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구만들기/물과 우리

차의 기원

지오마린 GeoMarine 2013. 4. 3. 18:36

“무슨 차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은 커피, 녹차, 홍차, 대추차 등 다양할 것이다. 외국 비행기에 탑승해보면 스튜어디스가 상냥하게 묻는다. “Would you like tea or coffee?" 보통 tea를 선택하면 홍차가, coffee를 선택하면 드립 커피가 제공된다. 영어의 차(tea)에는 coffee가 포함되지 않는다.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를 가공하여 만든 음료이므로 차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출처: gettyimages>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하여 음료로 마시는 것을 말한다. 커피, 코코아와 더불어 세계 3대 기호음료로 불리며, 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출처: gettyimages>

 

영어의 tea와 우리나라의 차가 다른 개체인 것일까? 이는 차에 대한 의미의 적용이 각 나라마다 다양하게 쓰여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차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차는 차나무의 잎을 가공하여 음료화 시킨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는 마실 수 있는 모든 음료를 차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를, 대추차는 대추나무 열매를 가공하여 만든 음료일 뿐 차라고 부를 수 없다. 차나무 잎이 없으면 차는 없다.

차의 기원은 중국

차의 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차의 기원에 대해서 각 나라마다 약간씩 다른 이견1)이 존재하나, 중국이 기원이라는 의견이 가장 일반적이다. 차나무의 학명은 카멜리아 시넨시스 린네 오 쿤츠(Camellia sinensis(L.) O. Kuntze)이다. 여기서 sinensis는 ‘중국의’라는 라틴어이고, camellia는 ‘동백나무’라는 뜻으로, 곧 ‘중국의 동백나무’라는 뜻이다.

차나무는 중국의 서남부 지역인 운남, 귀주, 사천 등지가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다. 이 일대는 아열대기후 지대로 연중 내내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위에 민감한 차나무가 생장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약 20개의 성(省) 200여 곳에서 수령(樹齡)이 800년 이상 된 야생대차수2)(野生大茶樹)가 계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2004년에는 린창시 봉경현에서 수령이 3200년 된 재배형 야생대차수가 발견되어 최소 3200년 전에 차나무가 재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형태구조학상으로 볼 때 차나무는 백악기와 제 3기 빙하시대의 동백나무과 동백나무속 고등피자식물로, 그 시원(始原)은 거의 10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빙하기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멸종되었지만 중국의 서남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기온이 높아 차의 생존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린창시 봉경현에서 발견된 3200년 전의 야생대차수나무.

야생대차수의 주간(株間). 두 세사람이 안아야 할 정도로 큰 야생대차수의 줄기 부분이다.

차 이름의 두 가지 갈래

중국이 차의 기원임을 부인할 수 없는 또 다른 증거는 바로 차 이름 자체에 있다. 세계에서 차를 의미하는 말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cha’와 ‘tea’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서유럽 국가들은 ‘tea’, 한국, 일본, 러시아, 이란, 티베트와 같은 국가에서는 ‘cha’로 부르고 있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른 발음으로 쓰여지고 있으나, 결국은 ‘cha’와 ‘tea’에 그 근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cha’와 ‘tea’는 바로 중국의 차에 대한 방언이다. 복건성(福建省)과 광동성(廣東省)은 차의 집산지로 중국 전역에서 만들어진 차는 이곳으로 모여 시장을 형성하였다. 그런데 육로를 통해서 이루어진 무역, 즉 육로로 차를 수입한 나라들은 광동성의 발음인 ‘cha’에, 해로를 통해 차를 수입한 서유럽 국가들은 복건성의 방언인 발음인 ‘ti’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차를 불렀다.

광동어계(육로)- cha

복건어계(해로)- ti

차는 언제부터 마셨을까

중국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신농(神農)이 수백가지 풀을 먹다 독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고 어느 나무 밑에 쓰러져 있었다. 그 때 바람을 타고 푸른 잎사귀 하나가 신농의 입으로 떨어졌는데, 이 잎을 먹자 정신이 맑아지고 모든 독이 해독되었다.”

복건성 무이산의 찻잎. 무이산은 빼어난 경치와 희귀한 야생 동식물, 그리고 품질 좋은 차의 산지로 유명하다.


