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의 활동가가 지난달 27일 4대강사업 영산강 구역인 광주 서창교 아래 정박중인 녹조제거선 주변에서 수질 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하고있다. 광주/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과학과 내일] 키스트 ‘녹조 방제’ 심포지엄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지점의 수질예보를 ‘관심단계’에서 ‘주의단계’로 격상시켰다. 전날 이 지점에서 측정된 남조류 세포수는 1밀리리터(㎖)당 5만832개체(셀)였다. 지난해 8월6일 낙동강 6개 보 구간 가운데 남조류 세포수가 가장 많았던 강정고령보에서 채취된 5만838개체/㎖와 비슷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4대강 16개 보 구간에 대해 클로로필-에이(a)와 남조류 세포수를 기준으로 수질예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그동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저수지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 등 물이 가둬진 곳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조류경보제를 올해부터는 흐르는 하천인 낙동강 구간에서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강정고령보에 이어 칠곡보에도 조류경보 ‘출현알림’ 단계가 발령됐다. 그러나 환경부의 수질예보나 조류경보는 사실 ‘뒷북’ 경보제도다. 지방환경청이 주기적으로 강물을 채수해 측정하는 값은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등 4개 속에 속한 유해조류 세포수의 합이다. 지난달 2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에서 열린 통합형 녹조방제 심포지엄에서 오희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환경바이오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경보라는 것은 한두달 전에 미리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의미가 있는데 현행 경보제는 조류가 많이 생긴 것을 놓고 주의보다 경보다 하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녹조 전문가들이 효과적이고 통합적인 녹조 제거 기술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재도 녹조 저감 기술은 30여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조류차단막을 설치하거나 황토를 살포하는 등의 물리적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다. 또 조류를 가라앉히거나 죽이는 응집제·살조제 등 화학적 방법은 2차 오염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살조미생물이나 어류 등을 키우는 방법은 실용성 면에서 부족하다. 심포지엄을 기획한 키스트 녹조방제기술개발연구단의 이상협 단장은 “적조가 나흘에 한번 분열하는 데 비해 녹조는 하루에 여덟번 분열한다. 녹조가 일단 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녹조 발생 뒤 방제하는 기술보다는 예방기술 연구에 더 방점을 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녹조 예방과 제거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들이 소개됐다. 우선 오희목 책임연구원은 충북 청원군 대청호에서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녹조 발생을 3주 전에 예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남조류의 발생과 호수의 수온 등 각종 조건들의 관계를 조사해보니, 남조류의 발아가 총용존인(TP), 수온, 전도도, 일사량(방사조도)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책임연구원은 “이들 요소로 예측해본 결과 3주 전에 녹조의 발생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명연 연구팀은 또 남조류 세포수를 헤아리는 방법을 개선할 방안도 찾고 있다. 현재는 일일이 현미경으로 검사해 독성이 있는 남조류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독성 남조류가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칩(디엔에이칩)을 만들면 쉽고 빠르게 남조류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한명수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사전 예방의 방안으로 휴면포자의 제거를 제안했다. 조류는 휴면포자 상태로 호수나 강물 밑바닥 퇴적층에 가라앉아 있다가 온도와 바이오리듬에 따라 발아한 뒤 수온이나 물에 녹아 있는 인의 양 등 조건이 맞으면 급속히 성장한다. 퇴적층을 걷어내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과 유용한 조류까지 제거한다는 단점이 있다. 한 교수는 “녹조제어제로 휴면포자가 발아를 못하도록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조류의 광합성 전자전달계에 작용하는 생물유래 물질을 모방한 합성물질로 녹조제어제를 만들어 특허도 출원했다. 최근에는 경기 용인시 신갈저수지에서 녹조제어제 1만t을 살포해 유해남조류의 발생을 막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녹조제어제·유전자칩·흡착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발했다
강 옆에 소하천을 만들어 녹조를 제거한 뒤 물을 되돌리면 자연 복원력을 가질 수 있다
이상협 단장이 속한 키스트 연구팀은 인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데이비드 신들러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가 1974년 226개
녹조를 일으키는 남조류 가운데 독성을 지니고 있는 마이크로시스티스(위)와 아나베나(아래).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낙동강에서, 아나베나는 한강 팔당호에서 채취한 것으로 각각 320배와 500배로 확대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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