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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를 원천봉쇄하라…예방·제거 기술의 진화

지오마린 GeoMarine 2013. 9. 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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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를 원천봉쇄하라…예방·제거 기술의 진화

등록 : 2013.09.03 19:28수정 : 2013.09.03 21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의 활동가가 지난달 27일 4대강사업 영산강 구역인 광주 서창교 아래 정박중인 녹조제거선 주변에서 수질 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있다. 광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과학과 내일] 키스트 ‘녹조 방제’ 심포지엄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지점의 수질예보를 ‘관심단계’에서 ‘주의단계’로 격상시켰다. 전날 이 지점에서 측정된 남조류 세포수는 1밀리리터(㎖)당 5만832개체(셀)였다. 지난해 8월6일 낙동강 6개 보 구간 가운데 남조류 세포수가 가장 많았던 강정고령보에서 채취된 5만838개체/㎖와 비슷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4대강 16개 보 구간에 대해 클로로필-에이(a)와 남조류 세포수를 기준으로 수질예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그동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 등 물이 가둬진 곳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조류경보제를 올해부터는 흐르는 하천인 낙동강 구간에서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강정고령보에 이어 칠곡보에도 조류경보 ‘출현알림’ 단계가 발령됐다.

그러나 환경부의 수질예보나 조류경보는 사실 ‘뒷북’ 경보제도다. 지방환경청이 주기적으로 강물을 채수해 측정하는 값은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등 4개 속에 속한 유해조류 세포수의 합이다. 지난달 2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에서 열린 통합형 녹조방제 심포지엄에서 오희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환경바이오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경보라는 것은 한두달 전에 미리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의미가 있는데 현행 경보제는 조류가 많이 생긴 것을 놓고 주의보다 경보다 하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녹조 전문가들이 효과적이고 통합적인 녹조 제거 기술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재도 녹조 저감 기술은 30여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조류차단막을 설치하거나 황토를 살포하는 등의 물리적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다. 또 조류를 가라앉히거나 죽이는 응집제·살조제 등 화학적 방법은 2차 오염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살조미생물이나 어류 등을 키우는 방법은 실용성 면에서 부족하다. 심포지엄을 기획한 키스트 녹조방제기술개발연구단의 이상협 단장은 “적조가 나흘에 한번 분열하는 데 비해 녹조는 하루에 여덟번 분열한다. 녹조가 일단 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녹조 발생 뒤 방제하는 기술보다는 예방기술 연구에 더 방점을 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녹조 예방과 제거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들이 소개됐다. 우선 오희목 책임연구원은 충북 청원군 대청호에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녹조 발생을 3주 전에 예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남조류의 발생과 호수의 수온 등 각종 조건들의 관계를 조사해보니, 남조류의 발아가 총용존인(TP), 수온, 전도도, 일사량(방사조도)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책임연구원은 “이들 요소로 예측해본 결과 3주 전에 녹조의 발생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명연 연구팀은 또 남조류 세포수를 헤아리는 방법을 개선할 방안도 찾고 있다. 현재는 일일이 현미경으로 검사해 독성이 있는 남조류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성 남조류가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칩(디엔에이칩)을 만들면 쉽고 빠르게 남조류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명수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사전 예방의 방안으로 휴면포자의 제거를 제안했다. 조류는 휴면포자 상태로 호수나 강물 밑바닥 퇴적층에 가라앉아 있다가 온도와 바이오리듬에 따라 발아한 뒤 수온이나 물에 녹아 있는 인의 양 등 조건이 맞으면 급속히 성장한다. 퇴적층을 걷어내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유용한 조류까지 제거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 교수는 “녹조제어제로 휴면포자가 발아를 못하도록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조류의 광합성 전자전달계에 작용하는 생물유래 물질을 모방한 합성물질로 녹조제어제를 만들어 특허도 출원했다. 최근에는 경기 용인시 신갈저수지에서 녹조제어제 1만t을 살포해 유해남조류의 발생을 막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녹조제어제·유전자칩·흡착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발했다
강 옆에 소하천을 만들어 녹조를 제거한 뒤 물을 되돌리면 자연 복원력을 가질 수 있다

