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의혹에 의혹
경기경제신문에“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기사가 나오자 20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며 정국은 요통쳤다. 결국 검찰은 연이은 고발과 여론에 떠밀려 수사에 착수했다.
2021년 9월 29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이 출범한 후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 정민용 등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해 공판을 진행했지만 진짜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당시의 검찰 수사는 크게‘대장동 4인방의 배임과 뇌물 혐의 수사’와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점으로 겨냥한‘윗선 수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얽힌‘50억 클럽’수사로 나눌 수 있다.
‘윗선수사’와 관련하여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뇌물의 흐름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 달리 추정되는 특혜의 대가는 2020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즉 '재판거래 의혹'이다.
이것은 '50억 클럽'의 권순일 전 대법관과 겹친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선거법 혐의 무죄를 위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잘 아는 김만배 전 기자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베풀어 전원합의체에서 7대 5로 파기환송을 이끌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를 규명할 단서인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무죄 취지 보고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되었다
재판거래설은 애초 논리적 비약이 있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리고 대장동 사업자 선정과 성남시와 있었던 협약체결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에 이루어졌다. 3년 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기소될 걸 예측하고 미리 특혜를 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이 뒤집힐 가능성에라도 기대를 걸려면 일단 소부에서 전원합의체로 회부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운에 달린 것이었다. 그리고 권순일 전 대법관 회유에 대한 주장도, 대법관 12명 중 권 전 대법관 1명만 로비를 해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다른 재판관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로 맡기는 셈이 되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이 퇴임 후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은 배경을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화천대유가 소속된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송전탑 400억 원 공사비 소송 대응이 권 전 대법관을 영입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가 해명한 영입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혹들이 근거가 미약하다고 볼 때, 윗선수사의 또다른 근거로 삼을 만한 것은 배임 의혹이다.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사업협약서에서 빠지는 과정에서 성남시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이것은 법리적으로도 다툼이 많은 데다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본부장, 김문기 전 처장의 사망으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게 되었다.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 개입해 2015년 3월 황 전 사장을 사퇴시켰다는 의혹도 있지만 황 전 사장의 사기죄 논란과 함께 역시 교착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50억 클럽' 의혹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그래서 우선 가장 많은 정황이 드러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만 구속되었다.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몇 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기소가 만만치 않았다. 앞서 언급된 권 전 대법관은 한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퇴임 후 변호사 등록 없이 활동했다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만 다툴 가능성이 높았다.
박영수 전 특검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되었다는 정황은 의혹 제기 초반부터 나왔다. 박 전 특검이 2016년 4월에서 11월 사이에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을 지낸 것과 그의 딸이 2016년 6월 화천대유로부터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 가격 수준으로 분양받은 사실 그리고 11억 원을 차입한 내용까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또한 박영수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업체에 1,155억 원의 대출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은 조우형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특히 조 씨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에서 기소를 면했을 때, 해당 수사의 중수부장은 최재경이었고, 주임검사는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었다.
박영수 전 특검과 화천대유 사유의 석연치 않은 돈 거래 의혹이 연일 터져나왔다. 지난 1월 2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2015년 4월 3일 박 전 특검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에게 5억 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같은 해 3월 27일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일주일이 지난 때였다.
2020년 4월 4일 김만배와 정영학 사이에 오간 대화 녹취록에도 박영수 전 특검이 화천대유 사업 초기 돈을 보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우리 법인(화천대유)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야. 기성(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인 이기성)이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잘 알겠습니다.”
다른 날짜의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박 전 특검 딸에게 50억 원을 주려고 한다거나 박영수가 변호사협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 남욱 변호사가 박 전 특검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박 전 특검 딸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11억 원을 받았다. 단기 대여금 명목이었는데 박 전 특검 딸이 이 돈의 일부조차 갚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특검은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입장을 내고 반박하였다. 지난 달 20일 박 전 특검 측은 자신의 계좌에서 김만배의 계좌로 5억 원이 흘러들어간 것을 두고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만배 등이 부탁하여 박 변호사(박 전 특검)의 계좌를 통하여 이기성으로부터 박 변호사를 거쳐 화천대유의 공식 계좌로 이체가 된 것입니다.”
