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하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펑펑 울었다. 수모를 당한 게 분하고 서럽고 억울해서. 굥교롭게 그 날, 북한은 김일성 사망을 알렸고 택시 라디오에선 아나운서가 흥분한 목소리로 김일성 사망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 펑펑 우는 젊은 여성과 김일성 사망 뉴스, 나이든 택시운전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짜뉴스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의도에 맞는 사실만을 취사선택하여 과장하고 왜곡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괴벨스도 그랬다. 1%의 사실에 99%의 가짜를 섞어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대중을 선동했다.
그 젊은 여성은 왜 그리 펑펑 울었는지 진실을 모르는 택시운전사는 김일성이 죽어서 그런다고 오해했을 것이고, 그 말이 한 입 건너 두 입 건너 옮겨지면서 대한민국은 간첩이 득실되는 나라가 된다.
지금 우리 머리 위로 쏟아지는 가짜뉴스는 개인의 오해가 아닌 장막 뒤에 숨은 검은 세력이 대중심리전을 위해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유포한다. 가짜뉴스 살포에 동원된 무늬만 언론도 있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고 있다. 제주 방언으로 '정말 수고하셨다'는 의미인데, 작가는 '진짜 속았다'는 이중적인 의미까지 생각하고 제목을 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쉴 새 없이 콧등이 시큰거리게 만들더니 세상사, 인간사를 관통하는 깊고 묵직한 통찰이 있고 감동이 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국민이 잠시 맡긴 것인데, 어떤 자들은 마치 자기네들의 사유물로 착각하고 놓지 않으려 한다.
다시 정주행해야겠다. 엄마 애순, 아부지 관식은 드라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의 가슴에 애순 엄마가 있고 관식 아부지가 있다. 나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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