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임

대장동 게임-부산저축은행의 파산

지오마린 GeoMarine 2022. 2. 15. 21:50

3. 부산저축은행의 파산

 

자문단은 씨세븐의 이강길 대표에게서 대장동 개발사업권을 빼앗기 위해 서서히 고삐를 죄어 갔다. 부산저축은행에서 받은 브릿지론 대출금의 1년 만기가 곧 도래하는 시점에서 대출을 알선했던 조우형은 대출 연장이 되지 않도록 작업하고 있었다.

대출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부산저축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일반적으로 이자만 잘 내면 대출 연장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부산저축은행은 대출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통보를 한 것이었다.

이 무렵 정영학은 삼성건설 출신 김용철을 자문단에 끌어들여 남욱, 김만배, 배성준과 함께 역량을 다지고 있었다. 이들은 성남시청과 의회, 토지주, 그리고 개발사업에 대한 대표권을 가지고 있는 추진위원회에 “대출연장이 안 돼 이강길 대표의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되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민영방식의 개발사업 신청이 번번히 성남시로부터 반려되어 인허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던 마당에 부산저축은행이 대출을 연장해줄 수 없다고 하니 자칫하면 사업이 무산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민영개발방식으로 사업허가를 받고 나서 시공사 선정 후 본 PF(Project Financing)를 이루기 위해 브릿지론을 받았던 것인데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출을 연장해 줄 수가 없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부산저축은행과 11개 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이 자그마치 1,805억 원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초조하고 화가 난 나머지 자금을 운용해왔던 정영학에게 이강길이 소리쳤다.

 

“정 회계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런 식으로 대출연장이 안 되는 경우는 없었잖아.”
“도대체 무슨 음모가 있는 거야?”


정영학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순 양아치 같은 짓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강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장단을 맞추면서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정영학은 자문단으로 있는 남욱과 김만배 그리고 조우형이 놓은 덫으로 이강길을 유인하듯 말했다.

 

“안 그래도 어제 조우형 사장과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저축은행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책 없고 난감하기만 한 상황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이강길에게는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책사로 믿고 있는 정영학이 아니던가. 브릿지론을 받을 수 있도록 조우형을 소개한 사람이 정영학이 아니던가. 틀림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았다.

 

“부산저축은행장이 조우형 사장의 매형입니다.”

“이 사업권과 씨세븐을 조우형에게 넘기고 그를 대표로 내세우면 대출연장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이 고비를 넘기고 나서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강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덫에 걸려들었고 결국 씨세븐은 조우형에게로 넘어갔다. 씨세븐의 대표는 이강길에서 조우형으로 변경되었고 대출연장 문제도 잘 해결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들은 모든 것이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순탄하게 이루어져 가고 있다고 믿었으리라.

 

그로부터 불과 다섯 달 후인 2011년 2월 17일 국내 최대 상호저축은행이었던 부산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고 2012년 8월 16일 부산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은 파산 지경에 이르기 전부터 심각한 경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임원들이 주도하여 120여 개나 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여 4조 5천억 원이 넘는 대출을 남발했다.

특수목적법인의 사장에는 임원들의 친인척을 바지사장으로 앉혔고 임원들과 바지사장으로 있던 임원 친인척들은 120여 개에 이르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거액의 월급을 받아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조직이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해외에 투기성 투자를 했는데 회수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제1금융권 은행이 아니었으므로 한국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을 통한 구제책조차 받을 수 없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금주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광주제일고등학교 동문들이 임원직과 감사직을 독직하고 있던 탓이 컸다.

지역 인맥으로 뭉친 집단이 조직을 멍들게 하는 데에는 멈춤 패달이 작동하지 않았다.

전라남도 신안군 개발사업에 3,000억 원의 불법 대출이 제공되었고 전라남의 골프장 사업이 부산저축은행 돈으로 진행되었다.

