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옵티머스(Opimus)와 라임(Lime)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791
1.
2019년 5월, 박씨 성을 가진 한 50대 남자가 조직폭력배에게 무참히 폭행당한 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부동산 사업자 납치 살인사건이라고 보도가 되었지만 사실은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이 무자본 M&A 대상이 되었던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이자 선박부품제조회사인 ‘해덕파워웨이’였다. 해덕파워웨이는 2016년 1천억 매출을 기록한 건실한 회사였다.
2.
해덕파워웨이를 2018년 5월 표면적으로 인수한 사람은 최대주주이자 전 대표였던 성형외과 원장 출신 이모씨였지만 사실상 사망한 박씨가 옵티머스의 자금을 끌어들여 무자본 M&A를 했다. 또한 박씨와 함께 해덕파워웨이의 무자본 M&A를 주도한 인물은 옵티머스의 2대주주이자 몇몇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열이다.
그런데 이동열은 원래 밀양 출신 ‘신동방파’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조폭이다. 2003년 불과 2,300만원을 갈취하던 혐의로 구속된 신동파의 조직원이 어떻게 금융 계열사 10여개를 거느린 중견기업의 오너가 될 수 있는지는 좀 미스테리하긴 하다.
3.
박씨 또한 조폭 출신이라고 알려졌는데 직접 물리적인 행동대원 노릇을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는 옵티머스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조달하고 인수할 회사들을 찾는 역할을 주로 했었기 때문이다.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할 당시 박씨는 옵티머스의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녔고, 김재현 대표와는 공동투자 및 자금까지 대여해 주는 파트너 관계였다.
박씨가 주도한 해덕파워웨이의 무자본 M&A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옵티머스에서 자금을 대여받아 성형외과 원장 이씨를 바지로 내세워 인수하고, 해덕파워웨이의 돈 370억 원을 다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다. 참고로 이때 바지사장이었던 성형외과 원장 이씨는 오늘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두해서 조사를 받는 중이다.
4.
이후 옵티머스 관계사인 대부디케이에이엠씨(이동열이 소유한 대부 회사)와 트로스트올(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을 거쳐 옵티머스의 자금세탁 창구인 셉틸리언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셉틸리온은 자회사인 화성산업(코스닥 상장기업, 건설회사)이 해덕파워웨이의 지분 15.89%를 301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는 돈을 한바퀴 굴렸지만 직접 돈을 쓰지는 않았다. 대신 그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횡령과 배임은 의심할 수 있다. 이른바 해덕파워웨이 돈으로 해덕파워웨이라는 회사를 무자본 M&A의 형태로 금융사기꾼들과 조폭들이 짜고서 꿀꺽한 것이다.
그 결과 건실한 회사는 망가지고 현재 거래 정지 상태에 놓였다.
5.
그렇다면 박씨는 왜 이 과정에서 사망했을까?
박씨를 폭행 치사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호남지역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이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의 영역인데 조규석은 청부폭력을 행사했을 뿐 근본적으로는 박씨와 이동열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후 이권을 나누는 과정에서 어떤 분쟁이 있지 않았나 싶다. 구속된 조규석이 돈만 받는 용병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이동열에게도 폭행을 휘두르다가 구속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해덕파워웨이라는 탐나는 물건을 찾아내고, 초기 설계와 딜을 담당한 박씨와 돈과 선수들을 동원한 이동열 간에는 충분히 분쟁이 있을 법 하다. (구글링을 해 보니 이 살인사건 발생 초기에 일요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가 나와 비슷한 추측을 한 기사가 나온다. 모두 이니셜로 처리되었지만 말이다)
6.
국힘당과 언론과 검찰에서는 금융사기범죄인 라임과 옵티머스를 정부여당의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사건은 자세히 살펴보면 큰 차이점이 보인다.
우선 라임은 비교적 그 실체가 명확해 보이는데 옵티머스는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듯 하다. 국감 때 박범계 의원이 문제제기를 한 이후 검찰 수사의 진도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언론 보도량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라임은 정상적인 사모펀드로 가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부실을 덮기 위해 돌려막고, 로비가 들어가려다가 실패한 케이스지만 옵티머스는 애초부터 크게 한 탕(?) 해 먹으려는 전형적인 금융사기설계의 의도가 농후하다. 조폭들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심증은 더 굳어진다.
