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낙동강 녹조…'보 때문'이 아니라고?
SBS송성준 기자입력2012.08.09 14:54
수도권의 식수원인 북한강과 영남권의 젖줄인 낙동강 수계에서 간암을 유발하는 독성 조류인 남조류의 이상 번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화제만큼이나 많은 논란도 빚고 있습니다. 그 논란의 핵심은 바로 4대강 '보' 사업과 녹조의 연관성 문제겠죠?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은 올해 극심한 독성 조류의 번식은 '4대강 보 건설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한국 수자원공사와 환경부는 '폭염과 가뭄 때문'이란 해명을 하며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강에 보가 건설되면 유속이 느려지고 물이 보에 갇히는 효과를 가져와 더위와 수온 상승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가져와 조류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전자의 설명입니다. 정부 측은 "올해 유난히 폭염이 심했고 여름 가뭄까지 겹쳐 조류의 이상 번식이 극심했기 때문에 보 건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저는 사회부 부산 주재 기자로서 현장을 뛴 지 20년이 넘습니다. 해마다 태풍과 장마 폭우 가뭄 등으로 낙동강 취재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낙동강에 대해 나름 현장 지식을 꽤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저는 최근 여러 차례 낙동강을 살펴 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낙동강 중류 달성보에서 하류 창원 본포 정수장과 낙동강 하구언까지 다녀왔습니다. 녹조 현상 때문입니다. 올해 녹조의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낙동강 녹조가 하류에 국한된 것이 아닌 중 상류까지 심각하면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는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낙동강 녹조는 거의 대부분 낙동강 하구언을 시작으로 하류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녹조의 심각성을 리포트 한 것도 모두 이들 지점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대구 달성보 주변은 아직은 심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내려와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강 전체가 심한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대구시 달성군 도동 나루터의 경우 주변 강 전체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온통 짙은 녹색이었습니다. 강 맞은 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정자 아래에서 쉬고 있던 마을 주민 일곱 분들은 보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이런 녹조는 없었다고 합니다. 흐르는 강물이었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매우 더운 여름에는 조그만 지천이나 저수지 등지에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곳 낙동강 본류에 이런 녹조는 처음 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낙동강 합천보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도동 나루터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아 정말 놀랐습니다. 4대강 공사로 강폭이 현저하게 넓어지고 유량도 풍부했지만 보 바로 위쪽 강물은 온통 녹색을 띄었습니다. 저도 현장 취재하면서 종전에 이곳에서 이렇게 심한 녹조를 본 적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보가 있는 곳의 갇힌 물은 아예 녹조가 층을 이루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돌맹이를 던지자 짙은 녹색 물감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류가 끼지 않은 물도 탁하기는 마찬가지로 맑은 물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습니다. 보 아래쪽 강물은 위쪽보다는 옅은 녹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보에 갇힌 위쪽 물은 조류 번식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아래쪽은 하류로 흘러 가는 물이다 보니 조류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낙동강 함안보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함안보는 합천보 보다 심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의 녹조 현상을 보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죽은 조류 등의 각종 부유물질이 거품처럼 떠 있어 한 눈에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원 본포 정수장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창원 등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도 양쪽 강가를 중심으로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녹조류가 심하게 번식해 정수장 유입구 쪽에서는 호스를 이용해 계속 물을 펌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가보지는 않았지만 달성보 위쪽 대구 시민들의 식수원인 강정보와 경북 구미 칠곡 김천 일대 주민들의 식수원인 구미보에서도 독성 남조류가 발생해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조류의 번식은 강의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총 인과 수온, 일조량, 유속과 유량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폭염과 유량도 조류 번식의 주요 인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주장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결론입니다.
현재 삼각한 조류 번식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보 주변 강물이거나 유속이 느린 지점입니다. 제 취재 경험으로 비춰봐도,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들어 봐도, 한경단체나 학계 등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봐도 의견은 일치합니다.
또 정부는 여름 가뭄 때문이라고 탓을 돌리지만 현장을 가 보면 이 또한 정확한 근거가 아닙니다. 대구 달성보와 경남 함안보를 가보면 강물이 보를 넘어 흐를 정도로 유량이 풍부합니다. 합천보도 거의 만수위를 보입니다. 심한 여름 가뭄이 아닙니다. 유량이 아직은 풍부합니다. 유례없는 폭염이라고 하지만 지난 해나 2년 전에도 몹시 더웠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앞으로 더 더워질 수도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 않습니까? 솔직해야만 문제 해결의 해답이 나옵니다.
낙동강의 조류는 독성 남조류 가운데 간암을 유발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종이 우점종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큽니다. 당장 정수에 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고도 정수처리를 해야 하지만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은 몇 곳 되지 않습니다. 또 정수 처리에 많은 약품을 투여하면서 생기는 2차 발암 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의 발생도 문제입니다. 또 있습니다. 이들 독성 조류가 죽어 강 바닥에 가라앉게 되면 제2, 제3차 분해로 독성이 발생돼 용존 산소 결핍으로 인한 물고기 및 수중 생물 폐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죽은 남조류가 뻘층을 형성해 수질 악화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오염원은 축적되고 강의 정화 능력은 약화되는 겁니다.
보 건설 이후 올해 첫 해에 이러한 극심한 조류가 발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 강의 자정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반복될 수 있기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취재하면서 경남도에 낙동강 수질 분석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공개하기를 꺼려 했습니다. 주 1회 조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 지고 있는데도 주 1회는 너무 안이한 대처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환경부도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측정 지점이 강 중심부의 수심 중간부에서 채수한다고 합니다. 조류의 특성상 햇빛을 받기 위해 낮에는 강 표면부로 떠오릅니다. 환경단체는 환경부의 의도적 수치 줄이기 꼼수라고 비판합니다. 지자체나 정부 모두 정직한 접근과 문제 해결 의지가 아쉽습니다.