“당시 선의로 승낙한 것으로 그 후로는 위 돈의 사용처나 두 사람 간의 정산 문제 등 금전 거래가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관여한 바도 없고 이미 소명된 사실입니다.”
또한 김만배가 박 전 특검의 딸에게 50억 원을 주려고 한다는 녹취 내용에 대해서는“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모두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였으며 조사를 받았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이나 SK그룹 그리고 하나은행과 관련된 돈의 흐름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수사가 가장 미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대장동 사업 초기 돈줄이 걸린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 부실수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관된 의혹이다. 당시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수뇌부를 조사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화천대유 초기자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기원 우란문화재단 이사장에게서 나왔으며 SK그룹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무혐의 결론 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검찰은 부인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 주관사인 하나은행은 민간사업자 중 14%의 지분을 차지한 대주주인데도 7%의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하나은행이 취한 이익의 10배에 해당하는 이익을 챙긴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수천억 돈 잔치에 전직 언론인, 법조인, 정치인들이 전 방위로 얽힌 복마전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분명했으나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는 없었다. 진실을 파헤치고자 한다면 실마리는 아주 간단한 데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에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라는 그야말로 메가톤급 태풍이 몰아쳤다.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동에서 벌어진 도시개발사업의 막대한 이익을 놓고 개발업자들이 벌인 돈 잔치의 뚜껑이 열리자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마구 쏟아졌다. 여야 정치권과 성남시, 성남시의회는 물론 언론, 법조계, 건설업계, 금융계 등으로 계속 번지면서 폭죽이 터지듯 파장이 확산되었다. 의혹의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대표가 부각되어 거론되었다.
대장동 개발사업이 진행될 때 그는 성남시장이었으며 민관합동의 개발 방식을 고안한 게 바로 이재명이었다. 언론은 의혹을 증폭시켰고 그에 편승하여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 반이재명 세력도 이재명 후보를 몸통으로 의심하였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비리라는 원색적인 공격의 화살이 이재명 대표를 향했다. 그리고 이재명은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이익 환수를 이루어낸 성과라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시시각각 단독을 내건 관련 기사와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실제로는 대장동 의혹 전체를 조망하고 핵심을 꿰뚫는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발적 의혹 제기와 백가쟁명식 분석들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상대 진영을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 정치권도 내심 자폭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였다.
화천대유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곽상도 전 의원은 도리어 자신의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하다가 퇴직금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 탈당에 이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게 되었고 급기야 구속에 이르게 되었다. 쾌재를 부르며 반격에 나섰던 민주당도 한때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연루돼 구속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한 아귀도(餓鬼道)나 다름이 없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귀다툼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로비 및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들로 화천대유 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인 유동규, 곽상도 전 의원 아들 곽 모 씨, 남욱 변호사 등이 거론되었다. 그야말로 대장동 게이트는 전말을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었고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실, 의혹의 핵심은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한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 산하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한 민관공동 개발사업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우선주 53.76%를 보유하고 그 외에 하나은행(15.06%), 국민은행(8.6%), 기업은행(8.6%) 등이 지분을 나눠 가졌다. 또 보통주 7%를 SK증권(6%)과 화천대유(1%)가 각각 보유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건 경제지 법조팀장을 지낸 김만배가 대주주로 있던 화천대유였다. 보통주 지분 1%에 불과한 화천대유가 4,998만 원을 투자해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 받아간 배당금은 577억 원에 이르렀다.
특히 SK증권을 통해 구성된 화천대유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 1~7호 펀드가 가져간 배당금은 무려 3,463억 원으로 24억 9984만 원을 투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간 배당금 1,830억 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2호와 3호는 김만배의 부인과 누나가 각각 소유했다. 4호는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남욱 변호사(NSJ홀딩스 대표)가 소유하고 있었고, 5호는 공인회계사 정영학의 소유였으며, 6호는 남 변호사와 같은 로펌(법무법인 강남)에 있었던 조현성 변호사의 몫이었고 7호는 김만배의 후배 기자인 배성준의 소유였다. 즉 김만배를 비롯한 개인 투자자 7명이 4,040억 원에 이르는 개발이익을 챙긴 셈이었다. 이들의 투자금은 3억 5,000만 원에 불과했다.