심지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에 광주일고 출신 임원이 대놓고 호남향우회 장학금 5억 원을 인출해 준 적도 있었다. 이렇게 자신들의 친인척과 특수관계에 있는 주변에 제공된 대출금이 7,300억 원에 이르고 6,400억 원의 대출금이 회수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여파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부산저축은행의 파산은 결국 조우형이 이강길로부터 넘겨 받은 씨세븐을 더이상 이어가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대출금 문제로 온 신경이 곤두서 있던 사이에 2011년 3월 17일 성남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대장동을 공공개발방식으로 개발하기로 심의 의결해 버렸다.

씨세븐 자문단의 노력으로 LH공사가 공공개발로 추진하려던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영개발로 바꿔놨는데 예기치 않게 이재명 성남 시장이 당선되면서 공들였던 대장동 사업이 공공개발로 전환되어 가는 것을 보고, 김만배, 남욱, 정영학, 배성준은 심각한 맨붕에 빠져들었다.

이런 와중에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사건으로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맡았는데 중수부장이 박근혜 정권의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던 최재경이고 중수2과장이 주임검사 윤석열이었다.

씨세븐 관련한 대출 알선 건으로 조우형이 중수부의 소환통보를 받게 되자 김만배와 남욱은 곧바로 그에게 윤석열 검사의 직속 상관으로 근무했던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종용하였다.
박영수 변호사가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맡고 있었을 때 윤석열 검사는 중수부 연구관으로 근무중이었는데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입 사건을 함께 수사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중수부 1과장이 최재경 검사였다.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주임 검사는 깐부라고 할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그리고 법조 출입기자였던 김만배는 그 당시에 여러 건의 단독 특종 보도 성과를 냈을 정도로 이들과 스스럼 없이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김만배는 법조계 출입기자 중 마당발답게 많은 인맥을 형성해 놓고 있었는데 여타 언론사도 김만배의 동의가 있어야 법조 출입기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했었는데 그것은 검찰과의 돈독한 인맥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이 불거지자 김만배는 대장동 개발사업 대출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발생할 것을 감지하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조우형은 대출알선을 한 당사자로서 수사 대상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수사검사인 주임검사 윤석열과 박영수 변호사는 검사동일체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김만배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므로 조우형에게 변호사사무실을 막 개업한 시점에 있던 박영수 변호사를 조우형에게 적극 소개하였다.

박영수 변호사라면 중수부장 출신으로서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그를 변호사로 선임하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조우형이 검찰 조사에서 빠져나가면 자연스럽게 대장동 대출 건은 유야무야 될 것으로 보였다.

씨세븐의 대표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더이상 사업을 이어가기가 어렵게 되자 조우형은 결국 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철에게 씨세븐 대표를 넘겼다. 그리고 2011년 7월에는남욱 변호사로 씨세븐의 대표자가 변경되었다. 씨세븐을 이강길로부터 빼앗을 작정을 하고 있긴 했으나 부산저축은행의 부실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큰 잡음 없이 자연스럽게 남욱에게 넘어오게 되었다.

 

겨우내 몰아쳤던 찬 바람을 몰아내고 봄의 전령이 온 대지를 축복하듯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계절이 찾아왔다. 해운대는 아직 저녁노을이 거리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퇴근시간과 겹쳐 거리에는 자동차 경적음과 행인들의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호기롭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들이 뒤엉켜 저무는 하루의 아쉬움을 달래는 듯했다.

검은 제네시스 한 대가 아라 호텔 앞에 멈춰서고 체격이 좋은 두 사내가 차 안에서 천천히 내렸다.

날렵한 네이버 색 수트를 입은 젊은 사내가 공손히 인사를 하고 그들을 호텔 안 엘리베이터 쪽으로 안내하였다.

엘리베이터는 4층에 위치한 고급 술집인 두바이 살롱의 칼리파 룸과 연결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상반신을 드러낸 짧은 원피스 차림을 한 미모의 아가씨 네 명이 좌우로 두 명씩 나누어 서서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그들이 도착한 룸은 화려한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었고 머리 위로 샹들리에의 조명이 붉은색 소파와 잘 어우러진 채 반짝이며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소주와 맥주를 비롯해 위스키, 코냑 등의 각종 술이 커다란 크리스탈 접시에 놓인 과일과 함께 가지런히 셋팅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아가씨들이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하고는 방금 들어선 사내들의 옆에 다가가 팔짱을 끼고는 소파로 안내하였다.