B.C 2500년경에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신농(神農)은 농업의 신, 지혜의 화신으로써 전설 속 인물이다. 신농이 실존인물이라면 차를 이용한 최초의 인물로써 차의 이용은 최소 5000년 전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차의 이용에 관한 문헌으로 동진(東晋)시대의 상거(常璩)가 쓴 [화양국지(華陽國志)]에는 “주 무왕때 중국 남방 파촉지역에 향기나는 차가 있다.”와 “주나라 무왕에게 파촉지역의 차를 공납하였다.” 등 여러 기록이 있다. 파촉지역은 현재의 운남, 귀주, 사천 등지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야생대차수가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지역이다. 차를 공납하기 위해서는 차를 가공하여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3000년 전에 이미 차의 재배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차의 소비는 주나라 무왕 이후로 점차적으로 북쪽으로 이동하여, 장강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확산되었으며,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이후에는 중국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780년 쓰인 세계 최초의 차 전문서적 [다경(茶經)]은 중국이 차를 주변국가에 알리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다경]은 당나라의 문인 육우(陸羽)가 기존의 서적을 정리하고, 직접 차산지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을 수년에 걸쳐 정리한 책이다. 책의 내용이 매우 체계적이고 종합적이어서, 당대(當代)의 차문화뿐만 아니라 당나라 이전의 차문화도 알 수 있게 해준다. 다음은 다경에 언급된 야생대차수에 대한 묘사이다. “차는 남방의 아름다운 나무라. 한자, 두자 내지 수십자에 이른다. 파산과 협천에 두 명이 함께 안아야 하는 것도 있고, 베어서 잎을 딴다.” 파산과 협천은 중국 서남부의 운남, 귀주, 사천성 지역으로 차나무의 시원지(始源地)이며, 두 사람이 안아야 할 정도이니 차나무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다경의 또 다른 가치는 차문화의 전파이다. 다경은 중국의 일반인들에게 차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여 차문화가 성행하게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주변국가에도 중국의 차문화가 활발히 전파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신라본기 흥덕왕 3년(828년)에 중국차가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는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大廉)이 차 종자를 가져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하였다”고 쓰여 있다. 대렴이 중국의 차를 가져 온 시기는 육우가 다경을 편찬하고 차가 유행하여 차문화가 꽃을 피우려 하던 때이다. 우리나라의 차를 마시는 습관과 문화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성행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거리 곳곳 어디서나 차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차의 소비가 왕성하게 되었다.

향기로운 차의 세계

차의 세계는 무한하다. 중국은 이제 그 시작을 열었을 뿐, 문화는 누리는 사람의 것. 행복을 여는 차의 세계, 그 광활함은 마땅히 설레며 기다릴 가치가 있다. 차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는 차의 성분과 효능, 차의 종류, 좋은 차를 고르는 법과 보관법, 차를 맛있게 우리는 방법, 동양과 서양의 차문화의 차이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전세계인이 애용하는 기호음료인 차. 앞으로 여러분을 그 향기로운 세계로 안내할 茶박사, 닥터張입니다.

1) 이견: 차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일원설(一元論), 중국과 인도의 두 곳이라는 이원론(二元論), 태국 북부, 미얀마 동부, 베트남, 중국 운남, 인도 아쌈 등 차나무가 생장하는 모든 지역이라는 ‘다원론(多元論)’, 미얀마의 이라와디강 발원지 중심지대나 중국의 운남, 서장지역이라는 ‘절충론(折衷論)’ 등의 주장이 있지만, 일원론을 제외한 이론들은 근거가 미약하다.

2) 야생대차수: 야생대차수(wild arboreous tea plant)는 아직 인간의 순화개량(馴化改良)을 거치지 않은 나무가 자연에서 스스로 성장, 발육, 번식하고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수령이 오래된 대차수(大茶樹)이다. 일반적으로 인적이 드문 산림이나, 산간 오지에서 생장한다. 완전한 야생형, 재배형, 야생형과 재배형의 과도기형인 과도기형 야생대차수가 있다.

장정현
“차 한잔을 손에 들고 입에 머금어 두 눈을 감고 마시는 순간 나는 차가 된다.”
중국 절강대학교에서 茶學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원광대학교에서 차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차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 및 저술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현재 인사동에서 차품평 강의 및 차에 관한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사진
오영순
중국과 대만 등지의 차산을 120회 이상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차를 연구하며 인사동에서 차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이차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원광대학교 예다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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