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환경에서 생기는 녹조와 적조 현상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바다와 강에서 적조와 녹조 현상이 발생 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물 환경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물 속에 영양분이 과다하게 존재하면, 특히 무기영양염류 등이 과다하게 있으면 그 수역이 부영양화하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물속에 살고 있는 조류 같은 특정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물 환경의 정상적인 평형이 깨어져서 일어나는 현상을 적조 또는 녹조 현상이라고 한다. 이 현상이 바다에서 일어났을 때 적조라고 하며, 강이나 호수 같은 담수 환경에서 일어났을 때를 녹조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으며 인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과거 역사적으로 일어난 현상들은 대부분 자연적인 현상이며, 요즈음은 대부분 인위적 오염에 의해 일어난다. 적조 현상이 언제 처음으로 기록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으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집트 시대(기원전 1500~3000년)인 구약성서의 출애굽기를 인용하고 있다. 출애굽기 제7장 20~21절에는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이집트 파라오 왕에게 보인 첫번째 재앙이 기록되어 있다. “모세가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 앞에서 지팡이를 들어 나일 강 물을 내려치자 강물이 모두 피가 되었다. 강에 있는 고기가 죽어 물에서 썩는 냄새가 나서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다.”얼마 전 상영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이집트 왕자>에도 이러한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삼국사절요》와《삼국사기》에 신라 아달왕 8년인 161년에 바다가 붉어졌다는 적조를 설명하는 최초의 기록이 보인다. 또한 조선 태종 3년인 1430년에 경상도와 전라도의 남해 앞바다가 붉게 물들었다는 적조 기록을 볼 수 있다. 적조(red tides, harmful algal blooms)란 해양에 서식하는 식물 플랑크톤이 일시에 대량으로 증식하거나 물리적으로 집적되어 바닷물의 색깔을 붉게 변화시키는 현상이다. 특히 해수에 질소(N)와 인(P) 등의 영양염류가 과다하게 유입되어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해수의 온도가 21~26℃에 이르게 되면(주로 6월 중순에서 9월 하순) 바닷물 중에 식물 플랑크톤이 대량 증식하여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된다. 주로 부영양화된 해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담수호의 녹조 현상과 발생 원리가 같다. 특히 적조는 폐쇄성 내만 수역, 각종 배수유입이 많은 곳, 일사량이 풍부하고 안정된 수괴가 형성되는 곳, 바닥에 유기물질이 많이 퇴적된 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또한 물색이 변화되지 않는 낮은 유기물 농도에서도 발생하여 수산생물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적조 현상을 유해적조(harmful algal blooms: HABs)라고 한다. 이와 달리 녹조(green tide, water-bloom, 수화)란 호수 같은 담수 환경에 영양염류가 과다하게 있어 녹조류 또는 남조류가 대량으로 번식하여 물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해양에서의 적조와 비교하여 담수 적조라고도 부른다. 최근 낙동강, 대청호 등지에서 여름철 남조류가 대량 증식하여 물색을 변화시키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 일단 물에 유입된 과다한 영양염류는 수중 생태계에 계속 남아 있으므로 이를 제거하지 않으면 녹조 현상이 되풀이해서 나타나게 된다. 녹조가 발생하면 그 수역 물의 음용수로나 산업용으로의 이용이 제한되어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고 생태계도 파괴되며, 이 밖에도 사회, 경제, 환경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유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 활동의 증가와 경제 발달에 따라 연안수역이 부영양화됨으로써 1980년대 이후부터 적조 현상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적조 현상이 왜 발생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적조 원인생물이 매우 다양하고 이들 생물의 환경·생리 생태학적 특성이 매우 복잡하여 정확한 적조 발생의 메커니즘이 현재까지 완전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적조 현상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환경 조건으로는, 첫째 외양과의 해수 교환이 적은 폐쇄성 내만해역으로 영양염류 농도가 과다한 지역, 둘째 육지로부터의 생활하수와 강우의 유입, 해저퇴적물용출 등에 의하여 적조생물의 성장과 번식에 필요한 영양염류와 성장을 촉진시키는 비타민류, 철, 망간 등 미량원소가 바닷물 속에 풍부하게 녹아 있는 지역, 셋째 적조생물의 광합성 활동에 필요한 일조량이 충분하고 바닷물 온도(15~25℃)가 증식에 알맞고 안정된 수괴가 형성되는 지역 등이다. 적조 발생 메커니즘은 다양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으로, 특히 적조생물의 종에 따라 발생 메커니즘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적조 발생 원인을 밝히는 일은 생물의 내면적인 생리 생태적 특성, 해양환경의 변동과 해양기상 영향 등 복합적인 요인들의 특성과 이들의 상호관계를 해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적조가 생태계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알아보자. 첫째, 적조생물이 대량으로 번식하여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다 소모되고 나면 적조생물은 일시에 죽어 해저에 가라앉는다. 이에 따라 해수 중에 죽은 생물들의 유기물질의 양이 크게 증가되며, 세균이 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많이 소모하게 되어 해수순환이 활발하지 않은 여름철에는 바다 밑의 산소가 거의 고갈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무산소 환경은 어류 및 저서 생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저서 생태계가 파괴될 뿐만 아니라, 양식장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양식 어패류가 대량 폐사하게 된다. 둘째, 적조생물은 다량의 점액질을 세포 밖으로 분비하거나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종류가 많다. 이러한 점액질은 어패류의 호흡기관에 부착되어 어패류를 질식시키는 일이 많다. 특히 독성물질은 인간을 포함한 광범위한 동물에게 신경·근육 장애, 호흡 장애 등을 일으키고 종류에 따라서는 몇 시간 내에 어패류를 치사시킬 수도 있다. 또한 먹이사슬을 통하여 인간이 독성물질을 섭취할 경우 마비성 패류독 등에 중독되기 쉬운데, 구토, 시력 상실, 경련,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증세를 보인다. 