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Lake Restoration

그림같은 녹색 절경, 알고보면 '죽음의 호수'

지오마린 GeoMarine 2010. 10. 27. 08:30

 

그림같은 녹색 절경, 알고보면 '죽음의 호수'
[해외리포트] 중 뎬츠 호수의 비극... 손발 담그면 피부병
10.07.17 23:01 ㅣ최종 업데이트 10.07.17 23:01
  
심각한 부영양화로 녹조의 바다가 되어버린 호수 뎬츠.
 

"이제 이 호수는 회생할 가능성이 없어요. 호숫물에 손발을 담그면 피부병이 옮을 정도로 썩어버렸는걸요."

 

왕쯔린(58)은 짙은 녹색의 호수 변에서 깊은 한숨을 내뿜었다.

 

"내가 중년 때만 해도 뎬츠(滇池)는 정말이지 깨끗하고 맑았죠. 지난 10여 년 동안 무엇이 뎬츠를 이토록 파괴했는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어요."

 

중국 서남부 구름의 남쪽 나라 윈난(雲南). 윈난성 수도 쿤밍(昆明)은 해발 1886m의 고원도시다. 기원전 쿤밍 일대에는 소수민족 왕국 뎬(滇)국이 발흥했다. 뎬국은 윈난 최초의 독립 왕국으로 기원전 339년 세워져 200여년간 쿤밍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비옥한 평지가 수천리나 펼쳐져 있다'고 적혀져 있을 정도로 부강한 나라였다.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통일한 진나라에 이은 한나라에 복속되어 멸망했지만, 뎬국의 이름과 유산은 오늘날까지 남겨져 있다. 윈난을 약칭하는 '뎬'과 윈난을 대표하는 호수 '뎬츠'가 바로 그것이다.

 

뎬츠는 전체 면적이 311㎢에 달하는 중국에서 여섯번째로 큰 담수호다. 쿤밍시 서남쪽에 넓게 자리잡아 남북으로 41.2㎞, 동서로 13.3㎞, 최대수심은 11.3m에 달한다. 오늘날 외지인들에게는 쿤밍호로 더 알려져 있지만, 윈난 사람들에게는 뎬츠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오랜 세월 동안 뎬츠는 윈난의 대지를 살찌운 젖줄이었다. 주변 풍광도 아름다워 '고원강남(高原江南)'이라 불리기도 했다. 뎬츠의 명성은 베이징에게까지 전해져 황실 정원인 이허위안(頤和園)에 있는 호수를 '쿤밍호'라고 지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뎬츠는 중국에서 손꼽히는 오염 호수의 대명사다. 위샤오강(于曉剛) 녹색유역(綠色流域) 주임은 "호수 주변 무분별하게 들어선 공장과 화훼농장이 뎬츠를 압살시켰다"며 "뎬츠는 극단적인 경제성장주의가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한때 쿤밍 시민의 식수원이었던 중국 6대 담수호 뎬츠. 지금은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녹조로 뒤덮여 발조차 담그기 힘들다.

불도저 성장정책이 파괴시킨 '고원강남' 호수

 

20여년 전만 해도 뎬츠는 푸르른 빛의 청정 호수였다. 지난 수천년 동안 뎬츠에는 수십종의 어류가 살았는데, 그중 4종은 지구상에서 오직 뎬츠에만 존재했었다. 뎬츠에서 잡힌 물고기는 모든 쿤밍 시민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풍부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호수 주변에 들어서기 시작한 공장과 화훼농장은 뎬츠의 운명을 뒤바꾸었다. 쿤밍시 정부는 지역경제의 발전을 내세워 각종 공해산업을 뎬츠 일대에 받아들였다. 시멘트, 비료, 화학, 금속 등 다양한 산업의 공장들이 뎬츠를 둘러쌌다.

 

들어선 공장들은 한결같이 생산성 및 이익 증대에만 몰두했다. 지방정부도 재정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을 두었다. 그 사이 뎬츠는 서서히 죽어갔다. 정화시설을 전혀 설치하지 않은 공장에서 내뱉는 오폐수가 원인이었다. 10년도 지나지 않아 뎬츠는 썩어 회생 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윈난성 정부는 뎬츠 살리기에 나섰다. 1999년 세계원예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수질 개선사업에 3억 위안(한화 약 532억원)을 쏟아 부었다.

 

모든 공장과 생산시설에 오폐수 정화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일부 공장에 대해서는 폐쇄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998년부터 10년간 뎬츠 정화를 위해 120억 위안(약 2조1240억원)을 들였지만, 사정은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원예박람회를 기점으로 늘어난 화훼농장이 또 다른 오염원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윈난 화훼산업은 21세기 들어 중국 최대의 생산기지로 성장했다. 화훼산업의 특성상 많은 물이 필요했는데, 뎬츠와 그 지류가 바로 공급원이었다.