7.
라임의 경우는 최초 전주 역할을 김봉현 등이 하고 운용 책임을 맡았던 라임 부사장 이종필을 중심으로 각 금융기관들의 관계자들을 엮어서 직접적인 거래관계를 만드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9년 초부터 펀드의 구조가 석연치 않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돌면서 2019년 7월부터 언론보도, 금감원 조사로 이어지면서 몰락이 가속화 되었다.
그런데 옵티머스의 경우는 2017년 6월부터 2020년 6월 환매가 중단될 때까지 우선 공공기관의 돈을 받아오고 그 과정에서 중간에 횡령과 배임 등 여러 문제는 검찰을 통해 면죄부를 받고, 이후 외부투자자를 더 적극적으로 모을 수 있었다.
8.
옵티머스 펀드에는 전파진흥원(748억), 마사회(10억), 농어촌공사(30억), 한국전력(10억) 등 공공기관과 오뚜기(150억), JYP(50억), 안랩(70억), 넥센(30억) 같은 상장회사 그리고 한화종합화학(500억) 같은 비상장기업이나 성균관대, 한남대, 대구가톨릭대 같은 학교재단까지도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전주를 끌어오는 능력의 펀드운용자(GP)를 최고의 평가한다. 그런데 옵티머스의 투자자 리스트를 보면 여의도 최고의 GP라 해도 공공기관, 민간기업, 대학과 심지어 종친회 돈까지 끌어왔는데 이는 옵티머스 대표인 김재현 레벨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는 전성기 때 이명박이라도 해도 불가능한데 이명박에게는 시장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이명박에게 속았지만 토건족들이 제외한 정상적인 회사에서는 적어도 금융이나 투자쪽으로는 이명박을 신뢰하지 않았다. 금융 선수들은 함께 일하고, 나눠 먹지만 이명박은 절대 나눠먹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9.
라임의 경우는 2016년도에 판매를 시작해서 2019년 초부터 여의도 바닥에서 부실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김봉현이 오늘 압수수색 당하는 전관 변호사 A를 만나서 수임을 하고, 검사들을 청담동 룸에서 접대를 한 시점이 2019년 6월이다. 즉 김봉현 입장에서는 발생한 사고를 덮기 위해 로비를 했다고 보는 편이 적당하다. 김봉현 자필서가 꽤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19년도에는 일단 사건을 보관해 두고 있다가 2020년 4월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이 사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김봉현이 의도한 것은 사고의 수습 혹은 구제였지만 윤석열이 의도한 것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정부여당을 대상으로 하는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봉현이 “더 이상 썩은 동아줄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마음이 변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10.
옵티머스의 경우는 2017년 6월 72.5억 투자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2018년 8월까지 전파진흥원에서만 748억원을 받았다. 펀드의 투자사업모델도 (거짓이긴 했지만) 안정적인 국공채 위주로 한다고 했다. 돈을 끌어오는 것과 안정적 공공채권의 투자모델도 금융당국과 금융계 인사들에게 동시에 신뢰받을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 관여되지 않고는 만들기 어렵다.
세팅단계 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가 무혐의 불기소로 끝난 것도 매우 이상하다.
전파진흥원에서는 자신들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748억 원을 안정적 국공채가 아니라 엠지비파트너스라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에 투자하고 엠지비파트너스에서는 이를 성지건설에 투자를 했다.
이 내용이 2018년 8월 과기부 감사에서 걸려 ‘부적절한 투자’라는 지적을 받고, 때문에 전파진흥원에서는 사건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의뢰했다.
11.