마비성 패류독(Paralytic Shellfish Poisoning : PSP)은 와편모조류의 일종인 알렉산드리움(Alexandrium), 피로디니움(Pyrodinium), 김노디니움(Gymnodinium) 등의 적조생물이 생산하는 독성물질로, 이 독에 중독되면 마비 증세가 나타나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유독 플랑크톤이 발생하면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이매패류들의 몸 속에 PSP가 축적되는데, 패류 자체는 특별히 해롭지 않으나 사람이 독화된 패류를 섭취하면 중독이 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PSP에 의한 중독 사고로, 1986년 3월 부산에서 진주담치를 먹고 11명이 중독되어 2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조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는 1960년대 이후 시작되었다. 1961년 진해만에서 적조가 목격된 이래 1970년대 중반까지 주로 진해만 일대 내만에서 무독성의 규조류에 의한 적조가 발생했다가 곧 소멸되곤 했다. 1980년대에는 연안수역의 오염이 심화됨에 따라 외만으로 적조가 확산되고 기간도 장기화하는 양상으로 변하였다. 특히 1989년부터는 유해성 적조 발생으로 인하여 어패류 양식장에서 대규모 수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1995년 9월 말 남해안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조는 동해안으로 확산되었고, 양식중이던 물고기들이 대량으로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낙동강에서는 남조류의 대발생으로 녹조 현상도 나타났다. 적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발생지역과 횟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는 맹독성의 와편모조류인 피스테리아 피시스가 확산되어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럼 적조 발생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1995년 코클로디니움(Cochlodinium) 적조로 인해 약 764억원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자 정부 차원에서 적조방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절실했다. 이를 계기로 적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적조방제 대책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적조의 제어대책은 적조의 발생 그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적조발생 방지대책과 발생된 적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조 피해 경감대책으로 크게 구분된다. 적조 발생 방지대책을 살펴보면, 먼저 적조는 적조생물의 증식에 필요한 물질들이 많이 녹아 있는 부영양화된 수역에서 자주 발생하므로 해수의 부영양화가 얼마만큼 진행되었나를 판정한다. 부영양수역이라 판정되면 영양염류나 증식촉진물질을 많이 함유한 산업폐수나 가정하수의 유입을 철저히 규제하고, 양식장에서는 적정 양식으로 자가오염을 방지하여야한다. 다음, 육상과 양식장의 오염물질은 바닥에 쌓여 부패, 분해하면서 용존산소를 소비하고 각종 유독성 물질을 생성하므로, 바닥층을 청소하거나 물을 갈아 주거나 공기를 넣어 주어 어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적조 피해 경감대책으로는 물리·화학적, 생물학적 구제 방법이 있다. 우선 물리·화학적 구제 방법으로는 화학약품 살포법, 가압부상 분리장치에 의한 적조생물 회수법, 초음파 처리법, 오존 처리법, 황토 살포법 등이 있다. 다음, 생물학적 구제 방법으로는 식물 플랑크톤인 적조생물을 동물플랑크톤인 요각류나 섬모충류가 먹어치우게 하는 방법, 적조생물의 천적인 미생물과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법, 적조생물을 죽이는 생리활성물질을 해양생물에서 추출, 합성하여 이용하는 방법 등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적조 제어방법은 개발되지 않았으며 황토 살포에 의한 긴급 구제방법만이 시행되는 실정이다. 특히 미생물을 이용한 적조 구제방법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연구진에 의해서도 적조를 죽이는 천적 미생물들이 많이 분리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생리활성물질의 구조도 밝혀졌다. 이 방법은 대상적조생물에 대한 특이성이 높고 다른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므로 2차 오염이 없는 자연생태 조화형, 환경 친화적 적조 구제기술로서 앞으로 적조 제어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천적 미생물을 이용한 적조 구제법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현장에 응용하기에 앞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하는 안전성 시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1995년 남해안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의 해상 유류오염 사고와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일으킨 대규모 적조 발생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해양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오염방지 5개년 계획을 수립, 추진하였다. 또한 2005년까지 총 2조 9천여억원을 투입하여 하수처리장을 비롯한 환경 기초시설을 확충하는 등 육, 해상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정기적인 적조 예찰과 감시를 하고 있다. 해양관측위성을 이용한 원격 탐사를 통해 적조를 예측하고, 자동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적조 발생의 상황과 적조의 시·공간적인 변화 등을 신속하게 어업인, 유관 기관, 언론 등에 알리고자 적조상황실을 운영하여 적조로 인한 수산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적조 발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해양생물학뿐만 아니라 해양물리, 화학, 생리, 생태, 지질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야만 한다. 그래서 적조 연구를‘해양학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구의 역사를 1년이라고 한다면 인류의 역사는 겨우 4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40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바다의 광대함과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으나 지금은 인간의 이기적인 활동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우리 후손들에게 올바르게 물려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닌 하나이기 때문이다. [출처] 물 환경에서 생기는 녹조와 적조 현상 |작성자 박테리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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