“오늘 하루도 나랏일을 하느라 수고 많으셨네.”
“어서 오게”

엘리베이터 맞은 편에 서 있던 굵직한 목소리의 사내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아이쿠 선배님, 이렇게 불러주시고 송구스럽습니다.”


이제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안내를 받은 사내는 거구의 몸을 숙인 채 두 손으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같이 온 사내 역시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였다.


“선배님 그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방금 도착한 두 사내를 반갑게 맞이했던 사내가 먼저 와 그의 옆에 자리잡고 있던 중년 사내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인사하게. 이쪽은 대검 중수부 윤석열 과장이고 이쪽은 윤대진 검사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소개를 받은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한 태도로 자신을 소개했다.

 

“조우형 입니다.”

“내가 이번에 성남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관련해서 변호를 맞게 됐네. 이 친구가 그 일을 하고 있는 조우형이야. 앞으로 잘 좀 부탁하네.”

체격이 좋은 윤석열이 호기로운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조우형을 쳐다보며 가볍게 대답했다. 그 둘을 소개하고 있는 이의 이름은 조우형의 변호를 맡게 된 박영수였다.

 

“아, 예 선배님”

“자자, 먼저 한잔씩 하자고”

“자, 이 친구는 소맥을 좋아하니까 소맥으로 잘 말아 봐”

 

박영수 변호사가 기분 좋게 술을 권했다. 옆에 앉아 있던 아가씨들이 능숙한 솜씨로 소맥을 제조했다. 맥주를 채운 맥주잔을 가지런히 일렬로 붙이고 그 위에 피라미드 모양으로 소주잔을 솜씨 좋게 세운 후 소주를 따랐다. 탁자를 쳐 소주잔이 맥주잔 속으로 떨어지며 술이 완성되자 박수와 함께 잔을 들고 단번에 들이켰다.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인 박영수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엔 소주가 없는데 소주 좋아하는 윤 검사를 위해 내가 신경을 좀 썼네.”

“이번 저축은행 사건은 조사하려면 무척 바쁘겠던데”
“네 관련자도 많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건이라 좀 바쁩니다.”
“변호사 선임계는 봤습니다.”


윤 검사가 술잔을 건네받으며 말을 받았다.


“자, 오늘 이 멋진 해운대에서 모든 일은 잠시 잊어버리고 마음껏 마셔보세”
“우리의 의리를 위하여”

“위하여”

 

건배를 제안하며 술잔을 든 박영수의 외침에 따라 모두 술잔을 높이 들고는 외쳤다.


“자 한잔 더 하세”

 

박 변호사는 위스키를 한 잔씩 따르며 이야길 이어갔다.


“이번에 부산저축은행 사건 조사하느라 수고가 많지?”
“내가 이번에 성남 대장동 건 변호를 맞게 됐네. 잘 좀 처리해 주게”
“워낙 금액이 큰 방대한 사업인 데다가 피해자가 많은 사건이다 보니 수사에 어려움이 많을 걸세. 그러니 대장동 건은 수사에서 제외시켜 주면 좋겠네. ”
“아, 저...... 선배님이 맡으신 사건인데 걱정하지 마시고 여기까지 내려오셨으니까 편하게 쉬시다 올라가시죠.

 

술이 몇 잔 들어가니 윤 검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술잔을 돌리며 호탕하게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대장동 사업의 시행사였던 씨세븐의 이강길 전 대표는 대검찰청 중수부로부터 부산저축은행 대출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부산저축은행과 그 계열사가 2009년과 2010년에 이 전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1,155억 원의 자금을 대출해주는 과정에서, 당시에 부산저축은행 회장이었던 박연호의 매제인 조우형이 대출 알선 댓가로 10억3,000만 원을 이강길 전 대표로부터 받은 사실이 중수부에 포착됐다. 이강길은 중수부에 불려갔다.

