미강 복원이 직강화와 제방, 준설로 변형된 강을 되돌리는 사례였다면, 미국 콜로라도강의 인공 홍수 방류는 인위적인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이 얼마나 유명무실한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글렌캐니언(Glen Canyon)댐은 콜로라도강 그랜드캐니언 협곡 상류를 막아 1963년 완공된 다목적 댐이다. 높이 216m, 길이 475m, 최대 수심 178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댐이 건설되자, 콜로라도강 중하류 유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던 홍수가 줄었다.
홍수가 사라졌다고 해서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댐 완공으로 자연적인 홍수 유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강의 강력한 운반 시스템 역시 차단됐다. 댐 건설 이전에 콜로라도강은 하루 평균 38만 톤의 퇴적물을 강 하류로 실어 날랐지만, 댐 완공 이후에는 이 엄청난 퇴적물들이 흘러내리지 못하고 댐 위의 파웰호(Lake Powell)에 쌓이게 됐다.
결국 댐 건설 이후 수문이 닫힌 지 한두 해 만에, 하류 강바닥의 수심은 9m 남짓 깊어졌고, 이에 따라 하천 생태계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콜로라도강에 서식하던 고유어종 8종 가운데 예전과 같은 개체수를 유지하는 종은 3종에 불과했고, 나머지 종들은 그 지역에서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놓였다. 모래톱 역시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미국 정부가 1996년과 2004년, 2008년 세 차례에 거쳐 '인공 홍수'를 방류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배수관 4개를 열어 초당 110만L의 물을 쏟아내 강변의 모래톱과 생태계를 복원하고자한 것. 파웰호에 가둔 엄청난 양의 물을 배출시켜, 댐에 막혀 하류에 도달하지 못했던 침전물들이 한꺼번에 쓸려 내려가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모래톱으로 강변 식물들이 뿌리내리고, 생태계 역시 일정 정도 복원될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홍수 유량의 중요성은 이미 외국의 하천학자들 사이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세계물정책프로젝트(Global water policy project·GWPP) 의장인 샌드라 포스텔은 그의 책 <생명의 강>(최동진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홍수는 대단히 효율적으로 퇴적물을 분배하고, 어류 등 강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며 "홍수 조절을 위해 세운 댐과 제방은 오히려 하천의 자연 유량을 평준화시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적인 홍수 조절 욕망이 부른 재앙'으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강(Rio Grande River)의 대규모 홍수 피해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리오그란데강에 건설된 댐으로 인해 홍수 유량이 급감하면서, 막대한 양의 퇴적물이 하류로 내려가지 못하게 됐다. 그 결과, 지류의 홍수로 불어난 강물이 밀려들자 퇴적물이 잔뜩 쌓인 리오그란데강 본류는 강둑을 넘어 범람하고 말았고, 광범위한 지역이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됐다. 댐을 쌓아 홍수를 막으려던 시도가 오히려 더 큰 홍수 피해를 초래하게 된 것.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 정부는 "4대강에 설치되는 보는 가동보이기 때문에 퇴적물을 하류로 흘려보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산강·낙동강 하굿둑 역시 수문이 설치돼 있는 가동보이지만, 이들 하굿둑 상류 지역에는 퇴적된 오염 물질이 쌓여 수질까지 오염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MB가 말한 '선진국'은 이미 댐 철거 추세
현재 미국에서는 댐과 제방 등 강에 설치된 인공 구조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천 복원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랜돌프 헤스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명예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댐을 허물고 하천을 복원하느라 지난 15년간 170억 달러를 투입해 최소한 3만7000건의 복원 사업을 벌였다.
대전대 허재영 교수(토목공학과) 역시 지난 3월 대한하천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의 경우 1912년부터 지금까지 650개 이상의 보나 댐을 철거했으며, 특히 소형 댐·노후 댐에서 시작한 철거 흐름은 점차 대형 댐, 기능이 남은 댐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반면, 국토해양부는 "미국과 일본에서 철거되는 보와 댐은 노후화로 인해 안전이 우려되거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것들"이라며 '보와 댐 철거는 세계적 추세'라는 국내 토목공학자들과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토해양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의 마못(Marmot·높이 14m)댐 철거다.
지난 2007년 7월 24일,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연간 660만 달러(74억 원)의 전략을 생산하는 마못댐의 해체 행사가 열렸다. 포틀랜드 전력 회사가 1908년~1912년 사이 샌디강(Sandy River)에 건설한 이 댐은 해체 직전까지 21메가와트 급 수력발전소에서 평균 13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해 전력 수입을 내기도 했다.
포틀랜드전력이 연간 660만 달러의 손실을 내면서까지 이 댐을 철거한 까닭은 바로 '연어 보호' 때문이다. 한 때 오리건주의 특산물이기도 했던 연어가 댐 건설로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되자, 높아진 시민들의 위기의식이 댐 철거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 샌디강의 모습. ⓒSandy Historical Society |
마못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은 1988년 대형댐인 위스콘신주의 울런밀스댐, 1995년에는 샌드스톤댐, 그 이듬해엔 펜실베이니아주의 윌리엄즈버그댐을 헐어버렸다.
2008년부터는 사우스캘리포니아주 벤투라강의 마틸리하댐(높이 58m), 워싱턴주 엘와댐(30m), 캘리포니아주 샌크레멘테댐(30.7m) 등에 대한 철거를 준비 중이다. 강에 인공물을 세우는 것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에 총 16개의 보를 세울 예정이다. 말이 '보(洑)'지, 최대 높이 13.2m(함안보)에 낙동강 지역 평균 높이가 10m를 넘는 사실상 '댐(Dam)'이다. 이들 '보'는 국제대댐협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Larges Dam·ICOLD)의 기준에 의해서도 대다수 '대형 댐'에 속한다.
국제대댐협회는 높이 15m 이상인 댐을 '대형 댐'으로, 그 이하를 그냥 '댐'으로 분류하는데, 높이가 10~15m 사이라도 '댐 길이가 500m 이상, 저수 용량이 100만 톤 이상'이라면 '대형 댐'으로 정의한다. 이번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되는 16개 보 중 강정보(953m)·구미보(640m) 등 8개 보는 길이가 500m를 넘고, 이중 함안보·달성보 등 4개 보는 길이가 500m 이상에 높이도 10m 이상으로 국제대댐협회의 '대형 댐' 기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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