화천대유의 수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의계약을 통해 확보한 대장동 5개 필지를 분양해 순이익 4,500억 원을 추가로 거둬들였다.
사업방식을 살펴보면 화천대유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민간개발에서 가장 까다로운 절차인 토지 수용과 인허가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함으로써 위험을 해소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분양이익이 크게 늘었다. 건설업계에서 통상 분양 이익률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화천대유의 이익률은 약 25%에 육박했다.
화천대유와 관련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일개 무명 개발업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했다. 화천대유 고문단에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권순일 전 대법관, 최순실의 변호인이었던 이경재 변호사, 원유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이 있었다.
여기에 또 다른 인물, 이재명 지사 취임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핵심으로 등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사업 기획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장이 공석이어서 유 전 본부장이 사실상 사장 직무를 대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의혹에 연관된 인물 중 가장 먼저 구속됐는데 배임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거액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았다. 또 검찰은 그가 김만배로부터 뇌물 5억 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한 데 이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가 수익 배분과 자금 사용처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았고 755억 원 상당의 뇌물공여와 1,100억 원 대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그리고 55억 원대의 횡령 혐의를 두고 있었다. 또 김만배가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이익 중 약 7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700억 약정설의 당사자로도 보고 있었다. 이와 함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준 50억 원도 뇌물로 판단하였다.
검찰이 영장 청구의 근거로 내세운 핵심 물증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이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수익금 배분 과정에서 김만배를 비롯한 동업자들과 유 전 본부장 등이 나눈 대화를 비롯해 성남시의회 등 여러 곳에 뇌물이 전해졌다는 정황을 의심케 할 내용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주요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깊숙이 참여해 왔다. 당시 LH공사가 대장동을 민영개발로 추진하자 부동산 개발 시행사로부터 민간개발로 바꿀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기소된 적이 있었다. 그는 김만배와 함께 화천대유에 참여해 1,007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JTBC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남 변호사는“저희끼리 7명에게 50억씩 주기로 이야기했었다”면서 로비 대상을 일컫는 일명 50억 클럽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분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아래로는 용인, 위로는 판교, 동쪽으로는 분당에 둘러싸여 판교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고 불릴 만큼 개발 압력이 높았다.
처음에는 LH공사가 이 지역을 공공형 개발로 추진했는데 용인과 판교의 난개발이 이슈로 떠오른 때였다. LH공사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원주택단지 형태를 구상했다. 이는 2004년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됐고 건설교통부도 이를 승인했다.
그런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업이 좌초됐다. 2005년 11월 토지수용 보상 차익을 노리고 불법으로 토지를 사들인 공무원과 투기세력 22명이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었다. 건설교통부는 곧장 대장동 개발사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성남시가 보상을 노리는 투기를 막기 위해 행위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수년간 개발사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공공개발이 무산되자 대장동 주민들과 개발업자를 중심으로 민간개발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계획적인 개발 필요성을 느낀 성남시가 대장동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위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LH공사가 사업을 제안하면서 공공개발이 다시 활기를 띠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부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촉발한 세계 경제 위기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일로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타가 되었다. “LH공사는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하지 않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라고 토지주택공사(LH공사) 합병식에서 한 말이 파장을 일으켰다.
그에 따라 당시 이지송 LH공사 사장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고“민간과 경쟁하는 부분은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뒤이어 정치권의 대장동 공공개발 포기 압력이 시작되었다. 신영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10월 LH공사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LH공사는 2010년 결국 대장동 개발에서 손을 뗐다.
후에 드러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신영수 의원의 동생이 부동산업자로부터 대장동 로비 대가로 수억 원대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LH공사 간부 등이 연루돼 9명이 구속되고 11명이 기소되었다.
2010년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대장동 개발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이 시장은 성남시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을 추진했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난개발을 막고 전체 도시계획에 걸맞은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성남시 공무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시장은 지역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정부와 민간 업자들에게 다 뺏기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었고, 지역의 이익은 지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후에 여러 이익 환원정책의 토대가 됐다”
당시만 해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아파트 개발사업을 한 예정 가격이 거의 없었다. 지방채 발행과 부채 비율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것부터가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었다.
