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Rainwater

빗물을 저장하여 활용하면 집값이 오르고 관리비가 절약된다.

지오마린 GeoMarine 2008. 8. 3. 19:22

 지난달 초 ‘빗물 이용을 위한 시민 모임(People for Rainwater)’이라는 일본 시민단체 관계자 10명이 서울을 찾았다. 서울 자양동의 주상복합아파트단지인 스타시티의 빗물 이용 시설을 견학하기 위해서였다. 방문단에는 빗물 이용의 세계적 전문가인 마코토 무라세 박사와 ‘빗물과 당신’이라는 환경 전문 잡지 편집자, 빗물탱크 업체 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스타시티를 둘러본 뒤 “일본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시설”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14개국 관계자도 이곳을 견학했다.

세계의 빗물 전문가를 놀라게 하는 스타시티의 비밀은 무엇일까. 스타시티는 건국대 소유의 야구장 부지에 2006년 6월 완공된 주상복합 아파트. 58, 50, 45, 35층짜리 건물 4개 동에 1310가구가 입주해 있다.

◇연간 4만t 빗물 재활용=이 아파트는 지난해 3월 이후 단지 한가운데 있는 중앙공원의 조경 용수, 분수 및 실개천과 공용화장실(지하 1층 및 지상 1층) 용수로 빗물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단지에선 이런 용도에 수돗물을 쓴다. 1년간 재활용한 빗물은 4만t. 오피스텔 133가구를 포함해 전체 1310가구에서 1년간 쓴 수돗물(20만t·1억6000만원 상당)의 20%에 해당한다.

스타시티의 부지는 6만2500㎡이지만 바닥(4만5000㎡)과 건물 옥상(6200㎡)에서 빗물을 모을 수 있는 면적은 5만1200㎡에 이른다. 지하에는 옥상 빗물, 바닥면 빗물, 비상용수를 각각 저장하는 1000t짜리 콘크리트 탱크 3개가 설치돼 있다.

이 부지에 빗물 이용 시설 도입을 제안한 것은 관할 광진구청이었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폭우가 내릴 때 이곳보다 저지대인 한강변 주택가가 침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광진구는 스타시티 측에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할 경우 용적률 3%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스타시티가 빗물 이용 시설을 짓지 않을 경우 광진구와 서울시는 홍수 예방 시설을 강화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시 ‘친환경건축 기준’에 따르면 신축 건물이 건축면적의 5%(또는 대지면적의 2%) 이상인 용량으로 빗물 탱크를 짓는 경우에 기준용적률의 4% 이내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국내의 빗물 전문가인 서울대 한무영(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의 소장이며 국제물협회(IWA) 빗물 모으기 분과 위원장도 맡고 있다.

◇지하 콘크리트 탱크에 빗물 저장=빗물 이용 시설을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4억6000만원. 지표면 지하에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집수 및 배수 장치를 까는 데에 대부분 들어갔다.

 

옥상의 빗물 집수 배관 설치나 지하층 콘크리트 타설은 다른 아파트에서도 비슷하게 한다. 다만 다른 아파트들은 옥상에서 모은 빗물을 그냥 하수도로 흘려 보내고 지하에 콘크리트 탱크를 만들지 않고 그냥 콘크리트로 채운다는 게 차이점이다. 한 교수는 설계에 참여한 인연으로 이곳에 입주를 해 빗물 재활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 교수는 “공공기관의 빗물 재활용률이 27% 정도인 데 반해 스타시티의 빗물 이용률은 66%에 달한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주민 전용 사우나·수영장을 짓고 여기에도 빗물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댐이나 빗물펌프장 같은 시설과 달리 빗물 이용 시설은 주민과 이웃·지방자치단체가 적은 비용으로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한국도 물 부족 국가인 만큼 아까운 빗물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성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