관련 자료를 싸들고 간 이강길은 오후 2시에 중수부 조사대기실에서 잔뜩 긴장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입술이 마르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긴장감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창도 없는 꽉 막힌 대기실에 우두커니 앉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두 시간쯤 흘렀을까? 이윽고 철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그를 불렀다.


“이강길씨 조사실로 오세요.”

불안감으로 잔뜩 긴장된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가지고 온 자료 뭉치를 들고 대기실을 나와 조사실로 들어갔다. 조사실 가운데에 자리잡은 테이블 양쪽에는 접이식 의자가 두 개씩 놓여 있었다. 가까운 의자를 골라 조심스레 앉자 곧이어 한 중년의 남자가 들어와 흘깃 쳐다보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곧바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보자기를 풀더니 빠르게 자료를 넘기며 훑어보았다. 대충 서류를 넘기며 살펴보던 조사관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강길씨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이강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들이 이미 서류는 다 살펴봤습니다. 이제 서류 가지고 돌아가시죠.”

“필요하면 나중에 다시 부르겠습니다.”

 

조사관은 몇 마디 짧게 던지고는 곧 나가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진 이강길은 영문도 모른 채 펼쳐진 서류들을 다시 챙겨 조사실을 나섰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느꼈던 불안과 초조함이 무색해졌다. 조금 전만 해도 불안감에 휩싸여 공포감마저 느꼈던 그곳을 그는 그렇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중수부에서 부르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조우형도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기소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1심 판결문에 기재된 기소 검사들의 이름 가운데 윤석열 검사의 이름이 맨 앞에 놓여 있었다. 결국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8개월에 걸쳐 진행했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 내용 중 대장동 관련된 부분만 기소되지 않았다. 2009년과 2010년에 남욱과 정영학 등이 관여한 대장동 민간개발업체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천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 알선이 이뤄졌는데 중수부는 대출 주선자인 조우형의 계좌를 추적해 놓고도 참고인 조사만으로 사건을 덮은 결과였다.

남욱이 박영수가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고 건설회사를 하는 그의 아버지도 박 변호사와 친분을 갖고 있었다.

남욱은 박영수 변호사가 많이 도와준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다. 그래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대출 사건이 터지자 남욱과 김만배는 이심전심으로 윤석열 검사와 매우 친밀했던 박영수 변호사를 조우형에게 추천했던 것이다. 그 덕에 조우형과 이강길은 간단한 참고인 조사만 받고 기소 없이 풀려날 수 있었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결국 2013년 대법원 최종심에서 박연호 회장은 징역 12년, 김양 부회장은 징역 10년 그리고 김민영 행장은 징역 4년의 형이 확정되었다. 또한 2005년에 부산저축은행에서 고문 변호사 직책을 맡았던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돈을 받고 구명 로비를 벌인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는 2007년에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인물이었다. 은진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되었고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중수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윤석열 검사와 박영수 변호사는 각별한 사이였다.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이 꾸려질 때 한직인 대전고검에 있던 윤 후보를 수사팀장으로 발탁한 것도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더욱이 김만배가 박영수 특검에게 윤석열 검사를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하였다. 사실상 김만배, 박영수와 윤석열은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통하는 깐부였다.

