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기근 속에 ‘양식’을 찾고 있는 아프리카가 한국의 양식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 새우 양식장을 짓는가 하면 호수·강을 이용한 양식기술을 아낌없이 주고 있다. 고기 잡는 법을 넘어 고기를 길러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16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아프리카 11개국과 수산 기술 협력을 진행 중이다. 튀니지, 알제리를 포함한 북아프리카에서부터 세네갈, 가나 등 동아프리카는 물론 앙골라, 나미비아 등 남아프리카 국가에까지 이른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우리 수산 기술을 가르쳐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르완다, 탄자니아는 호수와 강을 이용한 담수 양식 기술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 6일 앙골라 수산청장은 농림수산식품부를 찾았다. “한국이 앙골라의 전갱이 치어 방류 사업 및 수산자원 조성사업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중서부 아프리카 수역의 주요 어종인 전갱이류 자원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앙골라 사람에게 전갱이는 한국의 굴비처럼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는 생선이다. 앙골라는 우리의 양식 기술이 빈곤 퇴치와 식량공급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앙골라는 튀니지와 알제리의 성공 사례를 보고 한국의 기술에 눈을 돌리게 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8년부터 튀니지에 굴 종묘 생산 기술을 전수한 결과 지난 5월 50만개의 굴 종묘를 생산했다. 아프리카 대륙 북쪽에 위치한 튀니지는 지중해와 잇닿아 있어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하지만 양식기술은 부족한 형편이라 굴 종묘를 전량 프랑스로부터 수입하던 실정이었다.
튀니지와 인접한 알제리에는 새우 양식 기술이 전파됐다. 수산과학원은 지난 5월 튀니지 바닷가에 설치한 양식장에서 대량의 새우 종묘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까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새우를 키울 수 있는 ‘사막 새우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계획이다. 사막의 모래층 밑에는 4∼5% 염분을 포함한 지하수층이 분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이어 또 한번 한국 기술로 ‘사막의 기적’이 이뤄지는 것이다. 서아프리카의 세네갈에서도 양식장 타당성 조사가 끝나고 해수 양식장 실시 설계까치 마쳤다.
가나, 적도기니, 가봉, 앙골라,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탄자니아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등을 통해 한국의 수산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알제리, 튀니지, 세네갈의 수산 기술 지원에 배정된 예산은 약 70억원이다. ‘푼돈’을 들여 아프리카 전역에 한국 양식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코이카 관계자는 “양식기술 지원은 수산자원 쿼터 확보와 향후 자원 개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우리 원양어선들이 아프리카 수역에서 어로 활동을 벌여 어족 자원 고갈을 가속시킨 것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분담하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아름다운 지구만들기 > 물과 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영실이 측우기 발명했다고? 세종 아들 문종 아이디어였다” (0) | 2012.01.26 |
---|---|
말레이시아, '미세조류 바이오연료' 개발사업 추진 (0) | 2011.12.20 |
천혜절경 내성천, 4대강 공사 1년만에 (0) | 2011.08.15 |
물 (0) | 2011.08.04 |
‘도시 홍수’ 국제 과제로… 개발·이상기후 탓 비상 (0) | 2011.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