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목마른 한반도, 빗물이 대안이다
박수현 (사)자연보호충남협의회 사무처장 2009년 03월 19일 (목) 지면보기 | 20면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올 겨울 가뭄은 다른 어느 때보다 극심했고 해마다 그 정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뭄으로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을 보면서도 우리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물건을 아낄 줄 모르고 흥청망청 낭비하는 경우를 가리켜 '물쓰듯 한다'라고 할 정도로 물에 관한 한 우리는 부족한 줄을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 의식 속에는 ‘설마 우리에게 물이 떨어질 일이 있겠는가'라는 막연하고 낙관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올 겨울 경상도와 전라도 그리고 충청도의 내륙까지를 포함하는 남부지방의 가뭄은 강원도까지 북상하여 결국 태백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그야말로 물을 둘러싼 생존의 문제로까지 번져나갔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식수조차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문제는 UN이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했던 일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몇 년 전 ‘세계적 빗물박사'로 유명한 서울대학교의 한무영 교수를 초청하여 특강을 개최하고 몇 군데 빗물 저장 및 활용시설을 둘러 본 적이 있다. '빗물중학교'로 통하는 경기도 의왕시의 '갈뫼중학교'를 가보고 느낀 점이 많다.
이 곳에는 120톤을 모을 수 있는 60톤짜리 빗물 탱크 두 개가 주차장 지하에 묻혀 있다. 학교의 땅을 한 뼘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청소와 화단가꾸기 등에 사용되는 그 많은 물을 빗물을 모아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학교 옥상에 떨어진 빗물을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빗물관 홈통에 간단한 필터를 끼우고 주차장 지하에 물탱크 정도를 묻고 이제는 연속극에서나 볼 법한 손 펌프 한두 개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일 년 내내 받아 쓸 수 있다니 이렇게 수지맞는 장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정부도 수자원의 양을 관리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대규모의 댐을 건설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다보니 많은 건설비용과 시간의 소요는 물론이고 주민갈등과 생태계 훼손 등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치며 난관에 봉착해 있다. 결국 우리나라 수자원의 특성상 홍수기에 물을 모아 두었다가 갈수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는 양 관리 정책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대형 댐의 건설이 비효율적이라면 갈뫼중학교의 경우와 같이 소규모 빗물저장시설을 많이 만들어 활용하는 것을 바람직한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시는 얼마 전 '유엔환경계획(UNEP)-서울대 빗물연구센터'와 '빗물 도시'(Rain City)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수원시는 이 협약에 따라 2012년까지 모두 120억 원을 들여 관공서 등 공공부지에 매년 2곳씩 시범적으로 빗물 저장 시설 8곳을 설치하기로 하고 학교와 기업 등이 빗물저장 시설 설치를 희망하면 1곳당 공사비의 절반가량인 최대 1000만 원까지를 지원하기로 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사실 우리도 2001년부터 빗물 이용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는 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빗물 이용은 모든 국민에게 유리한 일이지만 댐 건설에 주력하는 정부로서는 귀에 거슬리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적인 물 부족문제의 해결의 중심에 '빗물이용'이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집집마다 그리고 공공시설마다 빗물탱크 하나씩을 보급하고 설치하는 일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자원을 우리 후손에게 마련해 주는 일이다. 이제 각 지방자치단체가 '빗물이용 조례'와 '빗물 관리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 등을 만들어 실천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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