더구나 성남시는 전임 시장 시절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었다. 지자체들의 방만한 재정운용 실태를 환기시킨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특히 반대가 심했다.
당시 시의회를 장악했던 새누리당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의 행정안전부도 지방채 발행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성남시에는 대장동 외에 개발 압력이 높았던 곳이 한 군데 더 있었는데 수정구 신흥동 구시가지에 위치한 옛 1공단 부지다. 1공단은 1970년대 초 공단으로 사용되다가 시가지가 조성되고 공해가 문제되면서 1998년 주거 및 상업용지로 전환되었다. 이후 2009년 신흥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 압력이 높았지만 지역 시민사회 진영을 중심으로 개발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 시장은 1공단 개발을 막고 공원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시장 취임 후 1공단 부지 소유자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SPP)가 제출한 사업시행자 지정 신청은 번번히 반려되었다.
SPP는 성남시의 사업시행자 지정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성남시가, 2심에서는 SPP 측이 승소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1공단 부지 민간개발은 결국 좌초되었다.
문제는 부지를 매입해 공원화하는 데 들어갈 천문학적인 사업비였다. 당시 성남시가 추산한 사업비는 2,761억 원에 달했다. 전체 8만 4000㎡ 가운데 법조단지가 들어서는 곳을 제외한 4만 6,615㎡ 부지를 매입해 공원을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성남시가 대장동과 신흥동을 직접 개발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때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
2012년 4월 도시개발법이 개정돼 결합도시개발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동안 개발사업은 단일구역에서 이뤄지는 게 상식이었는데 멀리 떨어진 두 구역을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해짐으로써 대장동과 1공단 부지를 묶어 하나의 도시개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것은 대장동 개발이익으로 1공단 부지를 공원화하는 결합개발 방식을 적용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장동 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관건이었다.
이때 이재명의 설계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대장동 개발에 민간을 참여시켜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하는 민관 합동개발 방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2014년 1월 23일 이 시장은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개발 구역 지정 추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이익금 약 2,200억 원을 1공단 공원화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4년 6월 이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장동과 1공단부지를 결합개발하는 것에 탄력이 붙었다. 게다가 마침 새로 구성된 시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해 시의회의 견제가 사라졌다.
지지부진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여기에 이 시장의 당선을 도왔던 유동규(당시엔 수도권 1기신도시 구조변경 추진연합회장)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됐다. 유 본부장은 이 시장이 구상한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대장동·1공단 사업을 추진했다.
최근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뒤 이재명 후보가 했던 발언은 당시 민관 합동개발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을 잘 드러낸다.
이재명은 2021년 10월 1일 TV조선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민관 합작을 하려면) 마귀의 돈을 써야 하고, 마귀와 거래를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공공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민간과 거래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에 대한 강변이었다.
유 전 본부장이 민간 업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데 대해서는“(개발 과정에서) 오염이 일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이재명은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 자신이 강조했던 말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사건은 앞으로 특수부 수사를 몇 번씩 받게 될 테니 절대로 부정행위나 불공정이 있어선 안 된다고 열댓 번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재명은 당시 성남시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청렴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 시청사 화장실마다‘부패지옥 청렴천국’과 같은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가 하면 직원들을 상대로 내부 강연이나 월례조회를 할 때마다 수시로 청렴교육을 수행했다.
2016년 7월 이 시장이 월례조회에서 실시한 공직자 청렴 교육은 당시 그가 얼마나 예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장은 “이 관청 근처에서 관청의 힘을 빌려 가지고 사업을 해보겠다는 사람들, 제가 누누이 얘기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마귀, 천사의 얼굴을 한 마귀다”라며 업자들의 로비 행태를 구체적 예로 들었다.
“평소에는 간도 내어줄 것 같다.”
“형님, 아우님 막 입안에 착착 감긴다.”
“처음부터 크게 안 논다.”
