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Rainwater

올해 봄비는 200억원 가치… 돈 되는 빗물 재활용

지오마린 GeoMarine 2012. 6. 1. 07:28

올해 봄비는 200억원 가치… 돈 되는 빗물 재활용

입력 : 2012.05.16 03:03

주상복합 저수조에 빗물 저장, 조경용수·소방용수로 활용해… 공용 수도료 200원으로 줄어
빗물, 약수보다 불순물 적고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데 수돗물보다 전기 사용량 적어

서울 광진구 자양동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 지하에는 넓이 1500㎡, 깊이 2m의 대형 저수조가 있다. 3000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이 시설은 5만㎡에 이르는 스타시티 건물 곳곳에 설치된 배수구에서 보내온 빗물을 모아두는 곳이다. 저수조 빗물은 건물의 공용화장실이나 화단을 관리하는 데 사용하고, 비상시에는 소방 용수로도 쓸 수 있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빗물연구센터장)는 "스타시티는 아파트 입주자와 상인, 상가 방문객, 지역 주민을 모두 고려한 이상적인 빗물 관리의 형태를 제시했다"며 "빗물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스타시티의 빗물이용 사례는 세계적인 물관리 전문잡지 '워터 21'에도 소개됐다.

빗물의 변신…공용 수도료 200원이면 OK

스타시티 지하 빗물 저수조는 항상 3분의 2만 물이 차 있다. 여름철 집중폭우와 침수에 대비해 1000t가량의 여분을 남겨둔 것이다. 스타시티 관리사무소 측은 "100㎜의 집중호우가 내려도 끄떡없다"고 설명했다.

저장된 빗물 2000t 가운데 절반은 스타시티 내 조경용수로 사용된다. 공용 화장실 물도 빗물을 재활용한다. 덕분에 입주자들의 공용수도 요금은 한 달에 가구당 200원으로 크게 줄었다. 1000t은 소방용수로 사용된다. 10t 규모의 용수를 나르는 대형 소방차 100대 분량에 해당한다. 인근의 아파트 밀집지역과 주택 지역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곳에서 쉽게 소방용수를 보충할 수 있다.

스타시티는 대학 야구장 부지에 세워졌다. 이전에는 땅에 떨어진 빗물은 바닥으로 스며들어 없어졌다. 하지만 도심 건물 지하에 이처럼 저수조를 설치해 빗물을 관리하면 집중폭우가 내릴 때 빗물을 가뒀다가 필요한 때 공짜용수로 활용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깨끗한 빗물은 가장 맛있는 물

얼마 전만 해도 빗물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먹을 수도 없고 홍수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오해를 뒤집는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눈을 감고 빗물과 수돗물, 병에 든 생수를 마시게 했더니 빗물을 가장 맛있다고 평가한 참가자가 가장 많았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오염되지 않은 빗물은 아주 깨끗한 축에 속한다. 물속에 녹아있는 불순물 농도는 통상 빗물은 5PPM, 흐르는 물은 30PPM, 정수장 60PPM, 우물은 400PPM 정도다. 물맛 좋기로 으뜸이라는 강원도 오색약수의 경우 불순물 농도가 240PPM인 반면, 빗물은 오염된 대기를 통과한 경우에도 10~20PPM에 그친다.

단순히 물맛뿐 아니다. 빗물은 공기 중의 더러운 먼지를 씻어내는 천연 공기청정기 역할을 수행한다. 공기 중 먼지와 이산화질소의 농도는 비가 온 뒤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김백조 국립기상연구소 정책연구과장은 지난달 25일 '강수의 경제적 가치 평가 워크숍'에서 "올해 내린 봄비의 가치는 최소 212억6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또 "수자원 확보라는 측면에서 올봄 국내에 내린 비 1㎜당 7억원의 가치가 있다"며 "하루에 205억원 이상의 대기질 개선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빗물 중 26%만 재활용

아직까지 국내 빗물 이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의 총량은 연간 1297억t. 이 중 대기로 증발되는 양 등이 544억t이고, 그냥 바다로 흘러가버리는 양도 420억t이다. 사용 가능한 양은 333억t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빗물 총 이용량이 40%인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 낮은 편이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연 강수량을 1300㎜로 보면 지붕 면적을 100㎡로 만들 경우 연간 100t가량의 공짜물을 모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는 4인 가족 1가구 기준으로 80일을 쓸 수 있는 양이다.

빗물을 생활용수로 전환하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빗물 1t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는 데는 전기 0.0012kWh가 들어간다. 일반 수돗물 1t을 만드는 데는 그보다 전기가 200배가 더 든다. 생활하수를 다시 물 1t으로 만드는 데는 빗물보다 1000배 가까운 전기가 더 들어간다.

최근 국내에선 버려지던 빗물의 경제성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레인시티'를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수원과 아산 탕정 신도시가 레인시티를 표방하고 빗물 관리 시설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