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최면에 걸린 당신에게

박정희의 최면에 걸린 당신에게

모내기 하는 박정희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쥐었다.
그로 말하면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독재자였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우리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수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것 같다.

1910년 8월 29일, 한국은 일본에 나라를 잃었다.
모든 한국인이 일제의 종살이를 강요당했었다.
저들의 억압이 계속된 35년 동안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늘 한 가지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왜 우리에게는 인물이 없나?
강력한 의지로 우리를 잘 살게 이끌어줄 지도자가 왜 없나?’

상해임시정부에 기라성같은 인물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열악한 국내외의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과 분열을 겪을 뿐이었다.
원대한 포부를 가진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한국인의 염원은 더욱 깊어졌다.

1945년 8월, 해방과 더불어 해묵은 소망이 달성될 것도 같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쪽은 이승만, 북쪽은 김일성이 지도자로 부상했다.
당연히 남쪽의 우리 시민들은 이승만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꿈은 여물지 않았다.
도리어 시민들은 굶어 죽을 지경이 되었다.
3년간에 걸친 한국전쟁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나빠졌었다.

1960년 3월 15일에 재집권이 어려워지게 되자 이승만 정부는 최악의 수단을 선택했다.
그들은 부정선거를 통해 가까스로 권력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민심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이어 ‘4월 혁명’이 일어났고, 독재자 이승만은 역사의 무대 뒤로 쓸쓸히 사라졌지게 됐다.

그때 군인 박정희는 빈곤에 시달리는 민심의 소재를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경제개발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대통령 박정희는 군사혁명으로 권력을 쥐었고, 모든 매체를 이용해서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방전 일제가 만든 만주에서 다까끼마사오로 독립군 때려잡다가 해방후 군에 입대하여 남로당에 가입하고 여순사건당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이승만의 지원으로 군에서 권력을 쥐고있던 만주군 출신 백선엽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남로당 동지들을 팔았고 한국전쟁 후에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나라를 오로지 반공과 공포로 민중을 억압하고 세뇌 시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업적을 한껏 과장해서 끊임없이 선전했다.
그의 업적에 대한 과도한 찬양이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도 실리고 또 실렸다.

오늘날 많은 시민이 그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것은, 바로 박정희에게 세뇌되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박정희란 인물은 일종의 '정치적 주술사'였다.

그는 대중을 설득하고 동원하고 기만하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유치한 정치적 장난이었다.
예컨대 1960-70년대에 학교를 다닌 노인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의 감동적인 추억을 가진 경우가 많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

아침저녁으로 교정에는 국기가 오르고 내렸고, 그때마다 울려 퍼지던 이런 다짐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코끝이 시큰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나라도 없이 ‘2등 국민’으로 살아야 하였던 한국인들에게는 치유의 묘약이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충성을 다할 조국이 있다는 현실을 강조함으로써, 박정희는 자신을 믿음직하고 성공적인 지도자로 떠오르게 할 수 있었다.

국민들을 상대로 한 박정희의 세뇌작업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주입할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1968년 12월 5일에 그가 공포한 ‘국민교육헌장’이 좋은 본보기다.
그 첫 줄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고 못 박았다.
이런 구절이 포함된 국민교육헌장은 각종 행사 때마다 반드시 낭독하게 되어 있었다.
어린 학생들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신이 나기도 하는 표정으로 이런 구절을 외우게 되었다.

국민교육헌장에는 박정희의 정치적 주문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나라의 발전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라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되짚어보면, 이것은 아주 끔찍한 전체주의적 발상이었다.
민주적 가치의 전도였다.
개인보다 먼저 조국이 있다고 선언하였으니, 이런 발상의 근저에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가치를 드러내놓고 추구한 박정희는 독재자요, 군국주의자 곧 파시스트였다.
박정희는 시대착오적인 자신의 정치이념을 시민들에게 주입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박정희는 온 나라를 대표하는 존엄하고 친근한 가부장의 아이콘이 되었다.
모내기 철이 되면 그는 모심는 농부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었다.

물론 선전용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벼 베는 현장에도 그는 밀짚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논두렁에서 농민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랬다.
또, 공장과 다리를 비롯한 산업시설이 준공될 때마다 행사장에 빠짐없이 나타났었다.
이제 내 말만 잘 들으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잘 되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신화를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대통령 박정희는 나라를 위해 밤낮으로 바쁘다는 사실을 시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해 정치적 연출을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신문 지상을 뒤덮고 관제 언론 기관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의 언변에는 주술적 효과가 실렸다.

그러나 알고 보면, 박정희라는 사람은 성격도 소심하고 의심도 많은, 좀 허약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매체의 왜곡으로, 그는 누구보다 과감하고 태산처럼 과묵하며, 이순신처럼 영웅적인 구국의 인물로 조작되었다. 그보다 먼저 간 히틀러와 스탈린, 모택동만큼이나 박정희는 대중매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나라에는 박정희를 추종하는 세력이 상당하다.
역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계속되는 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도 장래가 어두울 것은 당연하다.
지나치게 소모적인 정쟁이 이어지는 것도 박정희에 관한 잘못된 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볼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아예 내놓고 이승만,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을 찬양한다.
윤씨가 과연 박정희의 주술과 망령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 근현대사의 불행을 둘러싼 진영 간의 극한적 대립을 유도해,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굳게 응집시켜 정치적 이익을 꾀하는 술책을 윤석열이 쓰다가 스스로 몰락했다.
박정희는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국론분열이야말로 망국의 근원”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는 국론을 양분하여 자신의 지지세력을 강화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박정희의 주술에서 깨어나 우리가 근현대사의 모순을 극복하는 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저들의 군국주의적인 성격, 반 인간적이고, 정파적인 파당성을 모두가 깨닫는 그 날은 반드시 밝아올 것이다.
주술적이고 군국주의적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행태를 그리워하며 이를 실현하여 영구 집권을 쾌했던 윤석열의 몰락이 모든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제 망국적인 주술적이고 군국적인 시대를 떠나 자유롭고 민주주의가 토착화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로 제2. 제3의 도약기가 다시 도래할것으로 확신 한다.

[펌] 백승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