“처음에는 차나 한 잔 하자, 두 번째는 밥이나 한 끼, 세 번째는 술이나 한 잔, 네 번째는 상품권이다.”
“이걸 자기 장부에다 다 써놓는다.”
이 시장은 시장실 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당시 시장실에서 기자와 만났던 이 후보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시장이 되니까 여러 사람이 만나러 옵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품속에서 봉투를 꺼내 슥 들이미는 거예요.”
“그걸 보고‘아,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시가 돌아갔구나.’싶더라고.”
“그 사람한테 아무말 없이 손가락으로 CCTV를 가리켰어요.”
“그제야 황급히 봉투를 거두고 시장실을 나갑디다.”
“CCTV는 나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길 찾아오는 사람들 스스로 부정한 짓을 못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어요.”
“이젠 소문이 나서 그런 사람은 아예 오질 않아 편합니다.”
하지만 그토록 청렴을 강조했는데도 정작 자신이 믿고 핵심 사업을 맡겼던 유 전 본부장의 부정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건 뼈아픈 부분이었다. 이 후보가 유 전 본부장 연루에 대해“3,000여 명의 성남시 공무원과 1,500명 산하기관 소속 임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이 당시 시장이었던 제게 있는 것이 맞다”고 사과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는 대장동 문제와 관련해 “개발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기 위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대장동 게이트가 국민의힘이나 보수진영에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의 이권 카르텔로 비화하는 것 같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 중 유 전 본부장을 제외하면 보수 성향에 가까운 인사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중견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민정수석 출신 국회의원이나 검찰총장, 대법관 등을 지낸 유력 법조인들이 단지 기자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개발 시행업체를 도왔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불로소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이들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그는“만약 유력 인사들이 모종의 역할을 실행했거나 실행하려 했다는 게 밝혀질 경우 대장동 게이트는 오히려 보수 진영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대장동 특검을 전격 수용하자 특검을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국민의힘과 언론에서 특검 이야기가 사라져버렸다.
이재명 후보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며 정면 돌파형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제대로 먹힌 셈이었다.
화천대유의 선정단계부터 특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3개의 컨소시엄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이 2015년 3월 26일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사업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검토 자료 분량이 상당할 뿐 아니라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개발사업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사업의 시행사 선정이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 측은“화천대유가 선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은행컨소시엄에서 만든 특수목적법인(페이퍼컴퍼니)인 성남의뜰이 선정된 것”이라며“페이퍼컴퍼니는 실질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자산관리를 설립하게 돼 있는데 그 회사가 바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화천대유는 성남의뜰이 설립된 2015년 7월 27일보다 무려 반년이나 앞선 같은 해 2월 6일에 이미 설립된 회사로 이러한 설명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화천대유가 설립된 지 약 한 달 만에 사업자로 선정된 점도 석연치 않은 점이었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시 제안서 평가 항목 중‘자산관리사 설립 및 운영계획 제출’항목이 역시 사전에 계획된 맞춤형 선정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화천대유는 15개 사업구역 중에서 5개 구역의 토지를 수의계약 형태로 받았는데 경쟁 입찰이 아니었던 데다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토지를 매입한 것이었다.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는 땅을 특정 회사에 아주 싼 값에 몰아준 배경이 논란이 된 것이었다. 이런 사업 설계의 핵심 인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가 지목되었는데,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에 유동규는 한 심사 평가위원과 리모델링 조합장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와 화천대유의 자회사 격인 천화동인(1~7호)이 함께 출자한 돈은 총 3억 5,000만 원이다. 화천대유가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5,000만 원을 출자하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천화동인 7호는 3억 원을 출자하였다. 이것은 성남의뜰 전체 지분 가운데 7%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후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개발이익금으로 배당받은 금액은 총 4,040억 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천화동인 1~7호의 소유주들 가운데 8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은 100억 원을 받았고 8,000만 원을 투자한 사람은 무려 1,000억 원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가 이렇게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었다. 공영개발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게 되어 있지만 민관합동의 경우에는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주변 시세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의 분양가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로 확보한 배당금은 1,830억 원으로 화천대유가 거둔 수익에 비하면 훨씬 적은 금액이었다. 이재명 지사 측은 5,503억 원을 확보했다고 했지만 이 가운데에는 기부채납 자산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 회수한 현금만 보면 1,800억 원을 조금 넘는 것이었다.
