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Rainwater

빗물, 오염원인가 상수원인가?

지오마린 GeoMarine 2008. 8. 3. 19:16

빗물, 오염원인가 상수원인가?  한무영 myhan@snu.ac.kr

 

성선설과 성악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거나 악한 심성을 타고난다는 것을 표현하는 데는 성선설과 성악설이 이용된다. 인간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답이 다르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적합성 여부는 철학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그러나 때 묻지 않은 아기의 웃음을 보면 인간은 모두 착하게 태어났다고 하는 성선설을 믿게 된다.

그러면 물은 어떠한가?
물은 타고 날 때부터 더러운 것일까? 아니면 깨끗한 것일까? 그 대답은 자연계의 물의 순환을 살펴보면 자명하다.
자연계의 물순환을 살펴보면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은 빗물이다. 빗물은 태양에 의해서 증발한 증류수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다. 그 이후 대기중이나 땅으로부터 여러 물질이 녹아들어간다. 빗물이 오물 위에 떨어지면 오물이 되고, 흙에 접해서 광물질이 녹아 들어가면 미네랄 워터가 된다. 그 후 오물이 섞이면 생활하수가 된다. 도로나 논바닥에 있던 오염물질은 비에 씻겨 하천에 흘러 들어가 하천의 오염원이 된다. 그 속에 온갖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서 바닷물이 되고 이물은 다시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빗물이 된다. 가장 쉬운 진리는 멀리 갈수록 더 많은 양의 오염물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은 타고 날 때부터 깨끗하다는 성선설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속에 녹아 있는 물질의 양이 얼마나 있는지는 간단하게 아는 방법은 물 1리터를 끓여서 증발시켜 남는 양 (총용존고향물: TDS)을 재보면 안다. 정상적으로는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였을때 남는 물질의 양을 보면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다. 자연계의 물순환과 그 중에 있는 물의 TDS는 다음 그림과 같다. 

▲ 물의 순환과 물속의 이물질의 양 (TDS)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제공

환경부의 빗물오염원 이론
최근 들어 환경부에서는 빗물오염원이란 용어를 세계최초로 만들었다. 비가 올 때 도로나 논 밭에서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들어가서 하천에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는데 돈을 써서 하천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이다. 과거 수년동안 수조원을 투자해도 하천 수질을 개선하지 못한 이유를 이제야 깨닫고 그 모든 원인을 빗물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는 과거 수천년 동안 내려 왔던 것인데도...

아마도 환경부에서는 원래 빗물은 깨끗한데 땅위에 있는 다른 오염물질 위에 떨어져서 전체가 오염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협조로 빗물관리를 통하여 하천수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빗물오염원이라는 말에서 '빗물=오염원'이라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물론 환경부에서는 빗물에 의해 발생하는 오염원을 빗물오염원이라고 했기로서니 무슨 문제냐고 할 것이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빗물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새로이 하고 빗물을 잘 활용하도록 시민과 국민에게 올바른 홍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번 양적으로 따져 보자. 일년에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빗물의 양은 1,290억 톤이다, 그런데 들어오는 오염물질의 양은 몇 톤이 되는가? 그 양이 13만 톤이라고 가정해도 백만분의 일 밖에 안 된다. 그 작은 양의 오염물질 때문에 빗물을 오염원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도로 위의 오염물질 같은 것은 사전에 도로청소나 오염원의 소스컨트롤과 같이 쉬운 방법으로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데도 그런 말을 들으니 더욱 억울하다. 이것을 보면 아마도 환경부는 물의 성악설을 주장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래서 모든 물은 환경부가 직접 처리를 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에 이런 경우 1?

일전에 환경부 공무원 중 한사람이 비리와 관련하여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때 환경부비리공무원이라고 하면 좋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경부= 비리공무원'이라고 들리기 때문에 매도하지 말라고 항변 할 것이다. 양적으로도 1만분의 일이 되지도 않고,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며, 사전예방도 가능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아마도 환경부에는 이런 예를 드는 것조차 못마땅해 할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런 경우 2?

어느 00 중학교에서 학생이 약간의 죄를 저질렀다고 하자. 이 아이를 00 중학교 비행청소년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은가? 그 수는 1,000명 중의 한사람도 안된다. 00 중학교의 구성원 전체는 물론 중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 모두가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항의를 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빗물의 경우는?

그런데 빗물에 대하여 나쁜 말을 하면 아무도 항의하거나 편들어 줄 사람이 없다. 그러나 사실은 빗물이야말로 자연계의 모든 물과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은 물론 동식물도 빗물이 없으면 당장 전멸할 것인데도,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이 먹고 살수 있는 근본이 되는 물인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더욱 억울한 것은 환경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조차 이런 식으로 왜곡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억울하다.

환경부에 대한 건의

비점오염원에 관심을 가지고 빗물을 올바로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늦었지만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빗물을 내린 그 자리에서부터 모아서 잘 관리하면 수질오염은 물론, 물부족의 해소, 홍수방지, 그리고 환경의 회복이라는 다목적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어느 수질적인 한 가지 효과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수량과 환경 그리고 안전까지도 포함한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충족시키는 범정부적 차원의 다목적 빗물관리를 더욱 추진하여 주기를 당부한다.

빗물오염원 대신 빗물상수원

그러나 환경부에서 도입하고 있는 빗물오염원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의 빗물의 인식에 미치는 중요성이나 오염원의 양적, 질적 특성 등을 생각할 때 적절하지 않다. 국내는 물론 국외의 학계나 기술계에서는 이러한 용어가 검증되지도 않았고 통용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빗물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용어를 선정하여 사용하도록 건의하는 바이다. 빗물은 갓난아이와 같이 태생적으로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신 빗물상수원의 용어를 제안한다. 다른 어느 상수원에 비해 이물질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물이고, 우리가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댐이나 하천의 수원도 알고 보면 바로 빗물이기 때문이다.

한무영 교수(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