그런데 2019년 서울 중앙지검에서는 이러한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의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의 봐주기 소극적 수사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김재현의 횡령 배임 등 혐의사실이 매우 구체적이었고 이를 구체적인 액수와 날짜 그리고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정감사보고서 및 회계보고서까지 제출했는데 서울지검에서는 뭉갠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이동열이 소유한 회사인 엠지비파트너스는 금감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회사였기에 자금세탁 창구로 쓴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고 그러면 엠지비파트너스와 성지건설간의 계좌내역만 보면 모든 범죄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검찰은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당시 성지건설은 이사회 결의도 없이 엠지비파트너스의 사채발행을 하면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했고 성지건설이 대여한 자금이 다시 엠지비파트너스로 유출되는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이건 무혐의 불기소 나온 것이 너무 이상하다. 1년 후 똑같은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기소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2.
여기에 불기소처분명령서에 의하면 검찰이 사건을 종결한 날짜는 2019년 5월 22일인데 이를 알리고 있지 않다고 전파진흥원이 결과를 문의하자 2019년 10월 19일에 알려주었다. 불기소처분 이유도 내용 파악이 어려운 형식적 문서였다.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에 끝내 면죄부를 주었고 그 결과 기업들은 안심하고 1조 2척억원이라는 돈이 추가로 들어갔다.
당시 옵티머스 김재현에게 불기소를 내린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고 지검장은 윤석열이었다. 윤석열이 관여가 되었건 혹은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관여가 되었건 이 경위는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만 한다.
13.
이 사건을 국힘당과 언론에서는 청와대를 겨냥한 권력형 게이트로 보았던 이유는 청와대 행정관 한 명이 깊게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인 이진아 행정관이 상기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M&A 할 때 옵티머스가 창구로 사용하던 셉틸리온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진아 행정관의 남편 윤모 변호사가 옵티머스의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셉틸리온 지분은 이진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보유하던 것이고,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잘못을 물을 수는 있어도 이진아 행정관이 직접적인 정관계 로비를 한 흔적은 없다. 또한 행정관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의 로비도 아니다.
14.
나는 도리어 옵티머스 자문단에 관심이 간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이자 초대 금감원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정말 쟁쟁한 인물들이다. 옵티머스 1대 대표인 이혁진은 이들이 진정한 몸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상장기업들이 옵티머스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고 유력 금융기관들과의 수탁 업무를 맺고, 서울중앙지검이 면죄부를 준 일련의 이상한 상황들은 옵티머스의 화려한 자문단을 보면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옵티머스가 조폭, 금융사기범, 검사, 그리고 금융모피아까지 연관된 사건이라고 추측한다면 지나친 상상력일까?
15. 김봉현 2차 편지, '대충정리' 겸 '대충해설'.
○ 술접대 건.
술접대 자리에 있었던 A변호사와 검사 3명은 '대우해양조선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검사들이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어제 아주경제에서 보도한 대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지칭한 것이 거의 확실한데, 이 특수단의 첫 수사대상이 대우조선해양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A변호사'로 확실시되는 이주형이 이 특수단의 2팀 부팀장이었고, 술접대를 받았던 검사들 중 '라임 수사책임자'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엄희준 전 수원지검 산업부 부장도 이 특수단 1팀에 있었으며, 부부장급이라는 나머지 2명의 검사들도 어느 정도 추정이 된다.
김봉현은 조사 당시 검사 3인중 두명은 확실히 특정해서 진술했고, 나머지 한명은 사진으론 80% 확신밖에 들지 않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이 '80% 특정' 검사는 자신과 술접대 자리에서 소개 당시 "사람 잡을 때 눈도 안감기고 산 채로 포를 뜬다"라고 소개했단다. (이 검사는 야쿠자냐??)
○ A변호사(이주형)와 윤석열
A변호사(이주형)와는 2007년 김봉현 사건에서 검사로 만났고, 2019년 수원여객 사건 변호인을 구하면서 다시 만나 변호사로 선임하고, "매일 같이 어울렸"었다고. 호텔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등을 선물하며 '지극하게'(극진하게) 모셨다고.