이상협 단장이 속한 키스트 연구팀은 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데이비드 신들러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가 1974년 226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가운데 독성을 지니고 있는 마이크로시스티스(위)와 아나베나(아래).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낙동강에서, 아나베나는 한강 팔당호에서 채취한 것으로 각각 320배와 500배로 확대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호수를 조사한 결과 인이 녹조 발생의 제1 원인인자라는 사실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한 이후 인 제거는 녹조 방제의 일차 목표가 됐다. 연구팀은 강이나 호수에서 녹조를 걷어내 짜낸 뒤 인을 빼내고 나서 물을 되돌리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녹조를 걷어내기만 하거나 짜낸 뒤 물을 그대로 되돌려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녹조를 제거하고 남은 물 속의 인을 해결하기 위해 값싼 상용응집제를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응집제로는 ‘알람’이라고 불리는 황산반토와 철염(황산철) 등이 있는데 인과 결합해 생긴 2차 폐기물을 처분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흡착제를 개발하고 있다. 흡착제는 인산염을 선택적으로 잡아내고 인을 떨어낸 다음 다시 쓸 수 있어 효율적이다. 다만 아직 응집제에 비해 몇배나 비싼 가격이 문제다. 연구팀은 좀더 싼 소재로 흡착제를 만드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인을 잡아먹는 미생물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공기를 강제로 공급해 미생물들이 인을 과잉섭취하도록 유도한 뒤 공기를 끊어 사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인을 제거한다.

녹조방제기술개발연구단은 경기 수원시 서호저수지에 통합형 녹조방제 시스템을 구축해 실험을 할 예정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인가가 나옴에 따라 이번주부터 실험실 건립에 착수한다. 연구단은 서호저수지 주변의 서호천과 서호하수처리장 등과 연계해 생활하수 등에서 나오는 점오염원과 농지 등에서 나오는 비점오염원의 제어기술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연구단이 구상하고 있는 또다른 사업은 공동연구단장으로 초빙한 독일 베를린 공대의 슈테판 플루크마허 교수가 제안한 ‘그린리버시스템’이다. 여기서 리버는 강이 아니라 간을 뜻한다. 큰 강 옆에 작은 하천을 만들어 녹조를 제거한 뒤 물을 되돌려 마치 간이 우리 몸의 해독을 하듯 생태계가 자연 복원력을 가지도록 하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이상협 단장은 “녹조는 수심이 깊으면 생기지 않는다. 낮에 피었던 녹조는 밤이면 포자로 바뀌어 퇴적층으로 가라앉는데 수심이 5m 이상이면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르지 못한다. 녹조가 주로 물가에 생기는 이유다. 이에 착안해 강 옆에 소하천을 만들어 녹조 제거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플루크마허 교수의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플루크마허 교수는 이미 독일뿐 아니라 과테말라, 브라질 등에서 이 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녹조로 인해 악어와 하마가 떼죽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린리버시스템은 해당 지역에 사는 자생종 식물 가운데 녹조의 독성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을 가려내 이를 인공 소하천에서 재배해 녹조를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자생식물을 쓰기에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없다. 플루크마허 교수는 낙동강 녹조를 수거해 독성을 분류하고 있다. 그는 남한강 이포보의 경우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어도를 이용하는 방안도 제시해놓고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발아한 녹조를 사멸시키는 기술도 연구 과제의 하나다. 남조류, 특히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잔잔한 물을 좋아한다. 프로펠러를 돌려 흔들어주면 좋지만 에너지가 문제다. 물고기 등 다른 생물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적절한 초음파를 가하면 조류는 기낭(물고기의 부레에 해당)이 파괴돼 바닥에 가라앉아 광합성을 못하게 됨으로써 생장이 저해된다. 오희목 책임연구원은 “초음파가 다른 물고기 등 수생 생물들에게 해로울 수 있기에 정밀하게 영향력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