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이 최근, 다가오는 2012년 개최될 제3회 경남고성공룡엑스포에서 빗물과 함께하는 엑스포를 컨셉으로 설정하고 ‘빗물도 자원이다’는 인식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전문가를 초빙한 특강을 여는 등 빗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는 가운데 고성인터넷뉴스 자유게시판에는 어떤 독자로부터 ‘대한민국은 물 부족국가가 아닌 물 관리 부족국가’라는 글이 올라와 그 전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는 유형기 님의 글 全文입니다.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이런 말을 들어 봤을 것입니다. 여러 언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며, 집에서 주부들도 식구에게 이렇게 말하며 물을 아껴 쓰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그래서 모두들 물을 펑펑 쓰면서도 내심 '이렇게 물을 낭비하면 안 되는데....'라는 죄책감 비슷한 것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둘레를 보세요. 도시에 사는 사람 누구 하나 물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얼마든지 나옵니다. 그리고 여름철 지루한 장마 기간 동안 날마다 지겹게 비가 내리고, 그 물이 흘러넘쳐 홍수가 나는 것을 보며 과연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가 한번쯤 의심해 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정보와 실제가 따로 놀고 있는 셈이지요.
도대체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은 어디서 흘러나온 것일까요? 이는 미국의 한 사설 인구연구소(PAI, Population Action Institute)에서 인구 폭발을 경고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인구 증가에 따라 줄어드는 1인당 이용 가능한 물, 국토, 에너지량 등'을 표시한 지표입니다.
즉 인구가 폭증하는 제3세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만든 지표를 인구가 안정되거나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적용한 것이지요. 오히려 2006년에 유네스코(UNESCO) 등 유엔 기구들이 발표한 각 나라의 물 빈곤지수(WPI, World Povert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물 사정은 147개 국가 가운데 43위로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물이 부족한 나라도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물 사정과 비교한다면 그 나라들에서는 물을 아껴 쓰기 위해 엄청난 엄살과 호들갑을 떨어야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우리는 물 부족 국가이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돈을 요구하고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는 마치 여기저기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면서 돈이 없다며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철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물 부족 양은 얼마나 될까요. 건설교통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일 년 동안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빗물의 총량은 1,276억 톤입니다. 이 중에서 545억 톤은 대기로 증발해 버리고, 나머지 731억 톤은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거나 강과 바다로 흘러갑니다. 이를 다시 나눠보면, 바다로 흘러가는 양이 약 400억 톤이고, 지하수를 비롯해 댐 물, 강물 등 우리가 이용하는 수자원의 양은 약 331억 톤 정도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인구와 물 사용량을 과학적인 근거와 통계학으로 추정한 값을 보면, 앞으로 30년 뒤에는 약 30억 톤 가량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합니다. 사용 할 수 있는 수자원 331억 톤에서 30억 톤이라는 양은 엄청난 숫자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30억 톤이라니요!
하지만 다시 생각을 바꿔보면 떨어지는 빗물의 총량인 1,276억 톤과 비교해 보면 30억 톤은 고작 2%에 지나지 않습니다. 증발해서 날아가는 545억 톤의 물 일부를 날아가지 못하게 덮어두거나, 바다로 흘러가는 400억 톤의 물 일부를 가둔다면 30억 톤 정도는 차고 넘치게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다시 한 집의 예로 들어볼까요. 이 집 가장의 연봉은 1,276만 원인데, 이 빠듯한 수입에 기대 살아야 하는 집에서 대부분의 수입을 엉뚱한 곳에 다 써버리고 331만 원을 가지고 집안 살림을 꾸려가야 한다면 늘 적자에 시달리겠지요. 하지만 만일 엉뚱한 곳에 낭비해 버렸던 액수를 줄이고 이를 믿을만한 은행에 저축하고 잘 관리한다면 얼마든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흑자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빗물을 모으고 관리한다는 것은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지식에 근거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전 국민이 받아들여 실천에 옮기는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바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입니다.
자, 이제 처음 던졌던 의문은 '우리나라가 과연 물 부족 국가인가?'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관리를 잘 못하는 나라라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인줄 알고 괜히 주눅이 들었다면, 이는 마치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정말 자신이 능력 없는 사람인 줄 알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의 앞날에는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의 나라 사설연구소의 말 한마디에 정말로 그런 줄 알고 호들갑을 떠는 정부에는 패러다임을 바꿔 생각해 보는 비전을 품을 여지가 없습니다.
컵 안에 물이 절반 담겨 있을 때 '이제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생각 차이에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합니다.
그렇습니다. 만일 물 부족 시대가 현실로 닥친다 해도 우리에겐 이런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빗물이 있다, 이 빗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이런 자세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