이것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일정한 이익금액을 먼저 확정하여 배당받고, 적자에 대한 리스크를 포함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모두 화천대유가 갖는 것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 측은 "오히려 과거에는 민간이 모든 이익을 가져가게 돼 있었던 반면, 다시 공영개발로 전환하면서 5,000억 원 가량을 성남시민에게 안겨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민간 사업자들이 자금조달, 개발업무, 분양처분 등 모든 책임을 지고, 손실 위험도 100% 부담했기 때문에 성남시는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인허가권 행사만으로 무려 5,503억 원 가량의 개발이익을 환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주작업과 인허가 작업을 보장해준 것 자체가 공공이 위험을 떠안았던 셈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 일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 언론인 출신 김만배가 투자해 설립한 자산관리사다. 화천대유의 실질적 주인은 김만배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김만배는 이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자회사격인 천화동인까지 가지고 있다.
이재명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의혹에는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에 이재명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 김만배와 이재명 사이에 이권을 둘러싼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이냐는 점이 있다.
김만배가 이 대표를 인터뷰한 시점이 2014년 7월인데 화천대유를 설립한 시점은 이듬해 2월이므로 약 7개월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김만배는 인터뷰중에 이와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이 지사랑 그 어떤 사업 관련 얘기도 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화천대유가 설립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도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해명이 스스로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회사를 만들고 낙찰이 되기까지 기간은 얼마 안 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성남시에서 사업에 대한 여러 얘기가 있었습니다.”
“준비 기간은 제법 길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보자면 대장동 사업을 준비한 시기가 이 지사를 인터뷰할 시점과 맞물릴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만배는 시종일관 대장동 게이트와의 관련성에 대해“그런 것(정치권 로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혹으로는 이른바‘개인3’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개발사업 초기에 457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투자컨설팅회사인 킨앤파트너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화천대유 자산관리의 사업 초기 자금을 대준 개인투자자인 셈이었다. 킨앤파트너스 사무실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우란문화재단 건물에 있는데 해당 건물 소유주가 바로 최 이사장이다.
한편, 대장동 게이트 관련 인물로 법조계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거론되었다. 화천대유에 법률 조언을 해주거나 고문으로 위촉된 인사들이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람만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순실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 등이다.
강찬우 전 검사장은 2018년부터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고, 김수남 전 총장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법률고문과 경영자문, 권 전 대법관은 2021년 9월 대법관 퇴임 후 두 달 뒤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특히, 고문료만 월 1,500만 원을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박영수 전 특검은 2016년에 화천대유 상임고문을 맡았다가 수사 특검으로 임명된 후엔 화천대유 고문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재 변호사는 화천대유에서 2017년부터 2021년 대장동 게이트가 터질 때까지 5년 간 고문 계약을 맺고 활동하였다.
법조팀에서 오랜 기간 취재를 해 온 김만배가 친분을 이용해 이들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들을 영입한 것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가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히면서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결국 곽상도는 탈당계를 제출하고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았지만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유력 인사 자제로 박영수 전 특검의 딸도 연루되었음은 앞에서 이미 살펴보았지만 박영수 특검은 무사했다.
정치인 중에는 곽상도 전 의원 외에도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신영수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특히, 원유철 전 대표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매월 9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수 전 의원의 경우에는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친동생이 수억 원을 챙긴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이 밖에도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부인 역시 대장동 사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체의 임원으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졌다. 남 변호사 부인은 위례자산관리 주식회사 사내이사로 근무하다 2013년 12월 5일에 사임했다. 2013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관합동으로 진행한 위례신도시 개발에서 위례자산관리 등의 투자회사들은 150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의혹을 받기도 했다.
대장동 사건은 기득권 카르텔이 벌이는 부패의 전형을 보여준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다양한 권력자들, 심지어 국민의힘부터 더불어민주당에 이르기까지 기득권 세력이 총체적으로 얽혀있어 본질을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기득권 부패 게이트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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