그런데 이 A변호사(이주형)는 수차 반복해서 윤석열과의 친분을 강조하곤 했었는데, 윤석열의 청문회 준비 당시에 '청문회 준비 경험이 있으니 도와라'라는 통화를 하는 것을 듣기도 했고, 청와대 수사관 자살 당시 윤석열과 함께 상가집에 다녀왔다고 과시하기도. 이런 친분 과시가 A변호사(이주형)에 대한 신뢰를 더 깊게 하는 계기.
물론 청담동 술집에서 A변호사(이주형)의 주선으로 함께 접대했던 검사가 라임수사팀 책임자로 앉은 것을 보고는 A변호사(이주형)를 믿고 수사팀이 원하는 대로 다 협조를 해주기 시작.
○ 강기정 관련.
이강세 공판에서 강기정 관련 증언을 한 후 검사 면담에서, 검사가 '증언 아주 잘했다'라고 칭찬하길래 "검사님 총장님이랑 힘 좀 실리셨겠네요" 라고 물으니 그러시겠죠, 하고 답했다.
정작 강기정 관련의 중요한 서술은 이 편지의 말미에 있는데, 강기정 주겠다고 5천만원 돈을 받아갔던 이강세가 청와대에 들어간 것은 알고 있고, "청와대 가서 일 잘 보고 나왔다", "인사도 잘 하고 나왔다"라고 전해듣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는 전혀 모르고 '돈 잘 전달했다'는 말도 들은 바가 없다.
한편, 강기정 건 직전에 모 언론사(부국장과 담당 기자)에 금품을 전달하라고 이강세에게 돈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이강세가 받아간 금품을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써버렸다. 그래서 강기정 준다고 가져간 5천만원도 "이강세 대표가 중간에서 썼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 윤대진과 윤우진.
당시 수원지검장인 윤대진에게 직접 5천만원을 준 것이 아니라, 도주중인 윤대진의 형 윤우진측에 전달했단다. "수원지검장 부탁으로 친형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지인에게 실제 5천만원을 전달하였음". 그런 후 한동안 실제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단다.
이 부분 표현을 보면, 김봉현 본인이 직접 돈을 주었거나 혹은 직접에 가깝게 관여했다는 것이므로, 이 주장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윤우진 지인'을 조사하면 도피중인 윤우진은 물론이고 윤대진도 잡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윤대진과 윤우진은 윤석열의 수사무마 혐의와 직결되어 있다. 이것이 이번에 법무부 감찰 이후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당시 추미애 장관이 '용산세무서'를 거론했던 이유였다. 즉, '윤우진 지인'을 잡으면 윤우진을 잡을 수 있고, 그 다음엔 윤대진을 잡을 수 있으며, 덩달아 윤석열까지 잡힌다.
"○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사건 관련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 및 불기소 등 사건을 무마하였다는 의혹"
○ 검찰의 피의자 도주 조력.
라임 이종필 부회장 도주 당시 검찰이 도피 방법 등으로 권유 및 조력을 받았다.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법, 휴대폰 사용방법 등을 알려주었으며, 검경의 은어인 '일도이부삼빽'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고.
'일도이부삼빽' 관련 김봉현이 써놓은 내용은 아마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따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의미란다.
一逃(일도). 일단 어떻게든 도망.
二否(이부). 잡히면 최대한 부인.
三Back(삼빽). 안되면 빽(인맥이나 권력)을 써야한다.
○ 여당 의원들 관련.
라임 사태 발생 이후 여당 의원을 만난 것은 단 한번. 라임 이종필, 이강세와 함께 '금융 담당 의원'을 의원회관으로 방문. 정식 절차를 거친 방문이었다.
나머지 기ㅇㅇ, 김ㅇㅇ, 이ㅇㅇ 의원은 2016년에 만난 사람들로서 라임 관련과 전혀 무관하다. 이 두 가지 모두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아울러, "여든 야든 라임 일로 직접 만나서 돈을 주며 로비를 했던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 야당 정치인 관련.
김봉현이 직접 돈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라임펀드 관계사인 모 시행사 회장 김ㅇㅇ이 2억을 지급했고, 그 건은 실제 로비가 이루어졌음을 김봉현이 확인했다. "직접 들었고 움직임을 제가 직접 보았다".