 

뎬츠 일대에 포진한 화훼농장도 오직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두어 꽃과 묘목을 키워나갔다. 이에 따라 막대한 양의 농약이 뿌려졌다. 선진국이 유기농 기법을 채택해 환경오염을 최소화 하는 추세와 궤를 달리했다. 농약 성분이 함유된 물은 하수도를 따라 뎬츠로 흘러 들어갔다.

 

  
뎬츠로 들어가는 한 지류 주변에 들어선 공장.

  
경매시장으로 나가기 전 종류에 따라 꽃을 분류하기에 바쁜 한 화훼기업 실내 작업장.

 

오폐수에 농약까지... 씻지도 못하는 호수 늘어가

 

중국 호수의 오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에서는 1000여개의 호수가 사라졌다. 그 면적은 9570㎢에 달하고 저수량은 516억㎥가 줄었다. 현재 남아있는 면적 1㎢ 이상의 호수가 2300여개인 점을 비춰볼 때 1/3이 사라진 셈이다.

 

남은 호수의 수질 오염은 전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중국 수리부가 43개 호수의 오염상태를 조사한 결과, 27개가 광물질과 유기 영양분이 대량 유입된 부영양화 상태로 밝혀졌다.

 

특히 뎬츠와 장쑤(江蘇)성 타이후(太湖), 안후이(安徽)성의 차오후(巢湖) 등 12개 호수의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가 수시로 발생해 수질이 최악인 5급수로 지정됐다.

 

중국 3대 호수인 타이후는 2007년 5월 대규모 녹조가 발생해, 인근 우시(無錫)시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었다. 피해의 책임을 지고 성 정부 관리가 면직되고 타이후 일대 공장 1000개가 폐쇄됐다. 호수 정화와 수질개선을 위해 144억 달러를 투입되고 있지만, 녹조는 그 뒤로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다섯번째로 큰 호수인 차오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9일 차오후 동쪽 3~4㎢에 녹조가 발생해 주민 30만 명의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차오후는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공장으로 습지가 파괴되면서 녹조가 해마다 일어나고 있다.

 

호수뿐만 아니라 하이허(淮河), 하이허(海河), 랴오허(遼河) 등 3개 허(河)와 쑹화(松花)강, 샹(湘)강, 쌴사(三峽)댐 등도 오염이 지독하여, 중국정부는 환경보호 중점치수지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뎬츠의 녹조 현상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오랜 부영양화로 뎬츠에서 물고기의 씨가 마른 지 10여년이 넘었다.

"파괴된 자연 복구하려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

 

중국정부조차 자국의 환경오염 상황이 심각한 수준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환경보호부는 환경 오염원에 대한 첫 전국 규모의 센서스를 발표하며 환경오염이 최절정기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질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산업 오폐수와 농촌에서의 농약 및 가축 폐기물 등을 꼽았다. 2007년 한해에만 3만9400t의 산업 오폐수와 4915만t의 산업폐기물이 배출됐다. 이로 인해 인구 2억명 이상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수질 오염으로 인해 느끼는 중국인의 위기감은 조사를 통해 잘 나타난다. 작년 5월 광저우(廣州)사회상황민의연구센타가 광둥(廣東)성 9개 도시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43%가 환경오염 중 수질 오염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25%는 끓인다 해도 수돗물은 절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뎬츠는 이런 중국의 물위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오랜 세월동안 쿤밍 시민의 젖줄 역할을 했던 뎬츠는 이제 마시는 것은 고사하고 물에 손발을 담그기도 어렵다. 호숫물에 장시간 손발을 담글 경우 피부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윈난성 정부는 2008년부터 5년간 100억 위안(약 1조7700억원)을 들여 녹조 현상을 해결코자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반대로 금지됐던 비료와 금속 공장은 다시 문을 열어 조업을 재개하고 있다. 재원확보를 위해 일부 지방정부가 생산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위 주임은 "정부 관리들은 아직도 경제성장이라는 미몽에 빠져있다"며 "뎬츠를 완전히 살리려면 2020년까지 1000억 위안(약 17조700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파괴의 대가로 벌어들인 수입보다 수십배는 더 많은 금액"이라고 개탄했다.

 

한번 파괴된 자연을 다시 복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뎬츠는 녹색 눈물을 흘리며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다.

 

  
현재 뎬츠에서는 녹조로 썩은 물을 뽑아내는 일 외에는 달리 쓸 수 있는 처방이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