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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綠藻(녹조)

지오마린 GeoMarine 2013. 8. 28. 18:45

[박대종의 어원 이야기] 綠藻(녹조)

    입력시간 : 2013/08/28 15:11:19
    수정시간 : 2013/08/28 15:11:19
최근 장기화된 더위 등으로 인해 전국 강에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서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음료용어인 ‘녹차라떼’에서 응용, 녹조 때문에 진한 녹색으로 변한 악취 나는 강물을 희화화한 말이다. 라떼는 milk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latte로, 같은 의미의 라틴어 lactis에서 비롯된 말이다.

본래 녹색조류(綠色藻類)의 준말인 녹조(綠藻)는 중국 3국 시기 위나라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문학가였던 혜강(嵇康: 224~263)의 <사언시 2>에 처음 보인다. “사랑스러운 저 원앙이여! 날갯짓을 멈추고 노니는구나. 고개 숙여 綠藻를 먹고 큰 강물에 몸을 의탁하네.(婉彼鴛鴦 戢翼而遊 俯唼綠藻 托身洪流)”. “아침이면 투명한 여울 위로 비상하고, 저녁에는 강 안 모래톱에 깃드네. 출렁이는 푸른 파도와 더불어 잠겼다 떠올랐다 한다네.(朝翔素瀨 夕棲靈洲 搖蕩清波 與之沈浮)”로 이어지는 이 시에서의 綠藻 풍경은 꽤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다.
그에 반해 녹조라떼라는 말에는 몸에 해로울 것 같은 심리불안함과 비판적 느낌이 깃들어있다. 지구 생명체의 중요한 자원인 물에 있어서 문제점은 수량과 수질로 대별되는데, 녹조라떼는 물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부러워할 수도 있는 수질과 관련된 말이다. 미세 조류에는 독이 들어 있어 정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먹거나 조개 따위에 1차적으로 섭취되었다가 2차적으로 사람이 그러한 조개를 먹으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부영양화(富營養化)’라고, 수원지 근처 밭들에 다량의 거름과 비료를 뿌려대면서부터 영양소가 풍부하게 공급된 탓인지 보(湺)가 없는 조그마한 시골 냇물에서도 녹조 현상은 흔한 일이다. 학술용어로 ‘수체부영양화(水體富營養化)’, 즉 민물에서 녹조류가 마치 꽃을 피운 듯 고밀도로 발생하여 수면 부근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중국과 일본에서는 水華(수화: water bloom) 또는 藻華(조화: algal bloom)라 부른다.

다행히 폭염이 고개를 숙이고 비가 내리면서 녹조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한다. 양질의 수돗물을 생산키 위해 서울, 경기에서도 낙동강과 같은 고도정수 처리시설을 올해로 다 도입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는 국민이 물의 오염으로 더 이상 불안해 하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장(www.hanj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