이 건을 검찰 면담 과정에서 말했는데 이후 참고인이든 그 어떤 다른 조사도 자신에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자신이 라임과 무관하다고 수차 얘기했던 여당 정치인들 건은 5년 넘은 사건임에도 6개월에 걸쳐 계속 조사를 반복하고 있다. 관련하여 수첩 하나 찾느라고 가족들을 다 동원해서 뒤져 마침내 찾아 검찰에 제공하기도 했다.
○ 윤석열의 '전체주의' 발언.
지난 7월초 추미애 장관이 검언유착 관련 윤석열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후로 윤석열은 한동안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8월 초에 내놓은 것이 '전체주의' 발언이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김봉현에 따르면 이 발언 직후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5년 전 일이고 액수가 몇백만원 수준이어서 수사에서 제외했던 여당 의원 건을 윤석열의 '전체주의' 발언 이후 수사를 재개했으며, 검사에게 물어본 결과도 그 때문이 맞다고 시인했다고. 또한 당시 검찰청에 들어갈 때 목격한 본인 사건 주임검사와 부장의 표정 또한 비장하기도 했다.
○ 강압 및 조작수사 진행
5년 전 일들까지 털어가며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봉현의 메수첩 메모들이 앞뒤가 맞지 않자 검사는 수사 진행을 위해 김봉현이 두 부분 차이점을 맞추도록 유도. 또 자신은 기억이 모호한 부분을 검사가 핸드폰 위치, 카드내역 등을 알려주며 검사가 주도해서 진술을 유도.
청와대 행정관 공판에는 증인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다른 피의자 재판에는 막지 않음. 행정관 재판에는 수차 출석을 막음. 문맥상 행정관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려 했으나 검찰이 못하게 막은 것으로 해석된다.
○ 김봉현이 밝힌 폭로의 이유.
라임 수사에서 구속되어 이미 1심 판결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중인 전직 청와대 행정관(금감원 팀장)은 김봉현의 친구라는데, 꽤 친한 친구인 듯.
"검사 무서워서 친구인 저를 본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부르지도 못하고, 4년형을 받고도 저를 보고 웃어주던 친구의 얼굴을 보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용기를 내서 지난 6개월 동안 팀 플레이를 하였던 검찰과의 약속을 깨고".
○ 폭로를 한 실질적인 속마음.
위 10번이 아예 거짓일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장문의 편지에서 드러나는 김봉현의 실제 속마음은, 스스로 직접 서술하지는 않았지만 따로 있어보인다. 불구속 재판.
이번 편지에서 김봉현은 수차에 걸쳐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개인적 고통과 방어권 행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봉현은 5월에 구속기소되었으므로, 다음달이면 1심 최대 구속기간 6개월이 채워진다. 특히 이 편지에서 매우 여러번 '검찰수사 6개월'을 강조하는데, 기소 시기부터가 아닌 구속 시기부터 계산하면 대충 6개월쯤 된다. 즉 6개월을 강조하는 것 역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는 뜻의 간접적 표명.
검찰로서는 방어권 제한을 위해 최대한 구속을 더 연장하려 할 것이 분명하므로(정교수 사례에서 보다시피), 김봉현이 여론에 호소하는 것은 향후 불구속 재판으로 힘을 보태달라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 다음 편지쯤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거론할 듯.
물론 이런 김봉현의 희망은 부당하거나 음흉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가 상당한 범죄의 혐의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조목조목 서술했다시피 검찰이 그를 계속 구속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적 의도와 함께 방어권 제한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가겠다는 의도가 다분해보이므로.
16.
다만 이 실체는 곧 밝혀질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언론의 보도량이 늘어나고 있고, 검찰수사도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라임의 경우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옵티머스야 말로 공수처로 넘어가야 할 사건이 아닌가 싶다.
특검은 이수진 의원의 의견대로 지금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는 국힘당의 꼼수 같아 반대한다.