조우형이 처벌받은 건 그 뒤 4년이 지난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의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수사 때이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도 이강길과 조우형을 기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윤석열 검사는 대수롭지 않은 양 항변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수사 기간만 8개월이 소요된 데다가 기소된 인원만 76명이나 되었던 대형 사건이었으므로 조우영 같은 참고인까지 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토록 긴 시간의 수사를 통해 이 잡듯이 털어 그 많은 사람을 기소시킨 상황에서, 계좌까지 추적해 자료를 확보한 혐의자를 간단한 참고인 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리해 풀어준 것이 그의 변호인을 맡은 박영수 검사와 맺은 개인적 친분과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당시 중수부는 박연호 회장을 1,280억 원을 부당하게 대출해준 혐의(배임)로 기소한 것을 포함해 모두 여섯 차례나 기소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게다가 건축사사무소 임원의 일억 원 알선수재 혐의까지 빠짐없이 기소하였다. 그런데도 대장동 관련 1,155억 원 불법 대출에 대한 박연호 회장 배임 혐의와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조우형의 알선수재 혐의는 공소장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의혹과 관련해서 2021년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에 대장동 개발사건이 보도되면서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가장 큰 화제가 되자, 2011년에 진행되었던 부산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박영수 변호사와 윤석열 검사 사이에 의심스러운 점이 없었는지 다시 수사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남아있을 만한 중수부 수사기록을 찾는 한편, 당시의 수사팀 관계자를 비롯해 국세청 등에서 파견되었던 43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은폐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얻게 된 강직하고 정의로운 검사의 이미지 덕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윤석열 후보가 박영수 변호사와 맺어온 사사로운 친분 때문에 관련 혐의자들을 무혐의 처리해 사건을 무마했으며 이것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관련 있는 핵심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부산저축은행 수사 내용을 되돌아보면,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일천억 원이 넘는 불법 대출 문제가 검찰의 기소도 없이 사건 종결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수사 대상자가 너무 많아 참고인까지 수사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윤석열 후보의 해명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1년 11월 대검 중수부는 8개월 동안 진행한 부산저축은행 그룹 비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검찰은 불법 대출 규모만 6조 원에 달하는 금융 비리 내용을 확인하고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전·현직 임원과 정·관계 인사 그리고 금융 브로커를 망라하여 76명에 이르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는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비리, 부실 회계감사 문제,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비리, 정·관계 로비 등 수사는 폭넓게 진행되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와 경영진,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을 포함한 전·현직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수부는 단일 금융 비리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 사건이자 각종 비리의 종합판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과 얽힌 각종 비리 내용을 밝혀냈지만 대장동 사업 대출 관련 혐의에 대해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장동 개발을 추진한 대장동 프로젝트 금융투자는 2009년과 2010년에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11개 저축은행으로부터 브릿지론으로 1,805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가운데 1,155억 원의 대출금이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인 박연호 회장의 매제 조우형의 작업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조우형은 대출 알선 댓가로 씨세븐의 대표 이강길로부터 10억 3천만 원을 받았다. 그리고 부산저축은행도 100억 원 정도의 대출 알선료를 챙겼다. 그 결과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심사에서 대출 승인이 이루어지는 비정상적인 편법이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인력 133명이 투입된 중수부 수사를 피해갈 수 있었으니 봐주기식 수사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대출금의 규모는 중수부의 수사로 파헤쳐진 부산저축은행의 다른 불법 대출 건과 그 규모가 비슷했다. 당시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이 6조 315억 원에 달하는 불법 대출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는데 그 가운데 1조 2,282억 원이 대출심사나 담보 없이 대주주의 친인척에게 제공된 이른바‘묻지마 대출’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해 중수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들어간 대출금 규모와 비슷한 1,280억 원의 부당 대출 건에 대해서만 박연호 회장 등을 상대로 특정경제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였다. 그런데도 대출 알선 댓가로 10억 3천만 원을 챙긴 조우형에게는 촘촘했던 중수부 수수망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부동산 특수목적법인 대출 과정에서 각종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브로커와 공무원 들이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는데 그들이 받은 금액은 대부분 조우형이 받은 것에 비하면 훨씬 작았다.

인천 효성동 아파트 건설사업 과정에서 도시계획심의 승인 청탁의 댓가로 부동산 사업자에게 금품을 받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사사무소 직원의 경우에도 받은 금액이 1억 원으로 조우형의 청탁비에 비하면 작았다.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 시행사업과 관련하여 분양 승인 로비 명목으로 부동산 사업가에게 3억 원씩 받아 챙긴 브로커 두 명도 구속 기소를 면하지 못하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부산저축은행의 위법적 대출 특혜 건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던 중수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는 결국 대선 정국에서 의혹을 품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당시 중수부 주임검사였던 윤석열은 이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차명 법인을 내세워 직접 부동산에 투자한 부분에 대한 배임범죄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었고, 대장동 사업에 대한 대출은 부산저축은행의 투자와 관련 없는 단순 대출이었기 때문에 참고인 조사만 받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1년 3월 3일 중수부 수사팀이 꾸려진 후 곧바로 계좌 추적에 착수했고 대장동 사업의 대출 관련 자금 흐름을 살펴보았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은 이강길에게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이강길은 로비 자금과 관련된 사용처 등을 해명하기 위해 뒤늦게 차용증을 만들어 제출하였다. 중수부가 대장동 사업 관련 대출 내용을 조사하고 있었기에 이강길은 급히 자금 사용처에 대한 근거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였던 것이다.

