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의 문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섰다. 미국이 신규로 중국에 부과한 34%를 그대로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관세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어제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를 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그 자리에 배석했다. 자동차와 항공기 등 미국이 발명하고 미국이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제조업 분야에서도 참석했다고 한다. 그럼, 광범위한 상호관세, 보편관세로 인해 미국 내 제조업 공장들은 수익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올라가고 더 좋은 물건들을 더 싸게 미국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까?
최소한 주식시장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 듯 하다. 포드, GM, 스텔라티스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는 어제 크게 떨어졌고, 오늘도 pre market에서 크게 떨어진 상태다. 미국산 제조업 제품 중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항공기 분야 강자인 보잉도 주가가 폭락했다. 뭐가 문제일까?
냉전 이후 세계화를 주창한 것은 미국이었다. 동구권의 몰락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WTO 가입을 종용한 건 미국이었다. 2000년부터 20년간 중국에 투자한 미국의 직접투자 규모는 누적 1조 달러가 넘는다.
항공기 부품부터 유리컵까지 그야말로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공장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겼다.
이 여파로 2001년부터 10년간 미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570만개가 사라졌다. 중국에서는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수많은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생겼다. 20년 동안 강력한 산업단지들이 중국 전역에 생기고,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중국 내에서 모든 부품, 서비스, 인력, 원자재를 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반제품이나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소위 글로벌 공급망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도 중국에 부품 수급과 가공 조립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덕에 물류 산업은 급속도로 확장되었지만 한국내 부품 업체들은 약화되었다.
우리보다 임금이 비싼 미국은 멕시코로 부품 회사들이 대거 이전했고, 멕시코는 중국산 부품들을 대거 수입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 공장에서 완성차 조립을 하더라도 사실상 멕시코와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비용도 아끼고자 상당수의 차종들은 아에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조립되어 완성차로 미국에 수입되기도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실질적으로 2015년경 완성되었다.
이 때쯤 되면 중국의 부품 회사들이 미국으로 직접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다.
한국차의 1,2차 벤더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식으로 미국의 주요 제조업들이 돌아간지가 10년이 경과된 상태에서 품목을 무시한 일률적인 대규모 관세 부과는 미국내 제조업체들에게는 끔찍한 일이다.

사실 제품의 원산지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세상이다.
애플 아이폰은 미국제품인가?
상당수의 부품은 한국 회사들이 한국, 베트남, 중국에서 생산해서 중국으로 보낸 후 조립하여 미국에서 팔리는데, 판매가의 절반 정도 되는 이익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애플이 가져간다. 요즘 팔리는 현대 소나타 택시는 중국에서 완성차를 그대로 수입한 것이다.
그럼 이 차는 한국차인가 중국차인가?

글로벌 네트워크 분업망에서 기업들과 국가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한다. 그 혜택은 전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가장 많은 종류의 제품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 미국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기업들은 고도의 복잡한 공급망을 20년간 구축해 왔다.
그걸 이제 관세라는 도구로 일거에 바로 잡으려고 한다면, 그 동안 미국이 중국에 투자한 1조달러는 결국 허공 속에 사라질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
한때 택시 업계를 긴장케 만든 이슈가 하나 있었다.
현대차가 쏘나타 택시 모델을 더 이상 국내서 생산하지 않겠다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사실 현대차는 YF 때부터 쏘나타 택시 모델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적지 않은 수요로 인해 이를 번복하고 계속해 택시 모델을 생산해왔다.
그러다 쏘나타가 8세대 모델에 접어들면서 정말 택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고, 여기에 더해 병행 생산을 이어오던 쏘나타 뉴라이즈 택시 역시 단종했다.
당연히 택시 업계는 뒤집어졌고, 시장과의 상생, 사회적 공헌을 언급하며 택시 모델의 재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쏘나타 택시가 단종된 이후 업계에서는 아이오닉 5나 아이오닉 6와 같은 전기차나 준대형 택시인 그랜저, 혹은 LPG 모델이 있는 스포티지 등으로 대체하긴 했지만 쏘나타 택시보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업계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며, 꾸준히 쏘나타 택시 재출시를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4월, 결국 중국형 쏘나타를 수입해오는 형태로 쏘나타 택시를 재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쏘나타 택시는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역수입해 판매하는 차량이다.
그간 해외에서 생산되는 모델을 국내에 들여온 적이 있긴 하지만(i30, i40 등) 역수입이 아닌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역수입이 아니다. 하지만 쏘나타 택시는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수입해 판매한다.
그동안 역수입은 노조와의 협약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쏘나타 택시 역시 노조에서 반발했으나 택시 모델에 한정해 수입해 온다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일반 판매용과 렌터카는 계속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도 있고, 택시 모델은 수요층이 한정적이다 보니 역수입에 합의해 준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 디 엣지 택시 내수용과 차이점은?
수입해오는 쏘나타 택시는 내수용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전장과 휠베이스가 내수용 대비 길다.
각각 35mm가 더 긴 4,945mm, 2,875mm으로, 전장은 준대형급인 E클래스와 10mm밖에 차이나지 않고, 휠베이스는 그랜저와 20m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레그룸의 공간이 준대형 못지않게 상당히 넓어 승객들에게 쾌적한 2열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내수용에 적용되는 LPG 모델과 동일하며, 옵션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폭 삭제되었다.
그래도 ccNC 내비게이션과 기본적인 ADAS 시스템은 갖췄으며, 타이어는 내구성을 20% 향상시켰다.
그리고 택시의 가혹한 주행 환경에 맞추기 위해 2배 이상 혹독한 테스트를 거쳤다고 한다.
처음 출시 소식이 들려왔을 때,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출시 이후 인기는 상당한 편이다.
4월 한 달 동안 602대를 판매해 기존에 판매되던 그랜저, 스포티지, 아이오닉 5 택시를 앞질렀다. 택시 업계에서 쏘나타 택시를 얼마나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산이긴 하지만 일반 판매용 대비 가격을 저렴하게 내놓았으며, 전장과 휠베이스가 내수용 대비 길어 실내 공간이 그랜저 못지않게 매우 넓다는 점이 택시 업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마저도 타 모델의 경우 쏘나타 택시가 없던 상황에서 대체 모델로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이 주문이 모두 빠지면 쏘나타 택시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아질 것이며, 실제로 주문량이 멈추지 않고 계속 쌓인다고 한다.
다만 수입해오는 특성상 그 물량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지금 계약하면 출고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당분간은 수입해오는 물량이 곧 쏘나타 판매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예은 기자
k_editor@newauto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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