송성준 기자sjsong@sbs.co.kr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은 올해 극심한 독성 조류의 번식은 '4대강 보 건설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한국 수자원공사와 환경부는 '폭염과 가뭄 때문'이란 해명을 하며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저는 사회부 부산 주재 기자로서 현장을 뛴 지 20년이 넘습니다. 해마다 태풍과 장마 폭우 가뭄 등으로 낙동강 취재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낙동강에 대해 나름 현장 지식을 꽤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저는 최근 여러 차례 낙동강을 살펴 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낙동강 중류 달성보에서 하류 창원 본포 정수장과 낙동강 하구언까지 다녀왔습니다. 녹조 현상 때문입니다. 올해 녹조의 가장 의미심장한 변화는 낙동강 녹조가 하류에 국한된 것이 아닌 중 상류까지 심각하면서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는 겁니다. 제 기억으로는 낙동강 녹조는 거의 대부분 낙동강 하구언을 시작으로 하류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녹조의 심각성을 리포트 한 것도 모두 이들 지점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대구 달성보 주변은 아직은 심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내려와 유속이 느린 곳에서는 강 전체가 심한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대구시 달성군 도동 나루터의 경우 주변 강 전체가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온통 짙은 녹색이었습니다. 강 맞은 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정자 아래에서 쉬고 있던 마을 주민 일곱 분들은 보가 만들어 지기 전에는 이런 녹조는 없었다고 합니다. 흐르는 강물이었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매우 더운 여름에는 조그만 지천이나 저수지 등지에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곳 낙동강 본류에 이런 녹조는 처음 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낙동강 합천보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도동 나루터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아 정말 놀랐습니다. 4대강 공사로 강폭이 현저하게 넓어지고 유량도 풍부했지만 보 바로 위쪽 강물은 온통 녹색을 띄었습니다. 저도 현장 취재하면서 종전에 이곳에서 이렇게 심한 녹조를 본 적도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보가 있는 곳의 갇힌 물은 아예 녹조가 층을 이루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돌맹이를 던지자 짙은 녹색 물감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류가 끼지 않은 물도 탁하기는 마찬가지로 맑은 물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습니다. 보 아래쪽 강물은 위쪽보다는 옅은 녹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보에 갇힌 위쪽 물은 조류 번식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아래쪽은 하류로 흘러 가는 물이다 보니 조류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창원 본포 정수장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창원 등지에 식수를 공급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도 양쪽 강가를 중심으로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녹조류가 심하게 번식해 정수장 유입구 쪽에서는 호스를 이용해 계속 물을 펌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제가 가보지는 않았지만 달성보 위쪽 대구 시민들의 식수원인 강정보와 경북 구미 칠곡 김천 일대 주민들의 식수원인 구미보에서도 독성 남조류가 발생해 수질 관리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조류의 번식은 강의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총 인과 수온, 일조량, 유속과 유량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폭염과 유량도 조류 번식의 주요 인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주장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결론입니다.
현재 삼각한 조류 번식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보 주변 강물이거나 유속이 느린 지점입니다. 제 취재 경험으로 비춰봐도,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들어 봐도, 한경단체나 학계 등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봐도 의견은 일치합니다.
또 정부는 여름 가뭄 때문이라고 탓을 돌리지만 현장을 가 보면 이 또한 정확한 근거가 아닙니다. 대구 달성보와 경남 함안보를 가보면 강물이 보를 넘어 흐를 정도로 유량이 풍부합니다. 합천보도 거의 만수위를 보입니다. 심한 여름 가뭄이 아닙니다. 유량이 아직은 풍부합니다. 유례없는 폭염이라고 하지만 지난 해나 2년 전에도 몹시 더웠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앞으로 더 더워질 수도 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지 않습니까? 솔직해야만 문제 해결의 해답이 나옵니다.
낙동강의 조류는 독성 남조류 가운데 간암을 유발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종이 우점종을 차지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큽니다. 당장 정수에 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고도 정수처리를 해야 하지만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은 몇 곳 되지 않습니다. 또 정수 처리에 많은 약품을 투여하면서 생기는 2차 발암 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의 발생도 문제입니다. 또 있습니다. 이들 독성 조류가 죽어 강 바닥에 가라앉게 되면 제2, 제3차 분해로 독성이 발생돼 용존 산소 결핍으로 인한 물고기 및 수중 생물 폐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죽은 남조류가 뻘층을 형성해 수질 악화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오염원은 축적되고 강의 정화 능력은 약화되는 겁니다.
보 건설 이후 올해 첫 해에 이러한 극심한 조류가 발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앞으로 강의 자정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 반복될 수 있기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제가 취재하면서 경남도에 낙동강 수질 분석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공개하기를 꺼려 했습니다. 주 1회 조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 지고 있는데도 주 1회는 너무 안이한 대처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환경부도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측정 지점이 강 중심부의 수심 중간부에서 채수한다고 합니다. 조류의 특성상 햇빛을 받기 위해 낮에는 강 표면부로 떠오릅니다. 환경단체는 환경부의 의도적 수치 줄이기 꼼수라고 비판합니다. 지자체나 정부 모두 정직한 접근과 문제 해결 의지가 아쉽습니다.
송성준 기자sjso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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