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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적 녹조 제거에 반대한다

지오마린 GeoMarine 2013. 8. 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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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임시적 녹조 제거에 반대한다 / 김범철

등록 : 2013.08.15 19:01수정 : 2013.08.15 19:01

김범철 한국하천호수학회장·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최근 녹조현상 발생 수역에서 인위적으로 조류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환경부의 의견에 대해 필자는 동의한다. 첫째 이유는 기술적으로 호수에서 조류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값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류세포는 크기가 작아 가라앉지 않고 물에 떠 있기 때문에 제거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든다. 부영양화는 선진국에서도 아직 흔한 수질 문제인데, 만일 손쉽게 조류를 제거할 수 있는 경제적인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그 기술을 적용하여 해결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기술이 가지고 있는 결론은 호수 내에서 조류세포를 제거하는 것보다는 유역의 인 배출을 줄여서 근원적으로 조류 성장을 줄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수면에 떠 있는 조류의 찌꺼기(스컴)를 걷어내지 않으면 이는 상수원의 수질 악화를 방치하는 행위라는 주장도 보도되고 있는데, 이것은 지나친 침소봉대이다. 넓은 수체에서 걷어낼 수 있는 조류세포의 양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조류 제거가 수질개선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다만 관광지에서 미관상 보기 좋게 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조류세포 가운데 일부만이 수면에 떠올라 스컴을 형성하는데 수천만t 용량의 저수지에서 수십톤을 걷어낸다고 한들 극히 일부분이다. 게다가 조류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하루에 20% 이상도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열심히 걷어낸다고 해도 조류의 성장속도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물이 마냥 풍부하다면 상류 댐의 물을 흘려보내는 것으로 해결하겠지만 이후에 물 공급 부족이 우려되어 시행이 제한적이다. 격리된 수체라면 응집제를 투입하는 방법이 경제성 있는 방법이지만, 유역이 넓은 하천에서는 비 한번 내리면 인이 다량 유입되어 곧바로 원상으로 돌아가 버린다. 만일 우리가 먹는 물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강물의 조류 제거에 투입할 여력이 있다면, 이를 정수장에서 취수한 물에 적용하여 수돗물의 질을 더 높이는 데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임시방편적으로 조류를 제거하는 것이 녹조현상의 현실 파악을 왜곡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동안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환경학자들은 부영양화한 강에 댐을 많이 만들면 정체 수역이 늘어나 녹조현상의 발생 가능 수역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여 왔다. 물에 조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양소인 인이 있어야 하고, 플랑크톤이 성장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느린 유속이 필요조건이다. 소양강처럼 인 농도가 낮은 물은 댐에 가두어도 녹조현상이 발생하지 않지만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중·하류처럼 하수의 영향을 받아 인의 농도가 높은 물은 정체하게 되면 녹조현상을 피할 수 없다. 부영양화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올바로 전달하고 대책에 박차를 가하여야 하는데, 현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수질 개선을 위한 투자의 우선순위가 밀려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조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을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하수처리장의 방류수와 농경지의 퇴비, 비료 등이 인의 주요 발생원인데, 하수의 인 제거 시설은 일부 처리장에만 설치되어 있고 아직도 많은 처리장에서는 비오디(BOD) 제거 위주의 재래식 하수처리만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 수준의 하수처리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부영양화의 실태를 드러내지 않고 쉬쉬한다면 이에 대한 투자가 점점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농경지의 퇴비 유출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대책이나 압력이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병은 소문내라’는 속담도 있다. 문제를 덮어 버리면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만일 녹조현상의 예측과 실태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토목공사비의 절반만 수질 개선에 투자하였더라면 작금의 녹조현상은 훨씬 경감되었을 것이다.

김범철 한국하천호수학회장·강원대 환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