중수부는 조우형과 그의 회사 그리고 가족 계좌까지 전 방위로 조사를 확대하였다. 중수부는 조우형이 박연호 회장의 매제란 사실도 알고 있었으므로 대장동 사업에 대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과 조우형이 연관되어 있을 것은 너무나 빤히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과정과 의혹 속에서도 조우형은 한 차례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리를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2014년 11월 수원지검에서 있었던 재조사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여신업무 담당자는 조우형이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임을 언제 알았는지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조우형이 박연호 회장의 인척이란 말을 들어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는 수원지검 조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대장동 같은 경우는 가끔 눈에 보이게 이상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게 확인될 때마다 담당 이사님에게 보고했습니다......담당 이사님이 검토해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에는 전부 지급됐습니다. 통상 지급 요청시 용역계약서와 그 결과물을 증빙자료로 제출하고 자료 검토를 한 후 지급하는데 대장동은 용역계약서만 제출되고 결과물을 포함한 판단 근거 자료가 전혀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인척인 조우형을 기소 선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2014년 7월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이강길, 조우형, 남욱은 수사 대상자가 되었다. 당시 예보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하여 대출금 대부분을 상환하지 못한 대장동 민간개발업체 조사를 진행하였다. 예보는 조우형이 대출을 알선해 준 댓가로 2009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강길로부터 설계 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였다. 당시 조우형은 실제 용역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예보는 조우형이 제공한 설계도면이 다른 사업장에서 사용된 도면을 짜깁기한 것이라 판단하였다. 범죄혐의를 인지한 예보는 중수부와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었으므로 수원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이다. 이후 수원지검 특수부는 조우형을 대장동 사업 대출을 알선한 댓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알선 수재 혐의를 적용해 2014년 7월에 구속 기소하였다. 결국 조우형은 2016년에 징역 2년 6 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같은 사안으로 수원지검에서 기소할 수 있었다는 사실로 그동안 중수부의 수사 과정에서는 박영수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로 사건이 무마되었음이 증명된 셈이었다.

 

21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여론조사는 매일 경선의 향방에 대한 예측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양상은 과열된 열기 속에서 정책대결보다는 네거티브 전술로 치닫는 형국이었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언론과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당내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까지도 이재명 후보가 의혹의 중심에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런 정국 속에서 COVID-19로 인한 경선 투표일이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이재명이 선출되었다.

2021년 10월 김태훈 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이 꾸려지면서 브로커 조우형과 이강길을 각각 두 차례씩 소환하여 당시 대검 수사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였다. 그에 앞서 10월 19일에 더불어민주당은 2011년 수사 당시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가 조우형을 입건하지 않고 봐주기식으로 수사했다며 그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 쪽은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에 성역 없이 권력자와 은행 임직원을 처벌했다.”

“중수부가 밝혀낸 부실대출 규모만 6조원에 이른다.”

“(조우형이 받았다는) 10.3억 원이 특정 법인을 거쳐 갔다고 해서 바로 범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범죄 혐의가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2011년의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에 대한 배임죄 수사에만 집중했던 당시의 중수부장 김홍일 변호사와 부산저축은행 기소 검사로 윤석열 후보와 함께 이름을 올렸던 주진우 변호사는 윤석열 캠프에 몸담고 있었다.

김태현 검사의 수사팀은 과거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당시 대검 중수부가 범죄단서나 주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았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검 중수부의 수사 기록상에 대장동 대출과 관련된 수사 흔적이 발견되거나 관련자들의 알선 수재 등의 혐의를 파악하고도 무마된 정황이 파악된다면 당시의 수사팀의 핵심 검사였던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막중한 임무가 수사팀의 어깨에 지워진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