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많이 먹으면 물 부족, 적게 먹으면 물 풍족?
물 부족 국가의 근거
정부나 언론에서 잘 인용하는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갚의 근거는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인구행동연구소 (PAI)의 보고서이다. 한 사람이 일년간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을 기준으로 1500톤보다 작으면 물 부족 국가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년에 1500톤이라는 수치가 너무 커서 감이 잘 오지 않지만 하루의 수치로 만들면 이해가 쉽다. 1500톤/365일 = 약 4.1톤, 즉 4,100리터인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생활용수로 하루에 300리터도 안 쓴다. 그 차이가 너무나 큰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미국의 보고서니까 맞겠지 하고 넘어간다. 사실상 이 수치는 생활용수만이 아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농업용수까지 합친 것이다. 식량 1톤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다음 표와 같다. 그런데 이 수치를 만든 가정치는 우리의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야 한다.
쇠고기 20,000톤
돼지고기 4,000톤
닭고기 2,000톤
쌀 1,900톤
밀 1,000톤
옥수수 1,000톤
콩 1,500톤 (이 수치는 각종 문헌자료에 나온 값의 중앙치임)
서양의 식단
고기를 잘 먹는 서양 사람들의 하루 식단을 임의로 가정하여 보자. 쇠고기 300그램, 빵 300그램, 그리고 야채, 과일이다. 표와 이 수치를 이용하여 필요한 물의 양을 계산해 보면 쇠고기 6톤, 밀은 0.3 톤이다. 서양과 같이 쇠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사람은 하루 6.3 톤의 물보다 적으면 물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의 식단
우리의 전통식단을 보면 쌀을 주식으로 하고 고기, 야채, 해산물 등 여러 가지 반찬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고 바다에 가까워서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런데 물에서 자라는 해초류나, 조개류, 또는 생선류 등 해산물을 생산하는데 별도로 들어가는 물은 없다. 이 표에 의하면 해산물 1 톤에 필요한 물의 양은 0톤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식단을 가정하면, 쌀 300 그램이라고 가정하면 0.6톤이고, 육류의 소비가 적으니 필요한 물의 양은 생활용수, 농업용수 다 합해도 전체 1톤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습관, 식단자체가 물 절약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물 부족의 근거로 내세운 수치는 우리의 실정과 다르므로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쌀의 가치의 재평가
쌀에는 물 관리에 있어서 엄청난 순기능이 있다. 다른 곡물은 다들 물을 소비하는 쪽으로 가는데 쌀만은 물을 소비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더 좋은 기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쌀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논이 그대로 빗물 모으기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여름에는 빗물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는데, 논에 빗물을 모아두면 갑자기 내려가는 홍수를 막을 수 있고, 또 겨울에 물이 없을 것을 대비하여 지하수를 보충하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물 관리에는 여름에는 물을 많이 소비해 주고 가을에는 물을 적게 사용하는 쌀농사가 효자 노릇을 한다.
다시 말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쌀이란 단지 물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목적의 기능으로 물 문제를 해결해 준다. 보고서에 나온 이 수치는 지하수를 퍼 올려서 쌀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만들어낸 수치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불합리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홍수와 건천화가 진행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논이 없어짐으로 해서 빗물을 모으기 위한 저장조가 해마다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규모 영농은 쌀 생산은 많이 할 수 있어도 전국적인 물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한다. 전국에 산재한 조그마한 논들이 이러한 빗물의 저장과 침투시설의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쌀 수입을 강요하는 외국에게 우리나라에 있어서 쌀과 논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려주고 설득해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몬순지역에서는 논이 없어지면 물관리가 엉망이 되어 생태계가 파괴되고 사람도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된 다는 사실을 그들은 본적이 없어서 이해를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계속 밀어 붙여서 논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없어지는 논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빗물의 저류, 침투시설을 계속하여 확충하는 일이다.
식단의 한류 (韓流)가 세계 물분쟁의 해결사
UN의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전 세계는 물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PAI의 보고서를 다시 해석하면 물부족은 쇠고기 등 육류를 주로 먹는 서양의 식습관 때문이다. 전 세계의 물부족을 해결하기위하여 우리의 물 절약형 식문화 습관를 가르쳐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물을 적게 소비하는 식단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물절약형의 전통식단은 세계의 물부족과 그에 따른 물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이며 또 다른 차원의 한류 (韓流)를 불러올 수 있다. 다시 한번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머리가 숙여진다.
한무영 교수(서울대 빗물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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