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05 03:02
[지붕 등 빗물 땅으로 흡수 안되는 면적에 비례해 요금 부과]
市 "저지대 침수 막을 방안"
- "빗물 재활용 시설 건설 등 주민들 불투수 면적 축소할 것"
시민단체는 반발
- 도시화로 불투수 면적 48%… "서울시가 개발 다 해놓고 부담은 시민에게 떠넘겨"
서울시가 불투수(不透水) 면적에 비례해 빗물 처리 비용을 하수 처리 요금으로 추가 부과하는 '독일식 빗물세'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4일 밝혔다. 불투수 면적은 콘크리트·아스팔트 등이 깔려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부분을 뜻한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불투수 면적이 늘어나 집중호우가 내리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저지대로 흐른다. 이에 따라 저지대 침수 피해가 커지자 이를 해소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불투수 면적이 많은 곳에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서울시가 고려하는 방식은 '독일식 빗물세'다. 상수도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하수도 요금에 불투수 면적에 따른 빗물 처리 요금을 물리는 것이다.
독일은 지난 2000년부터 빗물세를 매겼다. 빗물을 땅속으로 흡수하는 투수 면적이 크거나 빗물을 재활용하는 시설이 있으면 그만큼 빗물세를 적게 낸다. 독일에서는 불투수 면적 1㎡당 연간 2850원을 부과한다. 보통 콘크리트, 아스팔트, 건물 지붕 등을 불투수 면적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300㎡ 부지에 세운 단독주택이 건물 지붕 100㎡, 주차장 50㎡, 콘크리트 주차장 진입 도로 50㎡, 마당 잔디밭 100㎡로 이뤄져 있다면 불투수 면적은 200㎡. 이에 해당하는 빗물세를 내야 한다. 1㎡ 당 2850원으로 계산하면 이 주택 소유자는 57만원을 매년 빗물세로 내야 한다. 빗물세는 면적에 따라 부과하기 때문에 아파트에 살면 가구당 면적이 작아 오히려 요금이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하수도 요금에 빗물 처리 비용을 포함시켰다. 하수 1t당 382원을 받는데 이 요금의 32%는 빗물 처리 비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투수 면적에 따라 빗물이 하수도로 흘러가는 양이 다른데 빗물 처리 비용이 하수도 요금에 획일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도시화로 불투수 면적 비율이 1962년 7.8%에서 2010년 47.7%로 급증했다. 땅으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이 저지대로 몰리면서 침수 피해가 자주 일어났다. 서울시는 "하수관 확장과 빗물펌프장을 신·증설하면서 침수 피해를 줄이려 했지만 최근 국지적 집중호우가 늘면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불투수 면적 자체를 줄이려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빗물세를 도입하면 주민이 스스로 불투수 면적을 줄이거나 빗물 재활용 시설을 만들려는 노력을 벌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불투수층이 늘어난 원인 제공자는 서울시"라며 "서울시가 빗물 저류 시설이나 지하수 침투 시설을 만들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서울시가 지난 수십년간 불투수 면적이 늘어나도록 도심 개발을 추진하고서 이제 와서 침수 피해에 따른 부담을 시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도 신중한 입장이다. 김학진 서울시 물재생계획과장은 "빗물 처리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5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연다.
☞빗물세(Rain Tax)
지표면으로 비가 흡수되지 않는 불투수 면적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는 것. 빗물 투수 면적이 많으면 그만큼 하수도로 흘러드는 우수(雨水)에 대한 요금을 덜 매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