17.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라임과 옵티머스의 실체가 이렇듯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검찰개혁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사건들은 꼬리만 잘리고 덮였을 것이다. 물론 깨어있는 민주개혁진영의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현 시점에서 나는 옵티머스가 더 수상하다. 그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악의 순환고리가 이번 기회에 완전히 소멸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①2016년 라임 펀드 '설계자'
알려진 대로 라임 사태의 중심에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있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설립자가 2015년 그를 스카우트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대체투자운용부문을 총괄하던 이 전 부사장이 사세를 키우기 위해 도움을 받았던 핵심 관계자 2명을 지목했다. 첫째,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본부 팀장이다. 라임 펀드가 초기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과 라임 펀드 설계 과정에서 심 팀장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심 팀장의 상사인 임모 전 PBS 사업본부장은 라임자산운용의 해외무역펀드 등을 설계했다는 증언이 재판에서 나왔다.
둘째, 김정수 전 리드 회장이다. 그는 라임의 돈으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에게 기업사냥꾼을 소개한 “브로커(broker)”라는 게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이다.
②2017~2018년 '기업사냥꾼'
라임 투자자들의 돈은 인수합병(M&A)이나 채권투자 등의 형태로 수많은 기업에 흘러 들어갔다. 이때 관여한 인물로 김 전 회장은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도주)과 이모 M사 회장(도주), 그리고 박모 전 리드 부회장 등을 꼽았다. 모두 김정수 전 회장이 다리를 놔줬다고 한다.
이들 3인은 라임 돈으로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상장기업의 메자닌 자산인 전환사채(CB)·환매조건부사채(BW)) 등에 투자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전방위 기업사냥에 나섰다. 이들이 라임 돈으로 인수했거나 투자한 상장 기업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십여개가 넘는다. 스타모빌리티도 이들이 400억원 규모의 CB를 사들인 기업 중 하나다.
동시에 이들은 다른 라임 돈으로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해 라임의 투자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라임의 모펀드(테티스2호)가 투자한 상장사 채권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라임의 또 다른 모펀드(플루토FI-D1호)에서 투자받은 페이퍼컴퍼니가 이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라임자금 흐름도. 그래픽 김현서 기자
③2019년 '설거지' 나서다
라임 펀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이종필 전 부사장 등은 손실을 돌려막을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향군상조회 인수를 추진했다는 것이 김봉현 전 회장의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중앙일보에 “김영홍·이종필은 향군상조회 유동자금(2500억원)을 라임 펀드에 유입시켜 환매를 재개해 라임 펀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향군상조회 인수를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김영홍 회장이 소유한 메트로폴리탄은 지난해 11월 15일 향군상조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가보훈처 복지사업심의위원회가 라임 펀드 상환 중단 등을 이유로 매각을 반대했다.
인수가 무산되자 이종필 전 부사장은 라임이 400억원을 투자한 김 전 회장에게 향군상조회 인수를 제안했다. 김 전 회장은 실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뒤 재매각했다. 하지만 검찰이 매각 과정에서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라임 펀드 부실을 ‘설거지’하려던 이들의 행각은 오히려 더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설거지 과정에서 김 전 회장과 함께 움직였던 인물이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와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이강세 대표는 김 전 회장에게 정·관계 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 전 회장에게 금융감독원의 라임 관련 문건을 전달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김봉현과 라임, 대체 무슨 관계
라임이 펀드 사기 형태의 구조를 설계하던 2016년만 해도 김봉현 회장이 등장하지 않았다. 또 라임 돈으로 대규모 기업사냥을 하던 시점에 김 회장은 피인수 기업 관계자였다. 수원여객·향군상조회는 라임 돈을 움직인 주체라기보다 라임 돈이 들어간 수많은 기업 중 하나였다. 금융계에서 김 전 회장을 두고 “설거지하던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라임 사태의 주범은 복잡한 금융공학·M&A 기법을 동원해 자금을 돌려막았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의 과거 행적은 이런 지능범죄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라임 사태의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라임의 펀드 사기에 가담한 모든 인물이 공범인데, 이들은 각자 주범으로 몰려 중형을 선고받는 상황을 두려워한다”며 “정·관계나 검사에 로비했다고 주장하며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도 이런 관점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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